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에 잠원동 성당에 계시던 ‘이 병문 베드로’신부님께서 선종하셨습니다.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손님입니다. 아직은 더 일하실 수 있는데 죽음이 조금 일찍 찾아 왔습니다. 이제 세상에서의 모든 일들은 잊고, 천상에서 영원한 삶을 누리시기를 기도합니다. 같은 날 독산동에 있는 ‘효인 요양병원’엘 다녀왔습니다. 8구역의 이 데레사 할머니께서 몸이 아프셔서 입원하셨기 때문입니다. 할머니의 며느님은 아직 세례를 받지 않았지만, 할머니를 위해서 누군가 기도를 해 주시기를 원했고, 성당엘 찾아 오셨습니다. 힘겨운 투병 중에도 할머니께서는 저를 알아보시고, 십자 성호를 그었으며, 주님의 성체를 받아 모셨습니다.
성서를 어떤 분들은 ‘구원의 역사’를 기록한 것이라고 말을 합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크신 사랑으로 세상을 창조하셨고, 세상을 다스릴 사람을 당신의 모습을 닮도록 만드셨습니다. 자유의지를 가진 사람은 하느님의 뜻과는 다른 길을 선택하였고, 그로인해 죄와 죽음이 생겼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죄의 결과 죽음에 이르는 사람들을 불쌍하게 여기시고, 자비를 베푸셨습니다. 때로는 직접 사람들을 고통과 절망에서 희망과 기쁨으로 인도하셨으며, 때로는 예언자들을 보내셔서 사람들을 하느님께로 인도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사람들의 구원을 위해 역사의 순간에 함께 한 사건이 요즘 우리가 읽고 있는 모세를 통한 이집트의 탈출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고통을 보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를 부르셨고, 모세는 하느님의 뜻에 따라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하였습니다.
구원의 역사에서 가장 큰 사건은 ‘예수님의 탄생’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단순히 이스라엘 백성이라는 틀을 벗어나셨습니다. 이제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면 누구나 구원의 잔치에 초대받을 수 있음을 선포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스스로 제물이 되셨고, 우리에게 성사를 남겨 주셨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이 드러나는 표지인 ‘성사’를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을 느낄 수 있습니다. 교회는 하느님의 사랑이 드러나는 구체적인 표지입니다. 또한 교회는 하느님의 사랑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 주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 교회는 바로 하느님 백성들이 함께 모인 공동체입니다.
교회는 교계제도로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는 사회의 다른 조직과 비슷한 형태입니다. 최고 책임자는 교황이며, 교황은 전 세계 교회의 조직을 이끌어갈 주교를 임명합니다. 각 나라의 주교들은 자신들의 관할 구역에서 함께 일할 사제들을 임명합니다. 사제들은 자신이 속한 지역에서 본당의 공동체와 함께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이는 대부분의 나라의 행정조직과 비슷합니다. 대통령이 있고, 시와 구가 있고, 그 아래 읍, 면, 동이 있는 구조와 비슷한 형태입니다. 이와 같은 조직은 2000년 동안 이어져 왔으며, 앞으로도 큰 틀이 변화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교회는 다른 의미로 ‘신비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고,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의 지체라는 의미입니다. 서로 다른 교회 모두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며, 한 몸을 이룬다는 뜻입니다. 그러기에 각 교회는 다른 교회를 위해서 도움을 주고, 함께 연대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나의 몸이 아프면 바로 병원에 가고, 치료를 하듯이 신비체인 교회는 다른 교회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이런 신비체인 교회는 이제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내밀게 됩니다. 그로인해 가톨릭 사회교리가 생겼습니다. 가톨릭 사회교리는 연대성의 원리, 보조성의 원리를 통해서 ‘공동선’을 위해 노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사회복지를 위해서, 도시빈민을 위해서, 장애인을 위해서 교회가 함께 하는 것은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며 한 몸을 이룬다는 신비체라는 생각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교회는 또 다른 의미로 ‘성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교회는 7가지 성사를 통해서 공동체의 구성원들을 받아들이고, 신앙을 굳건하게 하며, 영적인 성숙을 위해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세례성사는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신앙인이 되는 입문성사입니다. 이를 통해서 죄를 용서받고,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나게 됩니다. 견진성사는 성령의 은사를 받아서 신앙인으로서 더욱 굳세어지는 성사입니다. 고백성사는 영적인 잘못들을 치유하며 하느님과 화해하는 성사입니다. 병자성사는 육체적인 아픔을 하느님께 의지하는 성사이며, 삶과 죽음 모두를 다스리시는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청하는 성사입니다. 혼인성사는 가정이란 단순히 남, 녀의 결합이 아니라, 하느님의 축복을 통해서 작은 교회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신품성사는 교회를 위해,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를 위해서 봉사할 사제들을 선택하는 성사입니다. 성체성사는 선택된 봉사자가 영적인 양식인 그리스도의 성체를 축성하는 것이며, 우리는 주님의 성체를 받아 모심으로서 하느님의 크신 사랑을 온 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은총을 받게 됩니다.
‘파스카’라는 말은 건너간다는 뜻입니다. 절망, 고통, 좌절, 슬픔에서 기쁨, 희망, 행복, 위로로 건너간다는 뜻입니다. 이와 같은 ‘파스카’는 우리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하느님의 크신 자비와 사랑이 있을 때 가능한 것입니다. 교회는 파스카의 신비를 세상에 드러내는 표징이 되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