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동창신부님들과 함께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제가 없는 동안에 미사와 본당의 일을 해 주신 박신부님과 교우여러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행은 지금 나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새삼 확인하게 해 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매일 만나는 사람, 일, 잠자리는 참 소중한 것입니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알았습니다. 길을 찾기 위해서는 지도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새로운 곳으로 가기위해서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여행을 다니면서 도시의 중앙에는 언제나 성당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성당은 마을 사람들의 삶의 중심이었고, 성당은 마을 사람들에게 삶의 안식처였습니다. 신앙생활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지도를 가지고, 하느님 나라를 찾아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이제 나의 삶의 중심에는 늘 ‘신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주위에 가족, 이웃, 직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10년 전부터 금전 출납부를 쓰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금전 출납부를 쓰면서 제가 쓰는 돈의 용도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하니 돈이 많이 쓰여 지는 곳에 저의 마음도 많이 가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 큰돈은 아니지만 거의 대부분이 저를 위한 일에 쓰이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돕고 의미 있는 일에 쓰기 보다는 먹고 마시고 입고 노는 일에 돈을 쓰고 있었습니다.
금전 출납부를 보아도 그렇지만 만일 제가 선행의 출납부를 쓴다면, 기도의 출납부를 쓴다면, 사랑의 출납부를 쓴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생각합니다. 선행, 기도, 사랑의 출납부는 늘 마이너스를 기록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반대로 시기와 질투 게으름과 욕심의 출납부는 늘 빽빽하게 쓰여 지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여행 중에 아주 작은 마을에서 하루를 지낸 적이 있었습니다. 동네에서 식당을 찾다가 마을의 주민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 마을의 주민은 친절하게 저희들을 식당까지 안내해 주었습니다. 우리가 미안할 정도로 식당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었습니다.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려고 할 때도 옆 자리에 계시던 할머니께서 프랑스어를 잘 모르는 우리들을 위해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저는 몸은 젊지만 치아는 늙어서 질긴 것을 잘 먹지 못한다고 하자, 할머니께서는 자신도 잘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골라주셨고, 저는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을 따뜻하게 대해 주시던 시골 마을 분들의 친절은 이번 여행 중에서 가장 좋았던 추억이 되었습니다.
동양의 성현인 맹자가 제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만약에 지금 약손가락이 구부러져서 펴지지 않는다고 하자. 이것이 별로 아프지도 않고, 일을 하는데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만일 그것을 펴지도록 고쳐 주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진나라나 초나라같이 먼 곳이라도 기꺼이 찾아갈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손가락 하나가 구부러졌다고 걱정할 줄은 알면서도 자신의 마음이 비뚤어져 있는 것은 걱정할 줄 모른다. 이것은 무엇이 정말 값진 것인가를 모르기 때문이다.
두 손으로나 또는 한 손으로 잡을 수 있는 어린 오동나무라도 이것을 잘 키우려고 마음먹으면 그 방법을 알게 된다. 그러나 자기 자신에 대하여는 그 능력을 키우는 방법을 알려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자기 몸을 오동나무만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느 것이 더 귀하고 어느 것이 덜 귀한가를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안타까운 일이다.”
오늘 성서 말씀은 우리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참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고 있습니다. 제1독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얘야, 네 일을 온유하게 처리하여라. 그러면 선물하는 사람보다 네가 더 사랑을 받으리라. 네가 높아질수록 자신을 더욱 낮추어라. 그러면 주님 앞에서 총애를 받으리라. 정녕 주님의 권능은 크시고, 겸손한 이들을 통하여 영광을 받으신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하고 계십니다. “네가 점심이나 저녁 식사를 베풀 때, 네 친구나 형제나 친척이나 부유한 이웃을 부르지 마라. 그러면 그들도 다시 너를 초대하여 네가 보답을 받게 된다. 네가 잔치를 베풀 때에는 오히려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다리저는 이들, 눈먼 이들을 초대하여라. 그들이 너에게 보답할 수 없기 때문에 너는 행복할 것이다. 의인들이 부활할 때에 네가 보답을 받을 것이다.”
교우 여러분!
어느덧 8월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들판의 곡식들은 이제 곧 알찬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나의 삶이, 알찬 신앙의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겸손과 온유의 거름을 듬뿍 주어야 하겠습니다. “여러분이 나아간 곳은 시온 산이고, 살아 계신 하느님의 도성이며 천상 예루살렘으로, 무수한 천사들의 축제 집회와 하늘에 등록된 맏아들들의 모임이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