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14일에 ‘이태석 신부’님이 선종했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저와 나이가 비슷한 신부님이십니다. 의사가 먼저 되었고, 나중에 사제가 되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아프리카의 남수단으로 가셔서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 주었고, 아이들에게는 음악을 가르쳤고, 지치고 힘든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해 주셨습니다. 8년간 아프리카에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작년 초에 잠시 한국에 들렸고,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말기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1년가량 투병생활을 했지만 안타깝게도 지난 14일 하느님 품으로 가셨습니다.
신부님의 선종소식을 들으면서 몇 가지 생각을 하였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눈에 ‘의사’이면서 ‘사제’가 되는 것은 힘든 결정이고, 보통은 하지 않는 결정입니다. 의사로 생활을 하면 존경도 받을 수 있고, 경제적으로도 여유 있는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신부님은 의사로서의 일을 하면서, 성직자의 길을 선택하였습니다.
사제가 되었어도 가난하고, 어려운 나라, 내전 때문에 사회가 불안한 나라를 선택하는 것은 정말 힘든 선택입니다. 누가 가라고 한 것도 아니고, 신부님은 ‘아픈 사람에게 의사가 필요하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서 먼 나라, 가난한 나라,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나라를 선택했습니다.
보통은 이렇게 누군가를 위해서 희생을 하고, 모든 것을 바치면 건강이라도 주셔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건강한 몸이 있어야 선교도, 치료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말기 암 판정을 받고 힘겨운 투병생활을 하는 신부님께서 조금은 불평을 해도 이해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부님께서는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도 남수단의 어린이들을 생각했고, 그분들을 위해서 도움이 될 만한 일들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이렇게 이야기 하셨습니다. ‘제가 이렇게 아픈 것도 하느님의 뜻이겠지요. 그 뜻이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오랜 내전 때문에 살벌해진 아이들이 신부님께 음악을 배웠고, 연주를 하면서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합니다. ‘신부님의 사랑으로 칼과 총을 녹여서 호미와 낫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증오와 미움으로 가득했던 아이들의 마음이 신부님의 사랑으로 따뜻하게 변했다고 합니다.
오늘 제1독서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을 합니다. “주님의 말씀을 듣는 것보다 번제물이나 희생 제물 바치는 것을 주님께서 더 좋아하실 것 같습니까? 진정 말씀을 듣는 것이 제사 드리는 것보다 낫고, 말씀을 명심하는 것이 숫양의 굳기름보다 낫습니다.” 의사이면서 사제가 되는 길을 선택한 것이, 편하고 쉬운 길이 있음에도 먼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를 선택한 것이, 건강한 몸이 병으로 쇠약해 졌지만 하느님의 뜻을 찾는 것이 주님께서 더 좋아하는 일이었습니다. 신부님은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지만 안타깝게도 젊은 나이에 하느님의 품으로 가셨습니다. 하지만 신부님의 선택이 참된 위로와 기쁨을 주는 선택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신앙생활을 하는 우리들은 낡은 것들, 세상의 것들, 시기와 질투, 미움과 분노를 우리의 마음에 담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비록 힘들고 험난해도, 주님의 사랑을 우리의 마음에 담아야 하겠습니다. 주님! 세상을 떠난 이태석 요한 사제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