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인사 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정신(精神)으로

2023. 5. 3. 오후 3: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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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인사 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정신(精神)으로

 

17세기 영국 크롬웰 공화정 시절, (W.Rock)이라는 사람이 대사 자격으로 스웨덴에 파견되었습니다. 그가 하루는 본국의 일이 몹시 위태로워 번민하게 되었습니다. 새벽이 되었는데도 그는 몸을 뒤척이며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그의 부하가 그의 침실로 찾아와서 말했습니다.

대사님, 대사님이 태어나기 전에도 이 세상을 하느님께서 다스렸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그리스도 신자인 록은 당연한 듯 대답했습니다.

물론이지!” 부하가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면 대사님, 지금도 하느님께서 살아 계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는 즉시 반문했습니다.

여보게, 그러니까 내가 하느님을 믿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그 부하가 공손히 제안했습니다.

대사님은 영국 대사로서 하실 수 있는 일을 다 하셨습니다. 그러니 이제 나머지 일은 전부 하느님 손에 맡기시면 어떻겠습니까?‘

, 그렇군! 자네 말이 옳네.” 부하의 충언에 감탄하며 대사는 편안히 잠들었습니다.

 

신앙인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면 바로 이러한 믿음의 자세입니다. 진인사 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고 나머지는 하느님께 온전히 맡길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 문제를 자신이 지닌 인간적인 능력과 지식과 지혜로만 해결하려는 것은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의 방식입니다. 주님을 신뢰하고 그의 신뢰를 주님께 두는 이는 복되다. 그는 물가에 심긴 나무와 같아 제 뿌리를 시냇가에 뻗어 무더위가 닥쳐와도 두려움 없이 그 잎이 푸르고 가문 해에도 걱정 없이 줄곧 열매를 맺는다.”(예레 17, 7-8)

 

저는 92. 5. 17. 레지오 단원으로 입단하여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예비자 교리반 봉사를 계속 해오고 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레지오 단원이 되고서 교리반 봉사를 한 번도 거른 적이 없었던 것 같네요. 201863일 본당에 세례식이 있었습니다. 세례식을 끝내고 주임신부님(강문일 사도요한)께서 새로운 교리반은 내년 4월에 시작한다고 선언하셨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6개월 동안 보좌신부님과 수녀님께서 교리를 지도하시느라 수고가 많으셨기 때문에 휴식을 가지실 수 있도록 배려 차원에서 그렇게 하셨던 같습니다. 그러나 당시 본당에서 제가 교리반에 대한 관리를 하고 있어 4명의 새로운 입교 희망자 명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신부님께 건의 말씀드려 제가 교리를 맡는 조건으로 신부님의 재가(裁可)를 얻어 7월에 교리반을 신설하기로 승낙을 받아 주보에 교리반 모집을 공지 하고 레지오 단원들이 성당 입구에서 예비신자 접수를 받아 722이부터 새로운 교리반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19명이나 신청을 한 것입니다. 그중 한 분은 교리 도중에 이사를 가셨고, 2018121618명이 모두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난 것입니다. 이보다 더 큰 기쁨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제가 20154월 폐 절제술을 받은 상태인데도 교리를 하는 동안 어떠한 장애도 느끼지 않고 그저 행복했답니다.

그 후 세례식이 한 번 더 있었고 코로나로 인하여 새로운 예비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가 코로나가 소강상태에 들어감에 따라 20231293명이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났습니다. 세례식이 끝난 후 주임신부님(김재화 시몬)께서 새로운 교리반은 연말에 시작하시겠다고 말씀하셨다는 말씀을 교육분과장님으로 부터 전해 듣고 저에겐 또 고민거리가 생겼습니다. 새로 입교를 희망하는 5명의 명단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임 신부님의 말씀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보좌 신부님과 수녀님께서 재임기간 만료로 2월에 모두 새로 바뀌시기 때문에 바로 예비자 교리를 시작한다는 것은 조금 무리다 싶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신앙을 갖겠다고 하는 분들을 연말까지 기다려 달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제가 오랜 세월 교리반을 관리해왔기 때문에 이곳저곳에서 저에게 언제 교리를 시작하느냐고 물어오면 3~4월엔 시작할거라고 안내를 해왔기 때문에 고민은 더 컸던 것이지요.

그런 이유로 사목회를 통해 3~4월에는 교리반을 시작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문을 두드렸으나 주임신부님 방침이라며 연말에 시작한다는 답변만 되돌아 올 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기회가 찾아 왔습니다. 사실 본당에서 특별한 직책을 맞지 않고 있는 저로서는 주임신부님께 저의 생각을 말씀드릴 기회가 많지 않았고 기회가 있다 하여도 선뜻 나설 처지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중 31일 첫 고해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기회는 이때다 싶어 고해성사를 마치고 나눔이 있는 시간에 주임신부님께 조심스럽게 말씀드렸습니다.

신부님, 새로운 교리반을 언제 시작할 계획이신지요?” 신부님의 답변은 예상대로 연말에 시작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현재 입교를 신청하신 분이 다섯 분 계시는데요.” 하고 말씀 드리니 “15명 이상이면 교리를 시작하겠습니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어디에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모릅니다. “신부님, 4월까지 20명은 자신 있습니다.”라고 힘주어 말씀드렸습니다. 이 말씀에 믿음이 가셨던지 신부님께서는 그러면 수녀님께서 주일반을 맡아 하시죠.”라고 하셨고, 옆자리에 계신 수녀님께서 , 신부님!”이라는 응답으로 주보에 공지를 하고 레지오 단원들이 성당 입구에서 입교 신청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교리반에 접수된 모든 분들에게 일일이 통화를 하고 카톡이나 문자를 통해 안내문을 보냈고, 더러는 직접 방문을 하고, 더러는 주일 미사에 참례 하시도록 하여 그분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나눔을 하였습니다. 교리를 시작하기 전인 현재 네 분이 미사를 함께 하고 계십니다.

교리를 시작하기 일주일 전인 430일 현재 17명이 교리반에 등록되어 주임신부님과 약속한 20명에는 아직 3명이 부족하지만 주님께서 채워주실 것으로 굳게 믿고 있습니다. 199711월 꾸르실료 피정을 마치던 날 담당 신부님께서 주님께서는 정종상 프란치스코 형제님만 믿습니다.”의 말씀에 저는 그리스도의 은총만을 믿습니다.”라고 한 기도를 주님께서는 지금도 이루어 주고 계신다고 생각하니 주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진인사 대천명(盡人事待天命),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나서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는 뜻의 한자성어입니다. 우리가 기도할 때는 주님께서 꼭 들어 주시리라 믿고 하는 기도는 분명 들어주신다고 합니다. 저는 주님께 받은 은총이 너무나 크고 많아 마냥 감사할 뿐입니다. 그래서 하루하루가 즐겁고 날마다 만나는 모든 인연에 감사와 행복입니다.

언제나 우리에겐 진인사 대천명의 정신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주님의 이름은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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