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어제 저녁에 봉천동 성당에 있는 성령기도회를 다녀왔습니다. 봉천동 성당은 제게는 커다란 인연이 있는 성당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제가 어릴 때, 다녔던 성당으로 저를 이끌어 주셨습니다. 1968년도에 할아버님의 장례미사가 있었고, 1970년에는 작은 아버님의 혼배미사, 86년도에는 형님의 혼배미사, 91년도에는 제가 사제서품을 받고 첫 미사를 봉헌했던 성당입니다. 저의 가정의 큰일들은 모두 봉천동 성당에서 이루어 졌습니다. 저는 그 성당에서 주일학교를 다녔고, 유년시절의 추억이 가득한 성당입니다. 성당 안의 의자들은 시간이 흘러서 많이 낡았지만, 모든 것은 예전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사제서품을 받고 17년 동안 중곡동, 용산, 세검정, 제기동, 적성, 명동 사목국, 해외 연수, 시흥5동 성당까지 많은 곳을 거쳐서 예전에 다녔던 성당에 가서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비록 먼 길을 돌아왔지만 하느님께서는 제게 고향 같은 성당으로 갈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주셨습니다. 제가 사제가 아니었다면 어제와 같은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제가 사제가 아니고, 세상을 제 욕심대로 살았다면, 남을 속이고, 엉망으로 살았다면 봉천동 성당 가는 길이 즐겁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누가 초대를 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저도 그 곁을 지난다 해도 외면했을 것입니다. 충실하지는 않았지만 사제로 살았고, 동생도 수도자로 지내고 있고, 부모님도 열심히 신앙 안에서 사시기 때문에 저는 편하게 봉천동 성당에 갈 수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좁은 문’에 대해서 말씀을 하십니다. 우리가 하느님께로 가는 길은 사람에 따라서는 무척 좁고 험하다고 말씀을 하십니다.
현실의 삶이 우선인 사람에게는 하늘나라로 가는 길이 너무 좁게 느껴질 것입니다. 성공, 돈, 명예, 출세가 우선인 사람에게는 하느님 나라는 먼 훗날 가도 되고, 안가도 할 수 없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잠시의 쾌락과 경쟁에서의 승리 때문에 기도와 미사는 나중에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하느님 나라는 아주 먼 나라의 이야기 일 것입니다.
예전에 맹인가수 이 용복씨가 부른 노래가 있습니다. 제목은 어린 시절입니다.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에 눈사람처럼 커지고 싶던 그 마음 내 마음. 아름다운 시절은 꽃잎처럼 흩어져 다시 올 수 없지만 잊을 수는 없어라.” 하느님 나라는 이렇게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고, 추억을 마음에 담고 사는 사람에게는 결코 좁은 문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하늘나라는 사법고시 보듯이 공부를 해서 가는 곳은 아닐 것입니다. 박 태환 선수처럼 월등한 체력과 실력이 있어야 가는 곳은 아닐 것입니다. 삼성이나 현대처럼 엄청난 재력이 있어야 가는 곳도 아닐 것입니다. 어쩌면 그렇게 뛰어나고, 능력이 있고,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더 좁게만 보이는 곳이 하늘나라일지 모릅니다.
오늘 제1독서는 아주 쉬운 길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녀 여러분, 주님 안에서 부모에게 순종하십시오. 그것이 옳은 일입니다. 그리고 아버지 여러분, 자녀들을 성나게 하지 말고 주님의 훈련과 훈계로 기르십시오.” 우리 조상들이 보여주었던 삶이면 갈 수 있는 나라입니다. 삼강오륜의 삶입니다. 삼강은 군위신강(君爲臣綱)·부위자강(父爲子綱)·부위부강(夫爲婦綱)을 말하는데, 각각 임금과 신하, 어버이와 자식, 남편과 아내 사이에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강조했습니다. 전통적으로 충과 효를 강조했으며, 남편에 대한 아내의 순종을 말하고 있습니다. 오륜은 부자유친(父子有親)·군신유의(君臣有義)·부부유별(夫婦有別)·장유유서(長幼有序)·붕우유신(朋友有信)을 말하고 있습니다.
하늘을 두려워하며 섬기는 사람, 가족을 사랑하고 돌보며, 이웃과 더불어 평화롭게 지내는 사람에게 하늘나라는 결코 좁은 문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