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강림 대축일

2010. 5. 23. 오전 5:12:58

글자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석양의 노을이 아름다운 것은 다음날 태양이 또 떠오르리라는 믿음과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제가 오늘 저녁에 잠자리에 편안하게 들 수 있는 것도 내일 또 제가 깨어나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태양이 오늘 지고 다시 떠오르지 않는다면 석양의 노을이 아름다울 수 없고, 오늘 잠자리가 나의 마지막이라면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상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다음 제자들과 함께 계시다가 그냥 승천만 하셨다면 아마 교회는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성장하지 못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십자가와 부활은 2000년 전에 있었던 하나의 사건으로 하나의 역사로 기억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 교회가 20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존재하고 예수님을 우리의 구세주고 믿고 신앙으로 고백하는 것은 예수님께서 승천하시면서 우리에게 성령을 보내 주셨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성령강림 대축일입니다. 성령은 은사입니다. 교회는 성령의 은사를 구체적으로 7개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봉헌을 하면서 성령의 은사를 하나씩 뽑을 것입니다. 성령의 은사는 ‘슬기, 통달, 의견, 지식, 굳셈, 효경, 두려움’입니다. 그리고 이 은사는 우리가 받아들일 때, 열매를 맺습니다. 성령의 열매는 ‘사랑, 기쁨, 평화, 인내, 친절, 선행, 진실, 온유, 절제’입니다. 오늘 우리가 뽑은 성령의 은사를 통해서 성령이 주시는 열매를 맺으시기 바랍니다. 성령은 따뜻함을 주고, 용기를 주고, 희망을 줍니다. 성령의 열매는 우리가 받아들이는 마음에 따래 풍성하게 열립니다.

어제 선교 산악회에서 소백산으로 산행을 다녀왔습니다. 일기예보는 오후부터는 비가 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소백산에 도착해서 미사를 드리는데도 날씨는 구름이 있었고, 곧 비가 올 것 같았습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일행이 모두 산행을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비는 거의 내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조금씩 내리는 비가 산행으로 흐르는 땀을 식혀 주었습니다. 산행을 함께하신 분들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신부님께서 열심히 기도를 해서 비가 오고 싶어도 내리지 못했습니다.’우리는 함께 기도했고, 그런 우리들의 마음이 있었기에 비는 내리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비가 내리거나 내리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들의 마음입니다.

오늘 강론은 겟세마니 피정의 집에서 들었던 배광하 신부님의 강의를 요약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 또한 성령의 이끄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스, 모 방송국에서는 연말이면 프랑스인들 상대로 설문 조사를 하였습니다. ‘여러분 은 누굴 가장 존경합니까?’ 프랑스인들은 2007년까지 변함없이 한 분을 가장 존경한다고 응답하였습니다. 그분은 2007년에 선종하신 ‘아벨 피에르 신부님’이었습니다. 아벨 피에르 신부님은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평생 헌신하셨습니다. 프랑스 월드컵 우승의 주인공, 지네딘 지단이 프랑스의 우승을 이끌었고, 그의 인기가 폭발적이었어도 인기투표 1위는 피에르 신부님이었습니다.

