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오전에 고3학생의 장례미사가 있었습니다. 시험도 없고, 아픔과 고통도 없는 하느님 나라로 갔지만, 남아 있는 가족에게는 커다란 슬픔이었습니다. 세상을 떠난 학생을 위해서 기도했지만, 남아 있는 가족들이 하느님의 사랑으로 힘을 얻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기도했습니다.
제가 예전에 있던 성당 앞마당에 나무가 3그루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는 벌써 잎이 다 떨어졌고, 다른 하나는 이제 거의 떨어져가고 맨 끝에 있는 나무는 아직도 파란 잎이 조금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본당 신부님과 식사를 하면서 제일 싱싱한 나무가 저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조금은 서운해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튼 겨울이 되면 나무의 잎은 이렇게 떨어지고 앙상한 나무 가지만 남듯이 우리네 인생도 언젠가는 그렇게 떨어지는 낙엽처럼 삶을 마감하는 날이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은 모든 성인의 날 대축일이고, 우리보다 앞서 이 세상을 떠난 모든 영혼을 기억하는 위령 성월이 시작되는 첫날입니다.
저는 오늘 아주 쉬운 이야길 하나 하고 싶습니다. 쉬우면서도 우리가 실제로 행하기는 무척이나 어려운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개미와 베짱이의 이야깁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개미는 봄부터 열심히 일하고 겨울에 먹을 양식을 부지런히 모았습니다. 그래서 찬바람이 불고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을 따뜻하고 편안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베짱이는 봄에는 꽃구경, 여름에는 해수욕장, 가을에는 단풍구경을 가면서 계절의 아름다움을 신나게 즐겼습니다. 드디어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 오자 베짱이는 내리는 하얀 눈을 보면서 즐길 수가 없게 됩니다. 물론 먹을 양식도 추운 바람을 막아줄 집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많은 성인 성녀들을 알고 있습니다. 나는 감히 예수님처럼 십자가에 똑바로 매달릴 수 없다고 하면서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서 순교하신 베드로 성인, 그리스도는 내 생의 전부라고 외치면서 이방인들을 위해 평생을 바치신 바오로 성인, 모든 것은 주님의 상이요, 주님의 벌이라고 하면서 이와 같은 환난의 때에 순교로서 천국의 문으로 들어가자고 격려하시며 순교하신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 그리고 우리 각자가 주보로 모시고 있는 많은 성인 성녀들이 있습니다. 민주주의라는 꽃은 민중의 피와 땀을 먹으면서 찬란하게 피어난다고 합니다. 우리 교회도 바로 오늘 우리가 대축일로 기억하는 모든 성인들의 순교의 피와, 전교의 땀과, 기도의 힘으로 다락방의 12명에서 전 세계 삼분의 일이라는 거대한 교회로 성장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순교 성인들 역시 우리처럼 기쁠 땐 웃고, 슬플 땐 울며, 배고프면 먹어야 하는 그런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럼 어째서 그분들은 성인이 되었습니까? 무엇을 했기에 그분들은 성인이 되었습니까? 무식한 사람도, 유식한 사람도, 어린이도, 할머니, 할아버지도, 잘생긴 사람도, 못생긴 사람도, 성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도 성인이 될 수 있고 우리들 모두에게도 하늘나라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성서 말씀은 ‘어떤 사람이 성인이 되는가!’ ‘성인이 되는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하는 가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저 사람들은 큰 환난을 겪어낸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어린양이 흘리신 피에 자기들의 두루마기를 빨아 희게 만들었습니다.” 사도 요한은 그의 저서인 묵시록에서 천상의 영광을 차지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길 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하늘나라의 영광을 차지하는데 그들은 모두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흘리신 피를 자신들의 옷으로 빨았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그들은 모두 예수께서 걸어가신 십자가의 길을 함께 걸어간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오늘의 복음은 꼭 십자가의 길을 가지 않더라도 성인이 되는 방법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온유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옳은 일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은 행복하다.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행복하다.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행복하다.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옳은 일을 하다 박해를 받으면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교우 여러분! 낙엽 지는 가을 뒤엔 반드시 눈 내리는 겨울이 오듯이 우리의 삶도 반드시 어떤 종점이 있습니다. 어떤 이는 개미처럼 착실하게 준비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베짱이처럼 준비를 하지 못하기도 할 것입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 된 밥에 재를 뿌린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허리띠를 동여매고, 신발 끈 다시 묶고서 또다시 힘찬 출발을 해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