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월요일 동창신부들과 모임이 있었습니다. 내일 모레 금요일에 교구 인사이동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동창 중에 몇 명은 임기를 마치고 ‘중견사제 연수’를 신청했습니다. 동창 중에 몇 명은 ‘안식년’을 마치고 다시 본당 신부로 발령을 받기위해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제 생활 20년을 하면서 동창들의 모습을 봅니다. 학생 때 공부를 잘 했던 친구, 운동을 좋아했던 친구, 모임에서 활달하게 재능을 보여준 친구, 노래를 잘 하던 친구, 있는지 모를 정도로 말이 없던 친구들이 모두 본당 신부가 되어서 열심히 사목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친구이지만 존경하는 친구가 제게 이렇게 말을 하였습니다. ‘조신부는 설렁설렁하는 것 같은데도 잘 지내는 것을 보면 본당신부 체질이야!’ 저는 친구의 말을 듣고 생각을 했습니다. ‘사제란? 본당신부란?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이번 인사이동으로 다시금 본당 신부로 발령을 받는 동료 사제들을 생각하며, 저 자신이 걸어온 사제의 길은 무엇인가 돌아봅니다. 마침 오늘은 ‘본당신부의 수호성인’ 요한 마리아 비안네 신부님의 축일입니다.
사제는 첫째, 기도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아무리 유능하고, 박사학위가 많아도, 친화력이 좋고, 강론을 잘해도 기도하지 않는 사제는 곧 지치고, 시련과 고난 앞에 좌절하게 됩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주님께 기도하는 사제, 조용한 성당에서 조배하는 사제는 든든한 바위와 같아서 흔들리지 않습니다.
둘째, 사제는 책을 가까이 해야 합니다. 신학적인 지식은 새로운 것들이 등장합니다. 사제는 시대의 흐름을 알아야 하고,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볼 줄 알아야 합니다. 모든 것을 다 경험할 수는 없지만 책을 통해서 사제는 간접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인류의 지성들이 남겨준 인문학 서적은 사제들의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셋째, 사제는 건강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서울 교구와 같은 곳은 사제가 해야 할 업무가 많습니다. 단체들과 만남, 봉성체, 연도, 반모임, 면담, 성사집전과 같은 일들은 건강해야 잘 수행할 수 있습니다. 건강하지 못한 사제는 매사에 자신이 없고, 신자들의 요청을 다 수락할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사제는 꾸준한 운동으로 자신의 몸을 관리해야 합니다.
넷째, 사제는 재정에 투명해야 합니다. 본당의 헌금, 교무금은 모두 신자들의 정성어린 마음입니다. 본당의 예산은 특히 가난한 이들,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 쓰이도록 해야 합니다. 공사를 시작할 때는 신중하게 신자들과 상의를 해서해야 합니다.
다섯째, 사제는 강론 준비를 성실하게 해야 합니다. 강론은 사제의 특권이자, 의무입니다. 매일 강론, 주일 강론을 성실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성서 말씀을 잘 묵상하고, 그것을 시대의 흐름에 맞게 해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권위와 자신의 재능이 드러나기 보다는 하느님의 뜻과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날 수 있도록 강론을 준비해야 합니다.
특별히 2009년과 2010년은 ‘사제의 해’였습니다. 모든 사제들이 악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기쁘게 사제의 직무를 수행 할 수 있도록 기도 중에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영원한 사제이신 예수님!
주님을 본받으려는 사제들을 지켜주시어
어느 누구도 그들을 해치지 못하게 하소서.
주님의 영광스러운 사제직에 올라
날마다 주님의 성체와 성혈을 이루는 사제들을
언제나 깨끗하고 거룩하게 지켜주소서.
주님의 뜨거운 사랑으로
사제들을 세속에 물들지 않도록 지켜주소서.
사제들이 하는 모든 일에 강복하시어
은총의 풍부한 열매를 맺게 하시고
저희로 말미암아
세상에서는 그들이 더없는 기쁨과 위안을 얻고
천국에서는 찬란히 빛나는
영광을 누리게 하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