신부님은 2007년도에 선종했습니다. 1월 22일 마지막 월요일에 선종하였고, 대통령은 애도 성명을 발표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 우리는 가장 위대한 성자를 잃었습니다.” 신부님의 장례는 노트르담 대 성당에서 프랑스 국민장으로 치렀습니다. 이분이 시작한 운동은 ‘엠마우스’운동. 이었습니다. 엠마우스는 예수님을 자신들의 집으로 초대한 루가복음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을 집으로 초대했고, 예수님과 함께 식탁에서 빵을 나누어 먹을 때, 그분이 예수님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피에르 신부님은 그 성서 말씀을 생각하며 ‘엠마우스’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신부님은 어느 해 겨울에 세입자가 얼어 죽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방송국으로 달려가서 이렇게 방송을 하였습니다. “지금 얼어 죽은 어머니와 아들의 시체를 보았습니다. 여러분이 돕지 않으면 얼어 죽을 사람이 많습니다. 모토와 텐트, 식량이 필요합니다.” 방송을 들은 프랑스 국민들이 성금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가난한 세입자들에게 거리로 쫓겨나온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 뒤로 신부님은 평생을 집 없는 사람을 위해서 봉사하였습니다. 거리에서 지내는 사람들을 집 없이 걸어가는 예수님이라고 생각하고, 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94세까지 사신 신부님은 ‘피에르 신부의 유언’이라는 책을 냈습니다. 그 책에서 신부님은 소중한 사람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신부님은 다니엘 지강을 소개합니다. 다니엘 지강은 농부의 아들이었고, 사제가 되길 원했습니다. 그러나 폐결핵으로 사제가 되지 못하였습니다. 신부님이 이야기를 듣고 신부님과 함께 힘든 일을 하면서 10년 이상을 살았습니다. 다니엘 지강은 사람들이 ‘하느님 맙소사’라는 말을 할 때만 화를 냈습니다. 선함이 충만한 분노였습니다. 다니엘 지강은 세상을 떠난 마지막 날 밤에 그의 탁자에는 노트가 한권 있었습니다. 노트의 마지막 말은 ‘주님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로 왔다.’ 신부님은 ‘다니엘 지강은 내가 만난 성자 중에 하나였습니다. 섬기다가 세상을 떠난 진짜 성자였습니다.’라고 회상하였습니다.

신부님이 기억하는 다른 한명은 ‘루시코 타지앙’이라는 분이었습니다. “40년 가까이 그녀는 나를 도왔다. 그녀의 영웅적 행위는 다른 사람의 그늘에서 40년을 살았다는 것이다.” 그녀는 ‘엠마우스 공동체’의 소식을 들었고, 신부님을 찾아왔습니다. 그녀는 “타자, 우편물 정리, 전화, 시장 보기, 주방 일”을 하면서 40년을 신부님 곁에서 살았습니다. 신부님은 그녀가 세상을 떠난 후 사제관에서 밀렸던 우편물을 정리하다가. 전화 받다가, 장을 보러가다가, 요리를 하면서 전에는 몰랐던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녀는 신부님의 큰 버팀목 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큰 소리를 내면서 울었습니다. ‘그녀의 영웅적인 행위는 다른 이의 그늘에서 40년을 살았다는 것이다.’

마더 데레사 수녀님은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고, 곧 성인품에 오를 것입니다. 그러나 수녀님 혼자서 그 모든 일을 하신 것은 아닙니다. 이름이 없는 많은 봉사자가 있어서 마더 데레사 수녀님이 있을 수 있었습니다. 피에르 신부님도 혼자서 모든 일을 이룬 것은 아닙니다. 봉사자들이 도왔기에 신부님이 가난한 이들을 도울 수 있었습니다. 2000년 가톨릭 역사도 그렇습니다. 성인성녀만이 아니라. 모든 위인들도 혼자 그 자리에 올라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름 없는 봉사자가 있었습니다. 밑바닥에서 도왔던 봉사자들이 있었습니다. 예수님도 혼자서 하지 않으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의 뒤를 따랐습니다.

예수회의 신부님께서 이런 강론을 하였습니다. “강의를 잘 하시는 유명한 신부님과 평생 수도회 안에서 기도를 하며 지내던 수사님이 함께 선종을 하였습니다. 당연히 신부님의 장례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연도를 하였고, 성대하게 주교님께서 장례미사를 집전해 주었습니다. 수사님의 빈소에는 사람들도 별로 오지 않았고, 수도원 식구들만 조용하게 장례미사를 하였습니다. 이 두 분 중에 한분만 천국으로 가야 한다면 하느님께서는 누굴 데리고 가실까요? 사람들은 대답하였습니다. 신부님은 세상에서 보상을 많이 받았으니, 수사님을 데리고 가실 것 같습니다.”

만일 우리들이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충실하게 살았다면 우리들 역시 하느님께서 불러 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하는 나눔, 도움을 봉사라고 하라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봉사는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하는 나눔과 도움은 은총을 받는 일입니다.
오늘 성령강림 대축일을 지내면서 우리 모두 성령의 은사를 받아, 삶을 통해서 성령께서 주시는 열매를 풍성하게 맺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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