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웃어도, 속으로는 우는 경우도 있고, 겉으로는 좋은 말을 해도, 속으로는 욕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겉과 속이 같고, 언제나 진실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예전에 어른들이 이런 말씀을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같은 엄마의 뱃속에서 나온 자식들인데 어떻게 저리 다른가!’ 하긴 저의 형제들도 생각이나 성격이 참 다른 것을 봅니다.
본당에서도 일을 하다보면 같은 일을 놓고도 서로 생각이 다른 것을 봅니다. 일도 잘 해야 하고, 사람들의 마음도 상하지 않아야 하고, 모든 것을 원만하게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대화와 설득, 타협과 양보, 원칙과 기준이 정확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더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합니다.
어제 미국에서 온 후배 신부님이 찾아왔습니다. 오랜 만에 만나서 술을 한잔하고 있었습니다. 맛있게 먹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데, 한 손님이 너무나 큰 소리로 전화를 받는 겁니다. 같이 온 일행이 나가서 전화를 받으라고 하는데도, 나가지 않고 자리에서 계속 전화를 받는 겁니다. 후배 신부님은 그런 것을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서 한마디 했습니다. 그러니까 그 손님은 나가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들어와서는 더 큰 소리로 화를 내는 겁니다. 저는 후배 신부님과 나와서 다른 곳으로 갔지만, 잠시 동안 망설였습니다. 원칙적으로 하면 큰 소리로 전화를 한 다른 손님이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계속 실랑이를 하면 시끄러워지고, 그런 자리는 피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배 신부님은 그런 사람은 따끔하게 이야기를 해 주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같은 일을 놓고도 이렇게 생각이 다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많은 걱정을 하셨습니다. ‘마치 내가 너희를 이리 때 속으로 보내는 것 같구나!’ 제자들이 가는 길이 결코 쉬운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길을 떠날 때에 아무것도 가져가지 마라. 지팡이도 여행 보따리도 빵도 돈도 여벌옷도 지니지 마라.” 현실의 삶에서 꼭 필요한 것들도 가지고 다니지 말라고 하십니다. 복음을 전하는 것은 사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복음을 전하는 것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법정 스님이 ‘무소유’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소유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욕심과 이기심을 버린다면 참된 진리에 더 가까이 다가 설 수 있다고 말을 합니다.
장자도 ‘빈 배’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한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빈 배가 그의 배와 부딪치면
그가 아무리 성질이 나쁜 사람일지라도
그는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배는 빈 배이니까.
그러나 그 배 안에 사람이 있다면
그는 그 사람에게 피하라고 소리칠 것이다.
그래도 듣지 못하면 그는 다시 소리 칠 것이고
마침내는 욕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이 모든 일은 그 배 안에 누군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그러나 배가 비어 있다면
그는 소리치지 않을 것이고 화내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강을 건너는 그대 자신의 배를 빈 배로 만들 수 있다면
아무도 그와 맞서지 않을 것이다.
소유와 욕심을 버릴 때, 우리는 참된 주님의 제자가 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