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저녁에는 ‘집중 판공성사’가 있습니다. 손님 신부님들께서 오셔서 성사를 주십니다. 고백성사는 심판하고 단죄하는 성사가 아닙니다. 고백성사는 화해와 일치의 성사입니다. 주님 앞에, 형제와 이웃에게 잘못한 것들에 대한 성찰과 고백이 있으면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크신 사랑으로 우리들의 죄를 용서하시고, 평화의 길로 이끌어 주십니다. 이것이 고백성사의 커다란 은사입니다.
고백성사를 하시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분들을 봅니다. ‘늘 똑같은 죄를 짓습니다. 다시 죄를 지을 텐데 성사를 보면 무엇을 합니까? 죄가 너무 크기 때문에 감히 말씀 드리기가 겁이 납니다. 특별히 생각나는 죄가 없습니다. 사는 게 다 죄지요.’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는 말씀들입니다. 우리는 같은 감기에 걸려도 병원에 가서 처방을 받고, 약국에서 약을 사다 먹습니다. 같은 감기지만 지난번에 먹은 약만으로는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또 약을 먹는 것입니다. 지금 약을 먹어도 언젠가 또 감기에 걸릴 거라 생각하며 지금 약을 먹지 않는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 또 감기에 걸릴지라도 지금 아프면 약을 먹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 몸이 감기가 아니라, 더 큰 병에 걸리면 우리는 지체 없이 큰 병원으로 갈 것입니다. 자칫 시간을 지체하면 생명에 위험을 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큰 죄를 지었다면 더욱 빨리 성사를 봐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건강을 위해서 ‘건강검진’을 받습니다. 어떤 분들은 건강검진을 통해서 몸에 있던 병을 발견하고 조기에 치료해서 건강을 유지하기도 합니다. 병에 걸리기 전에 미리 예방을 하는 것이 어쩌면 더욱 필요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큰 죄가 없다 할지라도 자주 나의 삶을 돌아보고, 나의 신앙을 살펴보는 것은 영적인 건강을 위해서 필요한 일입니다.
우리의 몸은 소변과 대변을 항상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몸이 더럽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소변과 대변은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생기는 부산물입니다. 그것 때문에 우리 몸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잘못을 범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는 하느님의 모상으로서 우리의 몸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영적인 건강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잘못을 하고, 하느님과 멀어진 이스라엘 백성들을 용서하십니다. 비록 그들의 죄가 크기 때문에 벌을 하고, 심판을 하셔도 되지만 모세는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믿으며, 하느님께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시도록 청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의 청을 받아들여 이스라엘 백성들의 죄를 용서합니다. 우리가 고백성사를 통해서 우리의 잘못을 고백하면, 하느님께서는 사제를 통하여 우리들의 죄를 용서하시고 기회를 주실 것입니다.
저는 오늘 신학생들의 면담을 위해서 신학교에 갑니다. 한 달에 두 번씩 가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마음의 문을 열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번 두 번 만나면서 학생들은 마음의 문을 열게 되고 그때부터는 자신들의 속에 있는 생각을 다 말하게 됩니다. 학교에 있는 신부님들께는 말하지 못하던 것들, 친구들에게도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하게 됩니다. 학생들은 말을 하면서부터 자유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신앙은 바로 그런 것입니다. 나를 이해하고, 용서하시며 사랑하시는 하느님 앞에 나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도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마음이 완고하여 예수님을 믿지 않았고, 그분께 모든 것을 털어 놓지 않았기 때문에 예수님께서는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우리는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완고한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판공성사를 통해서 하느님과 화해하고 일치할 수 있는 시간되시기 바랍니다. 주님 부활의 기쁨을 함께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