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예수 마리아 요셉’ 성가정 대축일입니다. 가정은 작은 교회라고 합니다. 오늘 우리 가정의 모습을 돌아보고, 주님의 사랑이 가득한, 행복이 넘쳐나는 가정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종업원과 주인은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은 다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지난주 화요일에 강화도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였습니다. 종업원은 음식을 계속 가져다주었습니다. 어떤 음식은 맛있게 먹었고, 어떤 음식은 거의 먹지 않고 도로 가져갔습니다. 종업원은 음식을 맛있게 먹든지, 남기든지 별로 상관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주인은 유심히 보고 있었나 봅니다. 제가 있는 식탁으로 오셔서 몇 가지 말씀을 하셨습니다. 음식이 맛이 없어서 남기신 것인지 물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색깔은 그래도 오늘 직접 만든 음식이니 드셔보시라고 권유를 하였습니다. 주인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것이 아니라, 정성을 파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잘 가는 콩나물 해장국집도 종업원과 주인의 태도가 달랐습니다. 종업원은 손님이 더 원하는 것만 갖다 주었습니다. 하지만 주인은 손님이 원할 것 같은 반찬을 미리 가져다주었습니다. 아무리 친절한 주인이라도 손해를 보면서 까지 장사를 하지는 않습니다. 주인의 친절과 웃음도 영업의 이익이 없으면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가게 주인과 가족은 또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가족은 함께 먹고, 함께 자고, 함께 사는 공동체입니다. 계산을 하거나, 손익을 따지는 관계가 아닙니다. 상대가 실수를 하고, 실패를 했어도 보듬어 주는 관계입니다. 아파 병들어도 보살펴 주는 관계입니다.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정을 나누는 곳이 가정입니다. 지치고 힘들 때 마지막으로 의지하는 곳이 가정입니다.
잠시 저의 가족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니다. 저는 5대째 천주교를 믿는 구교 집안에 태어났습니다. 3남 1녀 중에 3남으로 태어났고 동생은 여동생이 있습니다. 천주교를 믿는 집안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신앙생활을 했지만 저는 늘 불만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무능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버지는 직업이 없으셨고 돈을 벌어 오신 적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아버지는 늘 저에게 커다란 산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머니는 무식하게 느껴졌습니다. 일제시대와 6.25를 거치면서 어머니는 교육을 거의 받지 못하셨습니다. 한글도 잘 모르셨고, 아버지께는 꼼짝 못하시지만 저에게는 엄하셨습니다. 형들과 동생은 못나게 느껴졌습니다. 공부를 잘 못하였습니다. 저도 잘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중간 이상은 했는데 형들과 동생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가난’이 참 싫었습니다. 학비도 못 내고, 책도 못 사고, 굶기도 하고, 쌀 배달, 연탄 배달, 밥장사, 신문 배달하면서 지내는 것이 싫었습니다. 주인 집 아들과 싸울 때 나만 일방적으로 혼나는 것도 싫었습니다. 그런 저는 신학교엘 들어갔습니다. 신학교는 너무 좋았습니다. 진리를 배우고, 하느님을 좀 더 잘 알기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맛있는 밥과 반찬이 좋았습니다. 화장실도 수세식이라 좋았습니다. 내 책상이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저는 이제 집은 잊고 공부하고 드디어 사제 서품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사제 서품 받은 지 보름 만에 유행성 출혈열로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죽게 될지도 모른 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기경님, 주교님이 오셔서 기도를 해 주셨습니다. 병원에 보름 입원해 있으면서 저는 병세가 조금씩 좋아졌습니다. 많은 분들의 기도와 의사 선생님의 치료와 좋은 약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때 저는 어머니를 보았습니다. 단 한 시간도 제 곁을 떠나지 않으시면서 저를 간호하셨습니다. 피를 토하면 피를 다 닦아 주셨습니다. 음식을 토해도 그것을 다 치우셨습니다. 머리에는 늘 찬 수건을 올려 주시고 제 온 몸을 주물러 주셨습니다.
저는 지금도 생각합니다. 제가 이렇게 건강하게 다시 다닐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어머니의 지극한 정성과 기도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더 이상 무식한 분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닌 저 몰래 야학을 다니셨습니다. 신학은 제가 조금 더 알지 몰라도 사랑은 감히 제가 따라 갈 수 없는 분이셨습니다. 아버지는 물질적인 풍요함을 주시지는 않았지만 세상의 명예를 주지는 않았지만 정직함과 강직함을 몸소 보여 주셨습니다. 공부를 못한다고 생각했던 형님은 저보다 훨씬 부모님을 사랑하시고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십니다. 동생도 수녀님이 되어 수도자의 길을 가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제가 잘나고, 제가 능력이 있어서 지금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저는 부모님의 희생과 부모님의 정성을 먹고 자랐습니다. 저는 형제들의 배려와 사랑의 텃밭에서 자랄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제가 의지하고 제가 기대며 함께 손을 잡고 가야 하는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가족입니다.
오늘 성서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아버지를 공경하는 이는 죄를 용서받는다. 제 어머니를 영광스럽게 하는 이는 보물을 쌓는 이와 같다. 아버지를 공경하는 이는 자녀들에게서 기쁨을 얻고, 그가 기도하는 날 받아들여진다.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는 이는 장수하고,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이는 제 어머니를 편안하게 한다.”
주님의 성탄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나자렛의 성가정을 본받아 기도하는 가정, 이웃을 돕는 가정, 화목한 가정이 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