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2주간 토요일

2010. 9. 4. 오후 5:19:42

글자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목요일 새벽에 태풍 곤파스가 우리나라를 지나갔습니다. 아파트 유리가 떨어져 나가고, 나무가 뿌리가 뽑히고, 큰 건물들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우리 성당의 뒷마당에 있던 나무들도 뿌리가 뽑혀 쓰러졌습니다. 이번 태풍에 부서지고, 쓰러진 것들은 작은 나무나 꽃은 아니었습니다. 대부분 큰 나무들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저는 태풍이 지나가 자리를 보면서 생각을 하였습니다. ‘우리의 능력이 크고, 우리의 힘이 세다고 하지만 자연의 힘 앞에 우리는 무력한 것처럼,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는 힘과 권력이 아니라 어쩌면 작은 나무와 풀 같은 겸손한 자세가 아닐까!’

그날 아침 성당 옆의 건영 아파트의 관리소장님이 사무실로 찾아오셨습니다. 성당 쪽의 나무 2그루가 건영 아파트 쪽으로 넘어졌고, 쓰러진 나무 때문에 주차해 있던 차량 2대가 피해를 입었으니 보상을 해야 한다고 말을 하였습니다. 법적인 것은 잘 모르지만 성당 쪽의 나무가 쓰러져서 피해를 입었다면 도의적인 책임도 있을 것 같아서 건영 아파트 주차장으로 가보았습니다. 성당 쪽에서 큰 나무 2그루가 쓰러져 있었고, 2대의 차량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천재지변이라고 하더라도 사유지에서 발생한 사고로 피해를 입었다면 사유지의 소유주가 보상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성당의 지적도를 보고 과연 그 나무가 성당에 속한 것인지 확인을 해 보았습니다. 다행히 나무는 성당 쪽에서 2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습니다. 사무실에서 지적도를 복사해서 아파트 관리소장에게 드렸고, 우리 쪽에 속한 나무가 아니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번 일을 처리하면서 법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때로 법은 우리의 상식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법이 차선을 될 수 있지만 최선의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최근에 법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아 복역을 한 사람들에 대해서 무죄판결을 내린 적이 있습니다. 억울하게 복역을 한 당사자와 함께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했던 가족들은 무죄판결로 억울함을 씻을 수는 있지만 그동안 받았던 고통과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또한 법의 무력함을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이광재 강원도 도지사는 헌법 재판소의 판결에 따라서 도지사 업무에 복귀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도지사로 당선된 후에 3달간 업무를 볼 수 없었던 것도 지방자치단체 법에 의한 판결이었습니다. 장관의 딸이 특별채용 된 것에 대한 말이 많습니다. 이 또한 법 규정으로는 큰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습니다. 법 이전에 사람들의 감정이 앞서기 때문일 것입니다.

교회에도 교회법이 있습니다. 교회는 2000년의 역사를 거치면서 성장한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법을 제정하지는 않으셨지만 교회는 조직을 유지하고, 관리하기 위하여 많은 법을 제정하였습니다. 주교,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의 삶을 규정하는 법이 있고, 교회의 재산관리에 대한 법이 있으며, 성사생활에 대한 법이 있습니다. 때로 이 교회의 법 때문에 신앙생활, 특히 성체를 모시지 못하는 신자들을 보게 됩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혼인법에 의한 장애 때문입니다. 어떤 경우는 법을 몰라서 그런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는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신앙생활을 위한 교회의 법들은 분명 필요합니다. 하지만 본당 신부와 상의를 하면 교회법에 의한 장애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이 있습니다.

모든 법은 공정하게 집행되어야 하고,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지켜져야 합니다. 그러나 그 법을 만든 것도 사람입니다. 그 법을 집행하는 것도 역시 사람입니다. 법치주의라는 말이 사람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억울하고, 가난한 사람들, 법을 몰라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을 위한 법치주의가 되어야 합니다. 법을 모르는 사람들도 그 법 때문에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법치주의가 되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들려주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다시 한 번 묵상합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이다.”

댓글 2

  • 2010년 9월 4일 오후 8:49

    아멘!

  • 2010년 9월 4일 오후 10:14

    어쩌면 처음과 끝이 이렇게 매끄럽게 유창할까요 듣는이가 아니 읽는이가 눈을 크게 뜨게 만드시는 우리신부님 늘 홧팅입니다.

매일복음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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