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3주간 금요일

2010. 1. 29. 오전 9: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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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며칠 전에 교우분들과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한 자매님은 어릴 때의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아버님은 아주 엄격한 신앙인이셨습니다. 성당에 갈 때, 미사보를 준비하지 않고 가면 아예 성당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셨고, 성당 앞에서 기다리라고 하였습니다. 미사를 드릴 기본자세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미사를 드릴 자격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자매님은 그런 아버님을 통해서 엄격하신 하느님을 배웠지만, 자유롭고 성령이 충만한 신앙은 배우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성당에 오면 조심스럽고, 긴장이 된다고 하십니다. 저 역시도 어릴 때, 기도를 하지 않으면 밥을 주지 않는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하느님은 엄격하신 분이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하느님은 어떤 분이실까요?

다른 자매님은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요즘 성당에 오면 예전과는 달리 많이 소란스럽습니다. 조용히 기도하고, 하느님의 뜻을 찾아야하는 성당에서 옆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경우를 봅니다. 어떤 분은 미사 중에 핸드폰의 문자를 보기도 합니다. 지난번에 어떤 자매님은 미사 시작부터 옆 사람과 대화를 하였고, 미사를 마칠 때까지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분심 중에 미사를 드린 날이었습니다.’ 자매님은 성당에는 조용히 기도할 수 있도록 신부님께서 따끔하게 이야기를 해 주시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조용히 기도하고 있는 성당에서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는 일, 옆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긴 합니다.

또 다른 자매님은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어떤 본당에서 한 친구가 전화를 했습니다. 본당에서 반장 일을 보는 분이었다고 합니다. 구역의 한 자매님께서 성체를 모셔다가 병중에 있는 남편에게 드렸다고 합니다. 남편은 아직 신자가 아닌데 암에 걸렸고, 성당에는 다니지 않았지만 사제가 나누어 주는 성체를 받아 모시고 싶어 했다고 합니다. 반장님은 그 사실을 알았고, 걱정이 돼서 전화를 하였습니다.’ 당연히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하였고, 성체를 모독하는 일이라고 하였답니다. 그런데 성체를 받아 모셨던 자매님의 남편이 기적적으로 병이 나았다고 합니다. 율법과 법에 따르면 안 되는 일이었지만 남편을 지극히 사랑하는 아내의 정성이 남편을 살렸다고 생각을 하였다고 합니다. 남편은 건강을 회복하고 세례를 받고 지금은 열심히 신앙생활을 한다고 합니다. 자매님은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하느님은 율법과 계율을 훨씬 뛰어넘는 분이심을 알았습니다.’

어제는 서서울 지역 교육담당 사제모임이 있었습니다. 신부님들은 모두 첫 본당과 처음 만난 본당 신부님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첫 본당에서의 사제 생활이, 처음 만난 본당 신부님과의 만남이 사제생활 전체에 큰 영향을 준다고 말을 하였습니다. ‘엄하고 율법적인 본당 신부님’을 만나면 사제생활을 하면서 그런 모습을 따라간다고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런 신부님의 모습을 싫어하면서도 나중에 보면 자신도 그런 사제의 길을 가고 있음을 본다고 합니다. 그런가하면 ‘자유롭고, 편안한 신부님’을 만나기도 합니다. 신부님께서 좀 더 엄격하기를 바랐고, 규칙적이기를 원했지만 본인도 나중에 보면 그렇게 자유로운 사제가 되었다고 말을 하였습니다.

저는 처음 만난 본당 신부님이 무척 자유로우신 분이었습니다. 신자들에게 야단을 치지 않으셨고, 모든 일들은 사목위원들에게 위임을 하셨습니다. 보좌신부들에게도 늦게 들어온다고 야단을 치지 않았고, 모든 것은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해 주셨습니다. 엄격한 규율이 있던 신학교에서 나와 첫 번째 본당에서 만난 신부님이 자유로우신 분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좀 힘들었지만 나중에는 참 편하게 지냈습니다. 저 역시도, 그때 만난 신부님의 모습을 많이 배운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겨자 씨’의 비유를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작은 겨자씨와 같다고 하셨습니다. 우리 눈에는 아주 작은 씨앗이지만 그 안에는 엄청난 것들이 담겨 있다고 하셨습니다. 씨앗에서 싹이 나고, 커다란 나무가 나오고, 새들이 쉬어가는 둥지를 틀 수 있도록 해준다고 하였습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지켜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우리를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악의 유혹으로부터 지켜주고, 우리의 신앙생활이 성장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면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형식과 율법을 뛰어넘는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하셨고,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서 있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셨으며,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신앙의 충실함이 없는 자유로움은 악의 유혹 앞에 쉽게 넘어가게 마련입니다. 영적인 자유가 없는 엄격함은 자신은 물론, 타인까지도 비난하고, 심판하려고 하기 쉽습니다. 영적인 자유로움이 가득한 엄격함이면 좋겠습니다. 내적으로 신앙에 충실한 자유로움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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