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어제 새벽미사에 복사를 서는 아이들에게 질문을 하였습니다. ‘내일은 무슨 날인지 아니?’ 아이들은 노는 날이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제가 원한 대답은 ‘어버이 날’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어버이날보다는 노는 토요일이 먼저였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탓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어린이날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제게 전화를 하셨습니다. 부모님의 마음에는 나이가 많은 아들도 늘 걱정과 기도의 대상이기 때문에 곧 50인 제게도 어린이날이라 전화를 하신 것인가 생각하며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머니께서는 형 부부와 형의 아이들이 찾아왔다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음력으로 생일을 지내시는데 올해는 어린이날이 어머니의 생일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형 부부가 생일을 잊지 않고 찾아와서 선물도 주고, 함께 식사를 하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순간 저는 어머니의 생일을 기억하지 못했음을 알았습니다. 전화로 축하의 인사를 드리고, 내일 찾아뵙겠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마음속으로 부끄러웠습니다. 부모님께 효도를 하고, 가족들이 화목하게 지내야 한다고 말은 하지만 저 자신은 잊고 지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한 번도 저의 생일을 잊어버린 적이 없으셨습니다. 기도를 하셨고, 작은 선물도 준비해주셨고, 전화도 하셨습니다. 저는 멀리 있을 때는 멀리 있다는 이유로, 바쁠 때는 바쁘다는 이유로 잊어버린 적이 많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한 번도 우리를 잊어버리지 않으십니다. 언제나 같은 마음으로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우리가 하느님께서 주시는 사랑을 잊어버리고, 다른 곳을 바라 볼 때가 많은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늘은 ‘어버이날’입니다. 어제 의정부 부모님께 다녀오면서 감사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늦은 선물로 동생 수녀님과 함께 여행을 다녀오시도록 준비를 하였습니다. 부모님께서 동생 수녀님과 어버이날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리라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은 편해집니다. 오늘 본당에서는 작은 잔치를 마련하였습니다. 작년과 같이 가정분과에서는 어르신들을 위해서 점심을 준비하였습니다. 성가대에서는 어르신들을 위해서 노래를 준비하였습니다. 작년에 ‘어머니 은혜’를 부를 때, 저도 가슴이 찡했던 기억이 납니다. 올해는 노인대학에서 어르신들께서 우리들을 위해서 노래를 준비하셨다고 합니다. 부모님을 생각하고, 어르신들을 공경하는 뜻 깊은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예전에 레지오 단원들이 피정을 갔을 때, 신부님께서는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레지오 단원들의 첫째가는 직무는 무엇입니까? 어떤 분은 출석이라고 답을 하셨고, 어떤 분은 선교라고 답을 하셨고, 어떤 분은 사랑이라고 답을 하셨습니다. 또 어떤 분은 기도라고 답을 하셨습니다. 신부님께서는 모든 답에 점수를 주시면서 가장 정확한 대답은 ‘자기성화’라고 하였습니다. 자신이 성화되면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출석을 하고, 자신이 성화되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선교하며, 자신이 성화되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기도 할 수 있다고 말을 하였습니다.
우리는 주변에서 자신은 성화되지 않았으면서 남을 성화시키려고 하는 분들을 볼 때가 있습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의지와 뜻이 먼저 이루어지기를 원하는 분들을 볼 때도 있습니다. 힘으로 신앙생활을 하면 곧 지치게 됩니다. 힘이 빠지면 다른 사람들 때문에 신앙이 식어버립니다. 즐거웠던 일들도 시들해지고, 성당에 나오는 것도, 기도하는 것도 재미가 없어집니다. 자신의 힘으로 신앙생활을 하기 때문입니다.
성화된 신앙을 가진 사람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기도할 수 있으며 사랑을 나눌 수 있습니다. 무엇이 우리를 성화시킬 수 있을까요? 그것은 바로 주님 곁에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가전제품도 전원이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그저 고철에 지나지 않습니다. 전원이 연결되어야만 텔레비전도, 컴퓨터도, 냉장고도 기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성화되는 것이 아니라, 주님과 함께 연결될 때, 주님 곁에 머무를 때 성화될 수 있습니다. 오늘 응송은 이렇게 말을 합니다. “너희는 알아라, 주님은 하느님이시다. 그분이 우리를 지으셨으니 우리는 그분의 것, 그분의 백성, 그분 목장의 양 떼라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성화된 신앙인은 박해를 받을 수 있고, 고독할 수 있으며, 십자가를 지고 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길은 우리를 살리는 길이고, 그 길이 영광과 부활의 길이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모든 것을 바쳐서 자녀들을 사랑하시고, 자녀들을 위해서라면 어떤 고통과 아픔도 받아들이시는 이 땅의 부모님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드립니다. 부모님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