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께 드리는 두 번째 편지

2010. 6. 14. 오전 10: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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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신부님 !!
 
첫 편지에 이어 다시 펜을 들게 된 최강찬 요한 비오입니다. 어제 오후는 정말 길었습니다.
교회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 하루였다고 말씀 드려야 맞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먼저 드리고픈 말씀은 저희 신자들이 신부님께 썼던 그 많은 편지들을 읽어 보시기나 하신 것인지요.
 
그 편지들을 읽으셨다면 공동체 구성원들의 바램이 무엇인지 아셨을 것이라 생각을 했습니다만, 신부님께서 말씀하신 그 많은 말들은 제게 이런 판단을 내리게 합니다. 전혀 읽어보지 않으셨거나 아니면 애써 무시하고 계시거나.
 
2002년 월드컵 열기가 재연될 분위기에 모두가 녹록하지 않은 이민생활의 활력소를 받고 있는 요즘 성령으로 충만해야 할 교회에서 다시 찬물 세례를 받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 앞섭니다. 교회는 교회입니다. 어느 선승이 예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산은 산이요, 물은 물입니다. 당연히 교회는 교회입니다. 교회가 정치인이 모여 정치를 하는 의사당과 다른 것은 하느님을 모신 사람들이 모인 장소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자발적 의지에 의한 모임이라는 것이지요. 나약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하느님의 피조물로서 하느님 앞에 무릎 꿇고 흠숭하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려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교회라 생각합니다. 분명 정치인들이 모여 싸우는 곳과는 다른 곳이 교회입니다. 시작이 이랬을 것이고 여전히 교회는 그 전통 속에 뼈대를 단단히 한다고 믿습니다.
 
사람이 모이면 당연히 법이란 것이 존재합니다. 법이란 너무나도 쉽고 간단합니다. 상식과 일반적인 감정을 근본으로 만들어진 것이 법입니다. 법(法)이란 글자 그대로 물이 흘러가는 것과 같습니다. 물은 상식입니다. 그리고 절대 없으면 안 되는 물질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위에서 아래로 흘러갑니다. 아시는 것처럼 고이면 또한 썩게 되어 있는 것 또한 물입니다. 그 법을 만드는 곳은 정치인들이 모여 쌈박질을 하는 의사당입니다. 그렇다면 교회법을 만드는 곳은 교회입니까 ? 아니면 신부님들께서 소중히 생각하시는 조직체계입니까 ?
 
법이란 자고로 사람 위에 군림하는 것이어서는 안됩니다. 우리가 공기와 물의 소중함을 매번 인식하고 살지 않는 것처럼 인식의 대상이 되지는 않습니다. 우리의 삶은 무릇 그렇게 흘러가고, 순리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에만 나타나는 것이 법입니다. 교회법 또한 우리 신자들에게 어떤 족쇄로 작용하지 않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매 순간순간마다 하느님을 인식하지 못하고 저지르는 죄를 반성하기 위해 그분 앞에 무릎 꿇고 나가고자 하는 가녀린 마음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겠죠. 그 마음을 지닌 신자들에게는 교회법이란 그렇게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합니다. 그리고, 중요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삶이 교회 밖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겠죠.
 
교회가 자발적 조직임을 믿는 저는 상명하복을 목숨처럼 여기는 군대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신부님들의 조직체계가 궁금해집니다. 군대는 싸우기 위해 존재합니다. 다시 말해 국가라는 공동체를 위해 존재합니다. 신부님들은 무엇을 위해 존재합니까 ? 신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신부 아닐까요. 국민이 없는 국가와 신자가 없는 신부는 어불성설입니다. 신자들의 신앙생활이라고 해봐야 길어야 하루에 서너 시간입니다. 그렇지만 신부님은 다릅니다. 하루 종일 아니 평생을 오직 하느님만을 받들고 살아갑니다. 그 시간의 차이 그리고 질의 차이에서 우리 신자들은 삶을 돌아보고 길을 다시 찾곤 합니다.
 
어떤 이유로든 이민 생활이라는 것은 모험입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곳에서의 삶은 항상 긴장을 끈을 풀 수 없게 만듭니다. 이민자들로 구성된 우리 교회는 어쩌면 그 팽팽한 긴장의 끈을 풀게 하는 유일한 장소인지도 모릅니다. 팍팍한 삶 안에서 공유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는 것이 우리 교회죠. 연대감은 최고라 생각합니다. 신앙과 교회 밖에서 맞닥뜨리는 많은 것들이 유사하기 때문에 그렇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회는 분열이 있었습니다. 자칭 똑똑하고 돈 많으며 잘난 사람들이 멍청하고 돈 없으며 못난 사람들을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해 설친 결과입니다.
 
