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34주간 목요일

2010. 11. 25. 오전 6:35:59

글자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성당 마당에 있으면 떨어진 낙엽들이 바람에 흩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나무에 붙어 있을 때는 파란 색의 잎으로 생명을 지녔습니다. 햇빛을 받아 나무를 자라게 하고, 나무는 땅 속 깊은 곳에서 양분을 끌어 올려 나뭇잎을 더욱 파랗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제 떨어진 낙엽은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할 수도 없습니다. 나무로부터 양분을 받을 수도 없습니다. 그저 부는 바람에 흩어져 쓸쓸함을 보여 줄 뿐입니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그렇습니다. 무리에서 빠져나온 어린 들소는 배고픈 사자의 표적이 되곤 합니다. 무리와 함께 있을 때는 사자들도 쉽게 공격을 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무리에서 떨어진 들소는 혼자의 힘이 강하다 할지라도 사자의 억센 이빨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들소들은 함께 무리를 지어서 이동을 하는 것입니다.

요즘 우리는 묵시록의 이야기를 묵상하고 있습니다.
묵시록은 말해주고 있습니다. 아무리 강한 조직과 나라일지라도 하느님의 뜻을 따르지 않는다면, 하느님과 함께 하지 않는다면 악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나약하고, 작은 나라일지라도 하느님의 뜻을 따르면 하느님과 함께 한다면 주님께서 이끌어 주시니, 강가에 심어진 나무처럼 생기가 돋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선배 사제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앞을 보면 아플 팔자고, 뒤를 보면 뒤질 팔자다.’ 한자말로는 ‘사면초가’라고 하겠습니다. 신자분들을 만나면서 많은 묵상을 하게 됩니다. 자녀문제로,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부부의 불화로 힘들고 어렵게 지내는 가정이 많았습니다. 신앙을 갖지 않았다면, 하느님을 알지 못했다면 도저히 이겨낼 수 없는 문제들로 가슴아파하는 분들을 보았습니다. 묵시록은 이야기 합니다. ‘이 모든 것들도 다 지나가리라.’ 결국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은 밝은 빛을 보리라고 말을 합니다. 이정하 시인이 말했던 것처럼 ‘험난함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 살아가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위로를 하러 갔는데,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오히려 제가 위로를 받았습니다.

오늘 성서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어린양의 혼인 잔치에 초대받은 이들은 행복하다. 사람의 아들이’ 권능과 큰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사람들이 볼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너희의 속량이 가까웠기 때문이다.’

삶이 막막함으로 다가와 주체할 수 없이 울적할 때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나 구석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자신의 존재가 한낱 가랑잎처럼 힘없이 팔랑거릴 때 그러나 그럴 때 일수록 나는 더욱 소망한다. 그것들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 화사한 꽃밭을 일구어 낼 수 있기를 나중에 알찬 열매만 맺을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 꽃이 아니라고 슬퍼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지난 3월에는 천안함이 서해 바다에서 침몰했습니다.
그제는 연평도에 북한에서 쏜 포탄이 떨어졌고, 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었습니다. 서해바다는 남과 북이 대치해 있는 긴장과 불안의 바다가 되었습니다. 몇 번에 걸친 해전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성, 감성, 오성을 지닌 하느님을 닮은 거룩한 존재입니다. 생각을 바꾸면 불안과 긴장의 바다인 서해바다를 평화의 바다, 일치의 바다, 나눔의 바다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길은 비록 멀고, 앞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막막하지만 힘과 힘의 충돌만으로는 평화와 일치의 바다를 만들 수 없을 것입니다. 주님의 도우심과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서 우리 민족의 힘을 세상에 드러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1

  • 2010년 11월 25일 오전 8:06

    주님께서는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들에게 계속 당하면서 '원수를 사랑하라'고 할 수 있는 믿음이 허락되지 않습니다. 그들도 한 핏줄 한 겨레인가요? 그들과 함께 살아보겠다고 많은 양보를 하고 퍼다 줬는데도 갈수록 오만방자하고 배은망덕한 그들에게 '주님! 자비르베푸소서'라는 기도를 제 마음이 허락하지 않는 것을 어떻게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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