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말이 아닌가요?
요즘 정가에서 몇몇 정치인이 쓴 소리를 하였다가 자기들의 정서에 맞지 않는 말을 하였다고 하여 팽(烹) 당했지요. 그렇게 팽 당하지 않으려면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잘못된 처사에 충고의 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얘기죠. 정의가 실종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우리들 신앙인에겐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물론 우리에게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저는 먼저 손을 내밀고 말을 건넸을 때 내가 아닌 주님께서 개입하신다는 것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20여 년 전 제가 시흥동 성당 남성 총구역장의 소임(所任)을 맞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당시 교구에서 시노드 여론 조사를 실시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나는 주일 새벽미사에, 미사에 나오는 교우들에게 설문지를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미사는 시작되었고, 미사가 끝나면 작성된 설문지를 회수하기 위해서 성당 마당 등나무 밑 의자에 앉아 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사에 지각한 형제님이 성당 마당으로 들어오는 것입니다. 나는 반갑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안녕하세요. 좀 늦으셨네요?”
그런데 그의 대답은 나를 당황케 하였습니다.
“저~ 저는 신자가 아닙니다. 신부님 좀 만나 뵙고 싶은데요.” 하는 것입니다.
“신부님은 지금 미사 집전을 하고 계십니다. 어떤 사연이 있으신지 몰라도 미사가 끝나면 만나 뵐 수는 있습니다 만” 그리고 그와 함께 미사가 끝날 때까지 대화를 이어 갔습니다. 그는 가정불화와 직장 관계로 세상이 싫어 졌답니다. 그래서 밤새 부인과 다투고 세상살이가 싫어서,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무작정 밖으로 나와 걷다가 우연히 성당 앞을 지나가게 되었고, 자신도 모르게 성당에 신부님을 만나보고 싶었답니다. 약 30여분 이상 대화를 나누면서 신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마침 예비신자를 모집하고 있어 입교를 권유하였는데, 그는 흔쾌(欣快)히 승낙을 하여 교리를 받고 베드로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게 됩니다. 물론 대부도 제가 섰지요. 그는 가톨릭 신자가 되면서 세례 전엔 술과 폭력적인 언행에서 술 마시는 것을 절제하고 겸손, 천사 같은 부드러움, 솔선수범, 너그러운 이해, 그리고 다정한 아버지로, 가정적인 남편으로 탈바꿈을 하게 됩니다. 베드로 형제님의 가정엔 평화가 찾아 온 것이지요. 형제님이 천주교 신자가 되면서 가정에 웃음꽃이 피게 되고 직장일도 잘 풀리게 됩니다. 그 후 병중에 계신 아버님은 보라매 병원에서 저를 통해 대세를 받고 선종하셔 본당에서 장례미사를 봉헌하였고, 감명을 받은 그의 어머님과 외동딸도 세례를 받았으며, 쌍둥이 외손자들까지 세례를 받아 지금은 모범적인 성가정을 이루고 기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제가 먼저 인사를 나누고 말을 건네 시작된 인연으로 많은 분들이 주님의 사랑 받는 자녀로 새롭게 출발하는 것을 체험하였습니다. 이는 주님께서 베풀어 주신 커다란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성당에 낯선 형제님 한분이 성모동산에서 나무 손질을 하는 모습을 목격하셨을 줄로 압니다. 그 형제님은 14구역에 살고 계시는 유이호 베드로 형제님이신데, 지난주일 성모동산 마당에서 우연히 인사를 나누다가 인연(因緣)이 되었습니다. 베드로 형제님은 조경(造景) 전문가인데, 저에게 성모동산의 소나무 전지작업을 하고 싶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지난 화요일부터 하루도 쉬지 않으시고 나무들을 잘라내고 가지를 쳐내고 다듬어 아름다운 성당을 꾸미고 계십니다. 먼저 인사를 건네지 않았었다면 가능한 일이었을까요? 물론 이 일에도 주님께서 개입을 하신 것입니다 만,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자유의지(自由意志)를 주셨습니다. 그러나 문은 두드리지 않으면 열리지 않습니다. 마태오 복음 7장 7절 말씀에서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주님께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루어 주지 않으십니다.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지 않으면 누가 우리에게 다가오겠습니까? 로마서 10,14~17 말씀에서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선포하는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들을 수 있겠습니까? 파견되지 않았으면 어떻게 선포할 수 있겠습니까? 이는 성경에 기록된 그대로입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중략)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이루어집니다.”
맞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내가 다가가지 않으면, 내가 복음을 선포하지 않으면 세상은 아름다워지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 먼저 손을 내밉시다. 이것이 사랑의 시작입니다.
주님, 저를 당신의 도구로 써 주소서. 오늘도 당신의 사랑 안에 머물게 해주셔 감사합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