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미예수님!!
안녕하십니까. 신부님!!
제 이름은 최강찬 요한 비오라고 하며, 이곳 멜번에 와서 살게 된 것은 이제 2년 반 정도 되었습니다.
한 아이의 아버지이며, 20년 냉담 후 이곳에서 다시 신앙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길고 긴 냉담의
터널을 지나게 된 이유는 물론 제 집사람과의 약속도 있었고, 나이도 조금 먹다보니 그렇게 됐네요.
제 소개는 이쯤으로 하고,
지난 주말 신부님께서 할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은 실명으로 편지를 쓰라고 하셨기에 나름 제가 느낀
그대로를 쓰고자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혹여 마음을 상하게 하는 문구가 있다면 미리 용서를 구합니다.
오늘은 지난 과거에 대한 이야기만 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쩌면 현재의 이야기라고 생각이 됩니다만..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이곳 멜번의 신자들은 두 파로 나뉘어 돌아오기 힘든 루비콘 강을 오래 전에 건넜습니다.
서로를 원수로 생각하는 신자들도 상당히 됩니다. 그렇게 된 이유는 아시다시피 젊은 목자 이상희 요셉 신부를
죽음으로 몰고 간 분열이 있었기에 그렇습니다. 저는 그 당시 있었던 일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처음 생각으로는 가톨릭 교회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하는구나 하는 조금 희한하다는 생각을 했었죠. 그렇지만,
이민자들로 구성된 이곳 교회의 특수성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는 결론은 내리게 되었습니다.
새로 온 신자들은 이런 과거의 일에 대해 듣기도 싫어하고 관련되는 것 자체를 꺼려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역사라는 것은 언제나 반복하게 되어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는데, 바로 분열된 우리 교회가 보이는
모습이 지난 과거를 그대로 되풀이 하고 있다고 느끼면서 부터입니다.
신부님께서도 잘 알고 계시다시피 한국이라는 나라가 언제나 저 모양 저 꼴인 이유는 일제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과거부터 시작됩니다. 친일을 한 사람들이 미국에 붙어 목숨을 연장하고, 그 자손들 역시 좋은 교육과 돈을
배경으로 지금까지 지도층이랍시고 승승장구하며 민초의 목소리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는 것이 현실 아니겠습니까?
똑같은 역사였지만 독일이나 프랑스를 돌아보면 그들은 가혹하리만치 철저했습니다. 부역했던 모든 사람의 과거
행적을 쫓아 아직도 그 역사를 밝히는 작업이 계속되며, 그 일로 인해 그들은 선진국으로서 존경을 받고 과거청산
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다를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가 옆으로 잠시 샜습니다만 제가 바라는
것은 신부님께서 말씀하시는 화합과 일치, 정말 꼭 이루어야 하는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선행해야 하는 것이 바로 지나온 역사의 잘잘못은 꼭 따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는다면 똑같은 사건이 일어나게 되어 있으며 신부님께서도 이상희 요셉 신부님의 전철을 밟지 마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생각합니다. 제가 느끼는 이곳 M/W 신자들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을 하나의 단어로 표현한다면,
바로 "억울함"입니다. 다르게 해석한다면 원통하다는 것입니다. 이 마음이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 속 한 켠에
"한"이 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 이곳 신자들 마음 속에 한이 서려 있겠습니까?
바로 분열을 조장했던 세력이 여전히 건재하고, 그들은 지나온 세월 동안 형언하기 힘든 핍박을 이곳 공동체에
가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들에게 이곳 공동체 구성원이 마음을 열고 맞아들인다는 것은 예수님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고 감히 단언하겠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80년에 신군부에 의해 광주사태가 일어났습니다. 그때 수 많은 우리 형제, 자매들이 죽었죠.
누가 용서를 구하는 것이 맞습니까? 죽음 당한 사람이 용서를 구해야 합니까 아니면 그 쿠테타를 일으킨 당사자가
용서를 구해야 합니까? 너무 비유가 거창한가요. 그러면 작은 일로 돌아와서 보도록 하죠. 성폭행을 당한 사람이
용서를 구해야 합니까 아니면 성폭행을 가한 사람이 용서를 구해야 합니까? 답은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용서를 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상황을 만들었던 사람이 문제였다고 우깁니다. 달을 가리키면
달을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달을 가르키는 손가락을 봅니다. 저는 분열을 조장했던 그들이 제가 예로 든 사람들과
똑같다고 느낍니다. 조금 더 배웠고, 돈이 더 있을지 모르는 그 사람들은 언제나 정의를 말합니다.
지나온 세월 저희 공동체 구성원들이 느꼈던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정의롭지 못한 것을 정의롭지 못하다 이야기
하고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 시정하자 하는데 거부당했으며, 젊은 목자를 수 많은 정신적 고통 속에 빠뜨렸고
결국 그분 곁으로 가시게 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그 뻔뻔함에 치를 떨게 됩니다. 꼭 누구를 닮았습니다.
그 많은 사람을 죽게 했으면서도 역사를 들먹이고, 성폭행을 했으면서도 그 상황을 들먹이는 뻔뻔한 그들처럼..
저는 개인적으로 신부님께서 일치와 화합을 말씀하시기 이전에 고통스런 과거를 보듬어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 더 사랑하지 못해 미안하다!! "는 유언을 남기게 했던 그 젊은 목자를 이제 하느님 곁으로 보낼 수 있게 해주시길
두 손 모아 기도드립니다.
청산되지 못한 역사는 언제나 똑같은 모습으로 다가온다는 것이 두려워집니다. 편가르기 앞에 누구와 누구 때문에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제게 오지 않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행여 저의 편지에 마음 상하지 않으셨기를 바라오며, 고통의 역사가 치유될 것을 하느님 앞에 기도합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