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 수요일

2010. 2. 17. 오전 8:27:24

글자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 사순 시기가 시작됩니다. 사제는 회개와 속죄를 상징하는 ‘자색 제의’를 입습니다. 미사 전에 사제는 재를 축복하여 머리에 얹는 예식을 거행합니다. 사람의 출발이 흙이었음을 상기시키는 것입니다. ‘재의 수요일’은 이 예식에서 비롯된 명칭입니다. 재는 지난해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축복했던 나뭇가지를 태운 것입니다. ‘재를 머리에 뿌리는 것’은 전통적인 참회의 상징입니다. 다윗이 그랬고, 니네베 사람들도 그렇게 하였습니다. 오늘은 금식재와 금육재를 함께 지킴니다.

사순 시기 동안 희생과 봉사의 생활을 하는 것은 교회의 오랜 전통입니다. 신자들은 이 기간 동안 지난날의 잘못을 돌아보며 계명에 충실할 것을 다짐합니다. 스스로 극기와 절제의 생활을 하며 이웃에게 사랑을 베풀 기회를 자주 마련합니다. 이렇게 사순 시기의 특별한 은총을 체험하게 됩니다. 특별히 ‘십자가의 길’ 기도를 자주 바침으로써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고, 생활 속에 자신의 십자가를 묵상하게 됩니다.

어릴 때, 동네에 싸움을 잘하는 형들이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그게 굉장히 보기 좋고 남자답게 보였습니다. 형들이 싸움을 하면 모두가 무서워했습니다. 형들은 4형제였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형제들을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습니다. ‘첫째, 둘째, 셋째, 넷째’라고 불렀습니다. 그 형들을 따르고, 함께했던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그 중에는 저의 작은 형도 있었습니다. 나중에 저도 그런 형들과 함께 어울리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데 작은 형은 제게 이렇게 말을 하였습니다. ‘너는 이런 생활 따라하지 말고 공부해라!’ 처음에는 그렇게 말하는 형의 말이 야속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 생활은 화려하고, 재미있어 보이지만 결국은 때린 만큼 맞을 수도 있고, 경찰서에도 왔다 갔다 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작은 형의 말이 참 고마웠습니다. ‘너는 이런 생활 따라하지 말고 공부해라!’

이제, 어린 시절처럼 동네 불량배들의 모습을 따라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살면서 또 다른 것들을 좋아하고 따라가는 저의 모습을 보곤 합니다. ‘체면, 권위, 욕심’을 따라가려고 합니다. 그것들이 주는 안락함과 편안함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들을 인정하고 배려하기보다는 먼저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욕심이란 바닷물을 마시는 것 같아서 가지면 가질수록 더욱 갈증이 나는 것인데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합니다. ‘교만, 시기, 질투, 원망’의 늪에 빠지는 저의 모습을 보곤 합니다. 나의 허물과 잘못은 합리화 하려고 합니다. 다른 이들의 성공과 기쁨을 애써 무시하려고 하고, 받아들이려하지 않습니다. 나의 실패와 좌절은 나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남의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순시기는 이와 같은 허상을 따라가려는 우리의 마음을 돌리는 것입니다. 몸은 살찌우지만 마음을 황폐하게 하는 것들을 멀리하도록 우리의 마음을 돌리는 것입니다. 세상의 것들로는 채울 수 없는 참된 행복, 기쁨, 사랑을 찾도록 우리의 마음을 돌리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순시기에 해야 하는 것은 하느님께로 우리의 마음을 드리는 ‘회개’입니다. 회개는 단식, 기도, 자선, 나눔, 희생을 통해서 드러나야 합니다. 2010년 사순시기를 지내면서 내가 따라가려고 했던 허상은 무엇인지 돌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하느님께로 마음을 돌려 주님의 수난과 십자가를 따라가야 하겠습니다. 그 길만이 우리를 참된 생명에로 이끌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댓글 1

  • 2010년 2월 17일 오후 2:59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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