오늘은 결혼 18주년..

2011. 6. 20. 오후 7:5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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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6월 20일. 옆지기와 제가 결혼한 날입니다.
올해로 18년째네요. 옆지기가 며칠 전에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자기와 살면서 쌓인 것이 있다면 올해를 기점으로 욕을 해서라도 떨어내랍니다 18 18 하면서..ㅎㅎ
 
참 사는 것이 그렇습니다. 너무 욕심이 많아서 제 스스로도 저를 알 수 없는 시기를 거치면서
왜 그렇게 옆지기에게 핑계를 댔는지 모릅니다. 나름 잘한다고 그리고, 깨어 있는 사람이라고
여기며 살았지만 돌아보면 정말 웃기는 생각들이고 어리석은 생각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옆지기는 참 고생이 많았죠. 어쩌면 무던하기 때문에 견뎠는지 모릅니다.
긴 시간이 아니라고 하면 저를 때리겠죠? 자기 속이 까맣게 됐는데 긴 시간이 아니라면 화가 나겠죠.
그러나, 저라고 속이 맨날 허여멀건 했겠습니까. 제 마음 속에 가졌던 명예심, 허영심 그리고, 온갖
욕심과 욕망 앞에서 매번 무릎 꿇고 허우적 댔지만 그래도 저를 찾으려 했던 나름의 노력이 있었기에
이곳에 서서 이렇게 글이라도 쓰고 있다 생각합니다.
 
제가 소망했던 옆지기는 가야금 다루는 여자였습니다. 아침밥 먹을 때 옆에서 한복 곱게 입고 가야금
소리 들으며 아침 먹는게 꿈이었습니다. 이런 소리 들으면 여자들은 이렇게 생각하는게 보입니다.
"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
그러나, 꿈이어서 그런지 아직도 가끔 생각합니다. 정말 그때 선택이 달랐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고..
 
옆지기가 한복은 고사하고 치마를 입은 것을 본 것이 몇 번 안됩니다. 결혼식 할 때 그리고, 없었는데..
자기는 한 번 더 있었답니다. 하여간 그렇게 제 꿈과는 먼 사람이고, 음악과는 정말 거리가 더 멉니다.
저도 음악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노래는 많이 듣고, 어릴 때 라디오를 끼고 살아서인지
장르 불문하고 대충 대화를 할 수 있는 정도는 됩니다. 어쩌면 그래서 성가대에 들게 됐는지도 모르죠.
하여간 저의 꿈과는 반대인 여자입니다. 매번 제가 꿈꾸었던 여자 이야기만 해서 그런지 옆지기가 꿈꿨던
남자 이야기는 듣지 못했네요. 사는 것이 너무 각박해서 그랬는지 아님 너무 무뎌서 그랬는지 아니면
아예 없었는지 모를 일입니다. 없었다는 것은 말이 안되죠. 하여간 어떻게 만나 결혼이란 것을 하고
이렇게 살아가고 있네요.
 
Sinead O'Connor의 Scracifice라는 노래를 듣다보니 제 결혼생활이 겹쳐집니다.
결혼식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결혼생활은 어쩌면 희생을 바탕으로 지속되는 것이겠죠. 그것이 쌍방의
희생이든지 어느 일방의 희생이던지간에 희생이 없는 결혼생활은 없다고 믿습니다.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결혼생활은 깨집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신뢰겠죠. 신뢰라는 것 없이 희생도 없다
생각합니다. 돌아보면 옆지기에 신뢰를 깨는 많은 말과 행동을 했더군요. 그것이 제 스스로 초래한
것이었든, 옆지기가 불러온 것이든 주어 담을 수 없는 말과 절대 돌이켜지지 않은 행동도 참 많이 했습니다.
 
반성조로 결혼기념일을 맞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잘하겠다 다짐하는 것인지, 아니면
나 잘했다고 자랑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삶이 계속되다 보면 더 많은 희생이 필요할 때가 오겠죠.
그때는 쫄지 않을 것입니다. 이전엔 정말 힘들고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는지
정말 화가 많이 났었고, 될대로 되라는 행동도 많이 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더이상 쪼그라들지 않을
자신이 생겼네요.
 
자주 잊고 살아가겠지만 오늘이 매년 돌아올 때마다 다짐하고 살 것이라 걱정이 되지는 않네요.
 
삶은 이렇게 무르익어 가겠죠. 이것이 25년, 30년, 40년, 50년을 넘어가면 제가 철이 더 들 것이라 믿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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