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월요일에 13구역 반모임이 있었습니다. 반모임 장소로 가려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서 20층까지 걸어 오셔야 하니, 모임 시간을 한 시간 늦추면 좋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날 점심에 동창신부님 모임도 있고, 20층 정도 걸어가는 것이 운동도 되고 좋다고 생각을 해서 그냥 정해진 시간에 하자고 했습니다. 막상 20층을 걸어 오르려니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제가 도착한 시간에 엘리베이터가 작동이 되었습니다. 조심스럽게 올라가는데 17층쯤에서 엘리베이터가 작동이 되질 않았습니다. 함께 타고 있는 분들이 ‘신부님이 계시니까 걱정하지 않아요.’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실 저도 그렇게 엘리베이터 안에서 갇힌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약간 걱정은 했지만 웃으면서 곧 문이 열릴 거라고 말을 했습니다. 다행히 엘리베이터는 17층에서 열렸고, 우리는 3층을 쉽게 걸어갔습니다. 다른 분들은 모두 걸어서 20층 까지 올라오셨습니다. 반모임을 하기 위해서 20층까지 걸어 올라오신 분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이 더욱 진하게 내리시길 기도했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지 않아서 인지, 그날 복음 묵상 내용은 거의 ‘문’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반모임 마치고 내려올 때는 가벼운 마음으로 걸어 내려왔습니다.
자녀들은 부모님을 통해서 배운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인격과 품성은 가정에서 배우게 됩니다. 부모님이 서로 말을 함부로 하면 자녀들은 그 태도를 배우게 됩니다. 부모님이 시부모님을 모시지 않겠다고 다투면 그것을 보고 자녀들은 배울 것입니다. 부모님이 술을 좋아하고, 기도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나중에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모님이 책을 읽지 않고 텔레비전만 보면 아이들도 나중에 책을 멀리하고 텔레비전만 볼 것입니다.
부부가 늘 서로 존경하고, 힘든 일을 도와준다면 아이들은 그것을 보고 따라 할 것입니다. 부모님이 시 부모님을 위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모시려고 하고, 늘 어른들을 공경하면 아이들은 그것을 보고 나중에 지금의 부모님께 똑같은 공경과 효도를 할 것입니다. 부모님이 늘 기도하고, 신앙 안에서 충실하게 살아가면 아이들도 신앙생활을 삶의 중심에 놓을 것입니다. 부모님이 책을 가까이 하면 자녀들도 책을 가까이 할 것입니다.
저의 부모님은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제 기억에 한 번도 큰 소리로 다투신 적이 없었습니다. 시골에서 친지들이 오시면 며칠씩 지내고 가시도록 하였습니다. 어머니는 늘 아버지의 자리를 마련해 주셨고, 아버지에 대한 존경을 강조하셨습니다. 아버님이 외출하셨다가 돌아오시면 따뜻한 물을 떠다가 발을 씻겨 드리곤 하였습니다. 이제 연로하신 아버님께서 어머니를 위해서 많은 일을 하는 것을 봅니다. 어머니가 아프시면 밥도 하시고, 방도 치우시곤 합니다. 물질적인 것을 물려주시지는 않으셨지만 신앙을 주시고, 서로 존경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 주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나를 믿는 사람은 나를 믿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을 믿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보는 사람은 나를 보내신 분을 보는 것이다.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나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어둠 속에 머무르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나를 보는 사람은 나를 보내신 분을 보는 것이라는 말씀이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으로 하느님을 증거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자비하시고, 기다려 주시며, 끝까지 우리를 사랑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느님께로 갈 수 있는지를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우리에게 전해 주셨습니다. 누구든지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고 지키면 하느님을 만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행동으로 하느님을 증거하셨습니다. 가난하고, 병들고, 헐벗은 사람들과 늘 함께 하셨습니다. 병자들을 치유시켜 주셨고, 죄를 지은 사람들은 용서해 주셨습니다. 제자들과 함께 하시면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기도로 하느님을 증거하셨습니다. 늘 따로 한적한 곳에 가셔서 기도를 하셨습니다. 마지막 때에 이르러서는 겟세마니 동산에서 밤을 새워 기도하셨습니다. ‘아버지 제게서 이 잔을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십시오.’라고 기도하셨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사도들은 예수님의 말씀, 행동, 기도를 자신들의 삶으로 증거하였습니다. 복음을 전하였고, 기도했으며, 서로 격려하였고, 용기를 주었습니다. 그런 사도들의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도인이 되었습니다.
어린 아이들의 손을 잡고 20층까지 반모임을 오신 자매님들을 보고서, 아이들은 참된 신앙의 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들도 주님의 자녀로서 주님께서 보여주신 길을 따라가야 하겠습니다. 사람들이 우리들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예수님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우리들 또한 우리의 뜻이 이루어지기 보다는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