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제가 이곳에 온지 딱 1년이 되는 날입니다. 작년 9월 18일, 비가 오는 날 왔습니다. 그동안에 가정방문, 세례식, 도보성지 순례, 성탄, 첫영성체, 사순, 부활, 바자회, 견진, 학생들 여름 행사들이 있었습니다. 예전에 어른들이 이렇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10대에는 시간이 시속 10킬로로 가고, 20대에는 20킬로, 30대에는 30킬로, 40대에는 40킬로로 간다고 했는데, 정말 빠르게 1년이 지나갔습니다. 무엇보다도, 건강하게 이곳에서 신자 분들과 잘 지낼 수 있었던 것에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다음 달에는 성전 봉헌식이 있을 예정입니다. 모든 것은 하느님과 함께 하며, 따뜻한 신앙 공동체를 이루어가는 우리들의 땀과 노력의 결실입니다. 저는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상가건물에서 많은 분들이 고생을 하셨고, 성전 건축을 위해서 구청까지 가서 데모를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나면 모든 것은 추억이 된다고 합니다. 그런 모든 추억을 담아서 성전 봉헌식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저는 할아버지는 기억을 합니다.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3살 때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증조할아버지, 할머니는 당연히 볼 수 없었습니다. 지난 추석에 부모님을 찾아가니, 아버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정읍에 가면 5대조 할아버지의 선산이 있는데 한번 가서 기도를 드리자!’ 아버님의 말씀은 5대조 할아버지께서 신앙을 가졌기 때문에 우리 집안이 신앙인 될 수 있었고, 그분들이 순교하셨기에 힘들고 어려운 시간들을 보냈지만, 하느님을 알게 해 주셨으니 가서 감사의 기도를 드리자고 하셨습니다. 당연히 5대조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모르지만, 이제 80이 넘으신 아버님의 뜻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직접 보지는 못했어도, 족보를 통해서, 어른들의 말씀을 통해서 조상들이 계셨다는 것을 알고, 그분들의 삶과 신앙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복음을 전하였습니다. 그 복음은 주님께서 죄인인 우리들을 위해서 죽으셨지만 다시 살아나셨고 우리를 구원해 주시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사도들에게 나타났고, 사람들에게 나타났고, 끝으로 나에게도 나타나셨습니다. 그 사실을 나와 사도들은 전했고 여러분은 믿었습니다.’ 고린토의 신자들은 주님을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사도들의 선포를 들었고, 믿었습니다. 우리는 성서의 말씀과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의 가르침을 배워서 주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셨고, 우리를 위해서 죽으셨지만, 부활하셨다는 것을 신앙으로 고백하고 있습니다. 보는 것은 믿는 것의 하나의 방법이지만, 보는 것이 믿는 것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할머니를 기억하지 못해도, 5대조 할아버지를 보지 못했어도 저는 하느님을 믿었고, 순교했던 조상들을 믿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을 하십니다. ‘이 여자를 보아라. 내가 네 집에 들어왔을 때 너는 나에게 발 씻을 물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 여자는 눈물로 내 발을 적시고 자기의 머리카락으로 닦아 주었다. 너는 나에게 입을 맞추지 않았지만, 이 여자는 내가 들어왔을 때부터 줄곧 내 발에 입을 맞추었다. 너는 내 머리에 기름을 부어 발라 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 여자는 내 발에 향유를 부어 발라 주었다.’ 이 말씀은 마태오 복음 25장의 이야기를 생각나게 합니다. ‘너희는 내가 배고팠을 때, 먹을 것을 주지 않았고, 내가 목말랐을 때, 마실 것을 주지 않았고, 내가 헐벗을 때, 입을 것을 주지 않았다.’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은, 우리를 구원에로 이끄는 것은, 우리를 행복에로 이끄는 것은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믿는 것, 힘들고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는 것, 세상을 긍정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 바로 이런 것들을 통해서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 넘어 참된 진리를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