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교회의 전례력으로 한해를 마감하는 날입니다. 우리는 내일부터는 새로운 한해를 시작합니다. 교회의 전례력은 예수님의 탄생을 준비하는 대림시기를 지내고 있으며, 대림시기는 예수님의 탄생 4주전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오늘은 예수님의 탄생 4주전입니다. 2010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올 한해 주님께서 베풀어주신 은혜를 감사드리며, 주님 앞에, 이웃들에게 부족한 점이 있다면, 잘못한 것이 있다면 겸손되이 뉘우치면서 주님의 자비를 청해야 하겠습니다.
지난 목요일에는 신학교에 다녀왔습니다. 신학생들이 성탄 판공성사를 보도록 학교에서 부탁을 했기 때문입니다. 본당에서도 판공성사 때는 손님신부님을 청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신학교도 학교의 신부님들도 계시지만 외부에서 신부님들을 청해서 판공성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신학교를 ‘못자리’라고 불렀습니다. 학생들은 그곳에서 ‘지덕, 체덕, 성덕’을 배우기 때문입니다. 함께 모여서 공부하고, 운동을 하고, 기도하는 것이 참으로 행복한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못자리를 나와서 사제가 되는 것이 학생들의 꿈이고, 바램이지만 사제생화를 20년 한 지금 돌아보면 학교에서의 생활이 행복이고 기쁨이었습니다. 사제가 된다는 것은 주님의 길을 따라가는 것이고, 주님의 길을 충실하게 따라간다는 것은 ‘겸손, 희생, 봉사, 나눔’의 삶이기 때문에 때로 고단하고, 힘들기 마련입니다. 못자리에서 옮겨져서 논에 심어진 벼는 알찬 열매를 맺기 위해서 뜨거운 태양도, 거센 바람도, 사나운 비도 온 몸으로 받아야 합니다. 사제는 세상에 나와서 홀로서야 하기 때문에 많은 유혹을 겪게 됩니다. 규칙이 보호해 주는 것도 아니고, 학교의 울타리가 지켜 주는 것도 아니고, 동료들과 함께 지내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과 함께 대화를 하면서 구상 시인의 ‘꽃자리’라는 시를 생각하였습니다.
“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제가 신학생 때, 신학교를 가시방석처럼 여긴 적이 많았습니다. 규칙적인 생활, 공동 기도, 성격이 다른 친구들, 어려운 공부가 힘겹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지금 신학교에 있는 학생들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뜻을 지키고 따른다면 그곳이 바로 ‘꽃자리’입니다. 우리가 일상의 근심으로 마음이 물러진다면 그곳이 바로 ‘가시방석’입니다. 우리가 하느님 앞에 바로 설 수 있도록 늘 깨어 기도한다면 그곳이 바로 천국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