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9주간 수요일

2009. 10. 21. 오후 3: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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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다음 주 토요일과 11월 첫째 토요일에 ‘혼인미사’가 있습니다. 한번은 우면동 성당에서 있고, 다른 한번은 서초3동 성당에서 있습니다. 혼인을 앞둔 젊은이들은 많은 준비를 하게 됩니다. 혼인할 장소를 선택하고, 사진도 미리 찍고, 결혼반지도 사고, 드레스도 준비하고, 양쪽 집안의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준비합니다. 결혼 후에 있을 신혼여행의 장소도 미리 준비합니다. 결혼 후에 살게 될 집도 미리 장만하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되면 성당에 와서 ‘혼인면담’을 합니다. 혼인면담을 하면서 두 사람이 왜 결혼을 하는지를 알려주는 ‘혼인 전 진술서’를 작성합니다.

저는 혼인면담을 하면서 제가 주례를 할 경우에는 꼭 숙제를 하나 줍니다. 숙제는 혼인을 하기 전에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편지로 적어서 제게 달라는 것입니다. 신랑과 신부 당사자들은 서로 얼마나 사랑하는지, 왜 혼인을 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잘 해 줄 것인지를 써서 제게 보내 줍니다. 외적인 준비는 대게 잘 하는 것을 봅니다. 다른 사람들이 혼인하는 것을 미리 보기도 하고, 혼인할 성당에 미리 찾아가서 분위기를 살펴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내적인 준비를 하는 데는 조금 소홀한 경우가 있습니다. 혼인을 하기 전에 고백성사를 보고, 혼인강좌를 이수하고, 두 사람의 앞날을 위해서 기도하는 시간을 내는 경우가 많지는 않습니다.

우리들의 신앙생활도 비슷합니다. 세례를 통해서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으면,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것이 무엇인지, 하느님께서 중요하게 여기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들을 위해서 많은 것들을 준비하셨습니다. 세상을 창조하셨고, 예언자들을 보내 주셨으며, 외아들 예수님을 보내 주셨습니다. 예수님을 믿고,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서 살면 세상에 살면서도 천국의 기쁨을 느낄 수 있고, 죽어서도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이제, 우리가 하느님의 크신 사랑과 자비를 깨닫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크신 사랑에 감사드리며, 하느님의 자녀답게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제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영적으로 깨어 있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오늘은 언제, 어디서나 늘 성실하여야 한다고 하십니다. 군대생활을 하면서 많이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군대는 요령이다.’ 요령껏 일을 하고, 요령껏 쉬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누가 보면 열심히 일하고, 보지 않으면 적당히 쉬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군대를 원해서 가는 사람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요령껏’ 지내는 것에 대해서 죄책감도 없고, 다들 그렇게 지내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어떤 군인들은 누가 보든 보지 않던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최선을 다하는 군인들은 드러나게 마련이어서 부대의 표창도 받고 휴가를 다녀오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적당히 요령껏 살아도 군 생활 3년은 지나 갈 것입니다. 주어진 일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최선을 다해도 군 생활 3년은 지나갑니다. 그러나 결과는 아주 다를 것입니다.

저도 작은 경험이 있습니다. 이등병 때의 일입니다. 잔디밭에 비료를 주는 일이 제게 맡겨졌습니다. 조금씩 골고루 비료를 뿌려주어야 했습니다. 조금 뿌리다가 힘도 들고, 날씨도 덥고, 누가 보지도 않고 그래서 여기저기 듬뿍 듬뿍 비료를 뿌려 주었습니다. 쉽게 일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난 후에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조금씩 골고루 비료를 뿌린 자리는 잘 자라고 있었는데, 한꺼번에 많이 뿌린 곳의 잔디는 노랗게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너무 많은 비료를 뿌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의 복음 말씀을 묵상하면서 20년 전의 군 생활이 떠올려 봅니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꾸준해야 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주님께 의지하면서 기도와 나눔을 실천해야 합니다. “행복하여라, 주인이 돌아와서 볼 때에 그렇게 일하고 있는 종!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주인은 자기의 모든 재산을 그에게 맡길 것이다. 그러나 만일 그 종이 마음속으로, ‘주인이 늦게 오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하인들과 하녀들을 때리고 또 먹고 마시며 술에 취하기 시작하면, 예상하지 못한 날, 짐작하지 못한 시간에 그 종의 주인이 와서, 그를 처단하여 불충실한 자들과 같은 운명을 겪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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