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순례의 마지막 날입니다. 우리는 어제 단동에 다녀왔습니다. 멀리서나마 북한을 바라보았습니다. 다행이 뉴스를 보니, 남과 북이 화해와 협력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그리스인들은 지혜를 자랑하고, 유다인들은 율법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자랑할 뿐입니다!’ 오늘은 바오로 사도가 자랑했던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현양 축일입니다. 남과 북의 긴장과 갈등 또한 지혜와 법과 원칙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것입니다. 주님께서 보여 주셨던 그 십자가의 길만이 참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성당에는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할 수 있도록 14처가 모셔져 있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 5처와 6처를 묵상할 때가 있습니다. 5처는 시몬이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를 지고 가는 것을 묵상하는 것입니다. 시몬은 처음부터 예수님의 십자가를 지고 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길을 가던 중에 로마 병사의 눈에 띠어서 십자가를 지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얼떨결에 십자가를 지고 갔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 십자가는 예수님께서 지고 가시던 십자가였고, 시몬은 크나큰 영광을 얻었습니다. 우리는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할 때마다 시몬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본의 아니게 타인의 십자가를 지고 갈 때가 있습니다. 어떤 분은 시부모님을 모시기도 하고, 어떤 분은 장애인 자녀를 키우기도 하고, 어떤 분은 알콜 중독자인 배우자를 만나기도 합니다. 어떤 분은 사업에 실패한 배우자를 만나기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기도 합니다. 저도 어제 여러분들께서 보셨던 것처럼 ‘통풍’이라는 십자가를 지고 있습니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기도해 주시고, 레나타 레티시아 자매님께서 약을 마련해 주셔서 오늘 이렇게 좋아졌습니다. 우리가 지고 가는 그 십자가를 예수님께서 지고 가시던 십자가라고 생각한다면 좋겠습니다.
6처는 베로니카 성녀가 예수님의 얼굴에 흐르는 피와 땀을 닦아 주는 것을 묵상합니다. 전승에 의하면 베로니카 성녀는 두 분 중에 한분이라고 합니다. 18년 동안 하혈을 하던 여인은 예수님의 옷자락을 만지고 깨끗하게 치유가 되었습니다. 이 여인이 예수님 십자가의 길을 함께 하였고, 자신의 손수건으로 예수님의 얼굴을 닦아 드렸다고도 합니다. 또 다른 전승에서는 자캐오의 아내였다고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캐오의 집에 머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자캐오와 그 가족들을 축복해 주셨습니다. 자캐오의 부인은 늘 죄인취급을 받았던 남편을 따뜻하게 대해 주셨던 예수님을 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오늘 이 가정이 구원을 받았다고 하셨던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위험을 무릅쓰고 십자가의 길을 걸으시던 주님 곁에 가까이 가서 흐르는 땀과 피를 닦아 드렸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셨던 아름다운 비유가 있습니다. ‘착한 사마리아 사람’입니다. 사제, 율법학자,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강도를 맞아 피를 흘리던 사람을 외면하고 돌아갑니다. 그러나 사마리아 사람은 강도를 만나 쓰러진 사람을 업고 여관으로 데리고 갑니다. 치료를 해 주고, 돈까지 주면서 부탁을 합니다. 만일, 돈이 모자라면 돌아와서 더 드리겠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누가 강도를 만나 쓰러진 사람의 이웃입니까?’ 제자들은 한결같이 말을 하였습니다. ‘사마리아 사람’입니다.
오늘 우리는 순례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갑니다.
나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생각하고, 이제 그 십자가를 외면하기 보다는 함께 할 수 있도록 용기와 믿음을 청해야 갰습니다.
십자가 현양 축일
2010. 9. 14. 오전 9: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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