그 사람들을 보면 어렸을 때 읽은 우화가 생각납니다. 양치기 소년도 생각나고, 양의 탈을 쓴 늑대 이야기도 떠오릅니다. 그리고, 일치와 화합이란 것이 무엇인지도 생각하게 합니다. 지난 편지 때 저는 과거의 시시비비는 명명백백히 가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일치와 화합 이전에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반드시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화합은 용서를 구하는 진정한 마음과 다시는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맹세로서만 가능합니다. 물과 기름은 섞이지 않습니다. 그것이 상식입니다. 지금 이곳 멜번의 두 공동체는 물과 기름과 같습니다.
 
화학 성분이 바뀌지 않고 물과 기름이 섞일 수 있을까요 ?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M/W 공동체와 아이반호 공동체는 물과 기름과 같습니다. 절대 섞일 수 없습니다. 신부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대주교의 지침이니 따르라고만 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통합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안에서는 다시 정치인들이 쌈박질 해대는 의사당의 모습이 재연될 것이고, 신부님께서는 누군가의 전철을 밟을 것은 명약관화합니다.
 
유대인들은 고통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길고 길었던 핍박의 역사를 이기고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것이 그들입니다. 저희 공동체 또한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핍박의 역사를 이겨왔습니다. 그 연대감을 신부님께서는 사탄이 든 몇 사람의 책동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렇지만 저를 포함한 많은 신자들이 신부님께 드렸던 편지를 다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신부님의 표현대로라면 저희 모두 악마가 든 사람입니까 ?
 
객관적으로 교회가 많은 것은 좋은 것입니다. 자기 집에서 가까운 교회에 나갈 수 있어 좋고,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이익입니다. 외부적으로도 성장하고 있는 교회의 모습을 보일 수 있고요. 정체된 가톨릭 교세 확장에도 일익을 담당합니다. 한국이나 여기나 마찬가지지만 가톨릭 교회에 젊은 신자들이 많이 있습니까 ?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것은 가톨릭의 폐쇄성과 경직성 그리고,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조직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화합과 일치를 위해 꼭 하나의 교회 안에서 미사를 봐야한다고 하면 요즘은 지나가던 소도 웃습니다. 셀 수 없이 다양한 다양성의 시대에 구시대적인 개념을 적용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국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한국은 유일한 분단국가입니다. 화합과 일치를 위해 요즘 이명박 정권이 하는 것처럼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흡수통일 및 적대시하려는 정책이 화합과 일치입니까 아니면 소통과 대화 그리고 교류가 먼저인 정책이 화합과 일치입니까 ?
이곳도 똑같지 않을까요. 서로의 삶과 방식을 인정하고 각자의 터전을 인정한 다음에 화합과 일치는 가능합니다. 그것은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것이 전제가 됩니다. 지금 이곳 두 공동체에 필요한 것은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서로의 공동체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사목자로서 신부님께서는 두 공동체를 똑같이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것이 진정한 화합과 일치를 위한 초석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리적으로 하나의 공동체, 하나의 사목회, 하나의 재정을 이루는 것이 저희 공동체의 진정한 화합과 일치라고 믿으신다면 저희 M/W 공동체 구성원의 바램과는 너무 동떨어진 것임을 간절히 간절히 말씀드립니다.두 공동체가 선의의 경쟁 속에 성장을 추구하다보면 일치와 화합은 자연스러운 일이 됨을 믿습니다.
 
어느 교회를 선택하느냐는 신자들의 몫입니다. 대주교의 선택도 아니고, 신부님의 선택도 아닙니다. 종교의 자유는 하느님께서 부여하신 특권입니다. 가톨릭의 체계 안에 있는 것이 아니며 교회법이 구속하는 것도 아닙니다. 신자가 없는 신부는 국민이 없는 국가와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대주교님의 편지 문구를 인용하는 것으로 마치겠습니다.
 
" 당신은 사제로서 모든 신자들을 위해 그곳에 있는 것이고..... 기억해야 할 것은 멜번에 살고 있는 한인들은 그들의 나머지 삶을 이곳에서 보낼 것이고, 나는 그들이 적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
 
신부님의 건강을 기원하며, 월드컵 기간 동안이라도 한마음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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