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어제는 ‘은빛여정’ 학생들과 강화도에 있는 ‘일만위 순교자 현양 동산’엘 다녀왔습니다. 말이 학생들이지 모두들 평균 연령이 70은 넘으셨습니다. 어르신들을 위한 성서공부를 위해 본당으로 오시는 수녀님과 봉사자들께서 함께 해 주셨습니다.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봉사를 하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은빛여정 학생들은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12시에 점심을 드시고, 3시 30분에는 간식으로 벤뎅이 회 무침을 드시고, 5시 30분에는 삼식이 매운탕으로 저녁을 드셨습니다. 다른 어느 단체보다 풍성한 먹거리였습니다. 어르신들께서도 기분 좋게 드셨고, 가을에는 ‘수학여행’도 가시고 싶다고 하십니다.
일만위 순교자 현양 동산에는 ‘순교자를 위한 십자가의 길’기도가 있었습니다.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하면서 ‘한국 천주교회의 순교의 역사’를 읽고 묵상할 수 있게 꾸며 놓았습니다. 1784년에 시작된 한국 교회는 4번의 커다란 박해를 겪었지만 김대건 최양업 신부님과 같이 피의 순교 땀의 순교를 하신 분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강완숙, 정하상, 정약종과 같은 분들은 모든 것을 하느님을 위해서 기꺼이 내어 놓으신 분이었습니다. 비록 10,000명이 넘는 순교자가 있었지만 그분들의 순교의 피가 열매를 맺어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한국을 방문 ‘103위 성인을 위한 시성식’을 해 주셨고, 지금은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부러워 할 정도로 커다란 신앙의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저는 순교자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면서 한국 천주교회의 순교와 그 결실을 다시 한 번 묵상할 수 있었습니다.
요한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24) 우리 한국 가톨릭교회의 역사를 보면, 김대건 신부님을 비롯하여 초기 교회 모든 성직자들은 박해시기에 어느 누구도 배교하지 않고 순교의 월계관을 기꺼이 받아 쓰셨습니다. 그 결실이 세계교회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오늘 한국 가톨릭교회의 자랑스러운 모습이 되었습니다.
비록 당시에는 혹독한 시련이었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고통과 죽음이었지만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을 알고 계시기에 오늘날 풍성한 열매를 맺어 주셨습니다. 오늘의 성서 말씀은 어떻게 해야 신앙의 열매를 풍성하게 맺을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자선을 베풀 때, 기도를 할 때, 단식을 할 때’에도 드러나지 않게 겸손하게 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께서 이미 다 알고 계시기 때문이라고 하십니다. 세상 사람들은 자신의 업적을 알리고 싶어 하고, 능력이 드러나는 것을 좋아하고 그것이 성공을 위한 경력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신앙인들은 세상이 알아주는 명예와 업적 때문에 살아서는 안 된다고 말을 하십니다.
오늘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또 이렇게 말을 하였습니다. “적게 뿌리는 이는 적게 거두어들이고, 많이 뿌리는 이는 많이 거두어들입니다. 저마다 마음에 작정한 대로 해야지, 마지못해 하거나 억지로 해서는 안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주는 이를 사랑하십니다.” 이왕 하는 봉사는 기쁜 마음으로 하는 것을 하느님께서 더 사랑하신다고 이야기 합니다. 억지로 하는 봉사도 있고, 마지못해 하는 봉사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왕 하는 봉사라면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예전에 농촌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 모를 내는 일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어르신들께서 논의 양 끝에서 줄을 잡고 모를 심고나면 줄을 탁탁 치셨습니다. 그럼 다음 자리로 가서 모를 심었습니다. 저는 빨리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논바닥에 살짝 걸쳐서 모를 심었습니다. 거의 물위에 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어르신들께서는 제가 심은 모를 다시 심으셨습니다. 모가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좀 더 깊이 심어야 한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급한 마음에 살짝 걸쳐서 심은 모는 햇볕이 강하면 금세 메말라 버린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너무나 성급하게 열매를 맺으려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의 삶이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기도, 희생, 사랑, 나눔’이 깊이 뿌리를 내려야 합니다. 뿌리 깊은 신앙은 유혹과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