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고향의 봄’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애국가 보다 더 많이 불렸다고 합니다. 저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런 제게 이곳 적성은 마치 고향과 같습니다. 그만큼 많은 추억이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1999년 여름에 주교님께서 저를 부르셨습니다. 그리고 제게 말씀 하셨습니다. ‘다음번 임지는 적성 성당이니 그렇게 알게.’ 저는 주교님의 말씀에 머라고 말씀은 드리지 못했습니다. 다만 다른 동창들도 많은데 왜 저를 적성 성당으로 보내시려고 하는지 궁금하기는 했습니다. 주교님의 말씀을 듣고, 인사명령이 나서 이곳 적성 성당으로 왔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웠습니다. 겨울에는 추웠고, 재정적으로도 어려웠고,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서 동창신부들과 만나기도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3년간 이곳 적성에서 살면서 힘들고 어려운 것들은 다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교우분들과 함께 아름다운 사랑과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그중에서 몇 가지만 떠올려 봅니다.
수녀님을 모셨던 일이 떠오릅니다. 꽃동네 오웅진 신부님을 초대해서 ‘사순특강’ 강의를 들었고, 신부님께 말씀드려서 수녀님을 모실 수 있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몇 번씩 꽃동네 수녀회를 방문하였고, 여름날에 두 분의 수녀님들께서 본당으로 오셨습니다. 수녀님들께서는 가정방문을 해 주셨고, 교리를 가르치셨고, 평일미사 반주도 해 주셨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을 모시고 ‘대림특강’을 들었던 일도 생각납니다. 인자하신 김수환 추기경님께서는 제가 보낸 편지를 읽으시고 기꺼이 적성 본당을 위해서 오셨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본당 교우들을 위해서 좋은 말씀을 해주셨고, 본당 공동체는 김수환 추기경님을 기쁜 마음으로 환영하였고, 작은 잔치를 준비했었습니다.
함박눈이 가득 내렸던 성탄절도 떠오릅니다. 2000년 성탄절에 본당에서는 가족 노래자랑을 했었습니다. 주님의 탄생을 기뻐하면서 가족들이 노래를 불렀고, 성탄 자정미사를 봉헌했습니다. 미사를 마치고 나오니 눈이 무릎까지 와서 차량운행을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성탄절 밤에 집에 가지 못한 분들께서 성당에서 주무셨었습니다.
그밖에도 태권도를 가르쳤던 일, 여름 가족캠프를 다녀왔던 일 들이 생각납니다. 저는 사제 생활 18년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중에 적성에서의 3년은 제게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습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 적성에서의 추억은 용기를 주고 힘을 주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혈압이 있었습니다. 서울에 살 때는 약을 먹어도 혈압이 조절이 되질 않았습니다. 그런데 적성에 3년을 살면서 혈압도 정상이 되었습니다. 적성에서 지내면서 건강도 좋아졌습니다.
적성을 떠난 지 7년 만에 이렇게 다시 왔습니다. 제가 있는 시흥5동 본당과 자매결연을 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조원행 본당 신부님께서 지난 6월 21일에 시흥5동 본당으로 오셔서 자매결연을 하셨고 미사를 해 주셨습니다. 저도 오늘 본당 교우들과 함께 이렇게 왔습니다. 적성 본당 교우들께서 따뜻하게 맞이해 주시니, 마치 고향에 온 것처럼 마음이 편안합니다.
오늘은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를 기억하는 축일입니다. 그분은 한국의 첫 번째 사제이십니다. 지난 6월에 서울에서 사제 서품식이 있었습니다. 그날 5000번째 사제가 서품을 받았습니다. 저는 3000번째 정도 됩니다. 모든 사제들이 목숨을 바쳐 순교하셨던 김대건 신부님의 뜨거운 신앙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충실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생각합니다. “ 우리는 환난도 자랑으로 여깁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환난은 인내를 자아내고 인내는 수양을, 수양은 희망을 자아냅니다. 그리고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받은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어졌기 때문입니다.”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를 기억하는 오늘, 적성 성당과 시흥5동 성당이 뜻 깊은 자매결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한국의 모든 순교자들의 도움으로 적성성당과 시흥5동 본당 공동체가 믿음의 공동체, 사랑의 공동체, 나눔의 공동체로 성장 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 하셨습니다.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두 본당이 함께 노력하여 신앙의 동반자가 되어 하느님께로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