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 불이 났습니다

2023. 3. 13. 오전 11:39:47

글자

극장에 불이 났습니다 

어느 극장에 관객이 초만원을 이룬 상태에서 현란한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극장 뒤편에서 그만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극장 지배인은 즉시 유명한 배우 한 사람을 무대로 보냈습니다. 관객들이 침착하게 탈출하도록 화재 상황을 차분하게 알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신사숙녀 여러분, 지금 이 극장에 불이 났습니다. 놀라거나 당황하지 마시고 질서를 지켜 한 사람씩 밖으로 나가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관객들은 배우가 연기를 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박수만 열심히 쳤습니다. 아무도 화재 소식을 믿으려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바로 그때 극장 건물이 무너지면서 모두 죽고 말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19세기 실존주의 철학의 선구자인 덴마크의 키르케고르(S.A.Kierkegaard)가 남긴 우화입니다. 이 이야기는 갖가지 재난 안에 담긴 하느님의 경고를 무시하는 사람들을 비유한 것입니다. 유사 이래 재앙이나 재난은 끊임없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희생자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합니까. 과연 그들은 나보다 더 많은 죄를 지었고 천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들이었습니까. 아니면 사고 현장에 있던 그들은 제수가 없었고 살아남은 자는 운이 좋았던 것입니까. 예수님은, ‘갈릴래아 학살 사건이나 실로암 탑 붕괴 사건과 같은 참변이 인과응보에 따른 결과가 아님을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루카 13.1-5) 예수님은 그러한 재난을 살아남은 이들의 회개를 촉구하는 하느님의 절박한 경고 메시지로 가르쳤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유대인들은 죄가 없는 곳에는 벌도 없다는 원칙 하에, 모든 불행을 하느님의 형벌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그릇된 대중적 신앙은 현대인의 의식 속에도 여실히 숨어 있습니다. 하지만 만일 재앙과 참변이 자신이 지은 죄에 따른 벌이라면 세상에 살아남을 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더군다나 이 세상은 아직도 불완전한 상태에 놓여 있지 않습니까. “이런 일들을 당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는 경고가 되었으며, 그것이 기록에 남아서 이제 세상의 종말을 눈앞에 둔 우리에게 교훈이 되었습니다."(1코린 10,11) 결국 갖가지 재난 안에는 하느님의 경고가 담겨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기에 매일매일 전하는 비보는 나와 전혀 무관한 일들이 아닙니다. 파스칼(B. Pascal)의 말처럼 올해가 내게 주어진 마지막 사형 집행 유예기간일지도 모릅니다. 더 늦기 전에 진정으로 하느님께 마음을 돌려야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 글 송현 신부

혹 죽음을 체험해본 일이 있으신가요? 저는 지금으로부터 약 25, 6년 년 전, 여주 소재 스승예수의 제자 수녀회 피정의 집에서, 레지오 단원 피정에 참석한 일이 있었는데, 그 피정 중에 죽음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어둠이 짙은 밤에 피정의 집 옥상에서 죽은 몸을 가상하여 체험자인 저는 준비된 관속에 들어갔고 관 뚜껑은 닫혔습니다. 누군가 밖에서 관에 ! ! !’ 못질을 합니다. 이제 곧 땅속에 묻힐 것입니다. 깜깜한 관속에 누워 죽은 영혼이 된 저는 지금까지 살아온 과거를 회상하고 어떻게 살았는지, 하느님 말씀에 부합(附合)한 삶을 살았는지, 나로 인해 피해와 상처를 받았을 사람은 얼마나 될지, 희생과 자선은 즐거운 마음으로 하였는지 등을 되돌아보고 주님께서 받아주실지, 아니면 지옥 벌에 떨어질지 저울질을 하고 과거를 회상 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세상에 다시 살아 나간다면 죄인을 받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리고 앞으로는 회개하며 말씀에 따라 잘 살겠노라고 다짐을 한 후 관에서 생환하여 부활의 기쁨을 나누었습니다. 

그 후 그 때의 다짐을 다 잊고 예전처럼 죄인으로 일상을 살아 왔습니다. 그러던 중 2015년 4월 폐암 진단을 받고 수술대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수술실로 들어가기 전에 수술실 앞에서 긴 시간을 대기하는데, 그 때 오랜만에 하느님과 다시 마주하며 흥정을 했습니다. 지난 세월 주님과 소원(疏遠)한 관계로 지내 온 것에 대한 반성을 하고 이번에 주님께서 다시 건강을 허락하신다면 주님이 바라시는 일은 마다하지 않고 다 하겠습니다.’라고 주님께 부탁이 아닌 거래를 한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그 다짐을 믿으셨던지 수술 후 8년이 지나도록 지금 이 시간까지 건강을 허락하시어, 앞으로는 주님의 곁을 떠나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나름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매일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들기 전에 하루를 돌이켜보고 주님 말씀 따라 잘 살았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여러분도 하루 일을 끝내고 잠들기 전에 가끔은 지난 일을 돌아보시길 권합니다. 내가 주님 말씀대로 최선을 다해 잘 살아가고 있는지, 바쁘다는 핑계로 게으름을 피우고 주님의 말씀과 배치(背馳)되는 행동을 하며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살펴 볼 일입니다. 오늘 지금 당장 주님께서 나를 부르신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따라 나설 준비가 되어 있는지 자문을 해 봅시다. 저는 오래 전에 영정 사진을 준비했고, 지난해엔 서재에 있는 책과 과거 사진들(영성 서적과 가족사진 제외)을 정리하였습니다. 언제 주님께서 부르실지 몰라 유족들의 수고를 덜어주고 주님이 부르실 때 가벼운 마음으로 따라 나서기 위함입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은 어제도 아니고 내일도 아닙니다. 오늘 지금 이 시간 최선을 다하라는 것입니다. 예수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찾아 오셨고, 우리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서 죽음을 택하셨습니다. 그리고 부활하셨습니다. 예수 그리스께서는 오늘도 우리들에게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 (마태 4, 17)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모두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을 것이다.”(마태 7, 24) 라고 하십니다. 우리는 오늘 주님의 말씀 따라 잘 살고 있는지 되돌아보고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고해성서를 통해 주님과 화해하도록 합시다. 주님의 말씀을 살아가는 은혜로운 사순시기 되시길 빕니다. 아멘!

댓글 2

  • 2023년 3월 13일 오후 8:13

    대부님께서 좋은 글을 올리셨네요... 감사합니다.

  • 2023년 3월 14일 오후 8:18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