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의 평가는 자리에서 떠난 다음에 ...
옛날 옛날에 누구보다도 든든하고 견고한 쇠사슬을 만드는 대장장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장장이는 정직하고 말수가 적은 탓인지 많은 쇠사슬을 팔지 못했습니다. 그저 입에 풀칠할 수 있을 정도의 돈만 벌어들였습니다. 간혹 사람들은 그가 너무 정직하고 성실해서 탈이라고 했는데, 그는 그런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튼튼하고 견고한 쇠사슬을 만드는 일에만 매진을 했습니다.
한번은 대장장이가 만든 거대한 쇠사슬이 큰 외항선의 갑판 위에 닻줄로 설치되었습니다. 대장장이는 오랫동안 쇠사슬을 만들어 왔지만 자신의 쇠사슬이 외항선의 중요한 용도로 쓰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어느 날 밤, 바다에 거친 폭풍우가 몰아쳤습니다. 센 바람과 높은 파도로 배는 수시로 암초에 부딪쳐 언제 산산조각 날지 모르는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배 위에 있는 모든 닻줄을 사용해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쇠사슬로 만든 닻줄 역시 거친 폭풍우 앞에서는 그저 종이 한 장처럼 무력했습니다. 거센 바람과 파도에 닻줄은 이리저리 흔들리다, 결국 모두 끊어졌고 더 이상 배를 지탱할 수 없었습니다. 선원들은 꼼짝없이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바로 그때, 누군가 소리 질렀습니다.
“쇠사슬 하나가 남았습니다.”
선원들은 모두 힘을 합쳐 그 거대한 쇠사슬을 힘껏 바다로 던졌습니다. 배에 탄 천여 명의 선원들과 모든 화물, 그리고 배의 운명은 모두 이 쇠사슬의 운명에 달려 있었습니다. 쇠사슬은 마치 큰 돌산처럼 튼튼했습니다. 그리고 몰아치는 폭풍우 속에서 천여 명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마치 자신의 거대한 손으로 배를 꽉 쥐고 놓지 않으려고 애쓰는 듯했습니다.
마침내 폭풍우가 걷히고 하늘에서 태양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뜨거운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로 모든 선원들은 서로 얼싸안으며 살아난 기쁨을 나누었습니다.
훗날 사람들은 이 훌륭한 쇠사슬을 만든 대장장이를 위해 성대한 파티를 열어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그리고 그날의 명성이 널리 퍼져 대장장이는 전보다 훨씬 많은 쇠사슬을 팔아 풍요로운 노후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글을 읽고 두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그 하나는 우리가 맡은 일에 정성과 혼일 다하면 언젠가는 그 빛이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상대방의 평가는 일을 마친 다음에 하라는 것입니다.
오늘은 후자의 경우를 함께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저 자신도 상대를, 첫 만남이 얼마 되지 않을 때 몇 가지 일만 보고 미리 평가 하였다가 세월이 지나면서 내 평가가 크게 잘못되었음을 알고 크게 뉘우친 적이 많았습니다.
우리는 사제나 수도자, 단체장, 그리고 함께 일하는 동료이 맡은 일을 마치기도 전에 평가절하 하는 경우를 봅니다. 사실 평가는 우리들 몫이 아닙니다. 바로 그분 하느님의 몫이지요. 굳이 평가를 하고 싶다면 그 사람이 그 자리를 내놓고 떠난 다음에 평가 하는 것이 순서일 것 같습니다. 대장장이의 쇠사슬도 거친 폭풍우가 지나간 다음에 올바로 평가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