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들하십니까?

2013. 12. 16. 오후 7: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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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요즘 불길처럼 퍼지는 대자보의 제목입니다.

"다들 안녕들하십니까?"


저는 이곳 호주 멜번에서 안녕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분명히 저는 기회주의자입니다.

86학번이지만 학교를 특수하게 다닌지라 사회현상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고, 그저 했던 일이란 것이 고작

금서로 지정된 태백산맥을 읽었고, 책꽂이에 꽃아 놓았으며

경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치우지 않아 뺐긴 것이 기억에 남는

그런 학창시절이 전부였죠 . 지금 생각하면 정말 웃긴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책을 뺐기고, 외출.외박 금지를 당해 속이 뒤집히며 받아들여야 했던 그 시절..


이제는 정말 멀고 먼 과거의 일입니다.

그리고, 저는 기회주의자로 살아왔습니다. 


"진리를 구하자"고 4년이나 외쳤지만 세상은 진리와는 너무 멀게 느껴졌고,

"허위를 버리자"며 온몸을 다해 대항했지만 돌아온 것은 현실의 큰 벽이었으며,

"희생하자"고 목이 터져라 외치고 외쳤지만 언제나 움츠려드는 저를 보는 것으로

끝을 맺곤 했습니다. 결국 저는 허울만 남아 이렇게 기회주의자가 되어

남반구 호주로 도망을 와서 살고 있네요.


한편으로 이제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며 넘어가고 싶지만

태생이 그런지라 어쩔 수 없이 관심을 가지게 되고 예전의 저를 돌아보게 됩니다.

세상은 발전할 것이며 좋은 방향으로만 갈 것이란 믿음이 실현되는 줄 알았습니다.

민주주의를 완성하는데 몇 백 년이 걸릴 것이란 말에 코웃음을 쳤었습니다.

우리가 그 본보기를 보기 좋게 깰 것이라 확신했었습니다.

모두가 잘 살아가는 그런 사회, 모두의 나라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하지 않았죠.


그러나, 세상은 그리 녹록치 않네요.

내가 욕했던 그 시절의 그 어른이 바로 저라는 사람입니다.

별거 아닌 기득권에 목숨을 걸며 살아가는 제가 꼴보기 싫어

도망치듯 떠나온 한국을 이제야 멀리서 제대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멀리서 안녕하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네요.

제가 고민하고 바꾸려 했던 그 시절과 지금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에

너무 허무하고, 아직도 그곳에서 전쟁처럼 하루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등 뒤에서 칼을 꽂은 것 같아 배신자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어디서 있든 현실은 상황에 맞춰 다가오는가 봅니다.

오늘 열심히 살았으니 내일은 바뀔 것이란 희망을 그냥 써 봅니다.

이제 모두 안녕한 그런 세상이 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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