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서양의 철학자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의 마지막이 온다고 해도 나는 사과나무를 심겠다.’라고 말을 하였습니다. 살아 있는 사람은 모두 죽음을 맞이합니다. 우리 모두는 죽음이라는 종착역을 향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많은 일본 사람들이 사망하였고, 피해를 입었습니다. 세상을 떠난 분들을 위해서 기도하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교회는 오늘 사순 제2주일을 맞이해서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일본 사람들을 위해서 2차 헌금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우리들의 마음을 모아서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전해 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행복은 원하는 것이 채워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의, 식, 주’가 해결되어야 행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입을 것이 있고, 먹을 것이 있고, 머물 곳이 있어야 행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다음은 문화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 여유 있는 자금이 있으면 행복할 것 같았습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안정된 직업이 있으면 행복할거라 생각합니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가정을 이루고, 자녀들은 예쁘고 명석하게 자라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행복일 것입니다. 우리가 행복을 원한다면 바로 이와 같은 행복일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이런 행복을 얻기 위해서 살아갑니다. 지난주에 우리는 사탄이 예수님을 유혹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사탄은 세상 사람들이 원하는 것으로 예수님을 유혹하였습니다. ‘편안한 의, 식, 주를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높은 곳에서 뛰어 내려도 다치지 않을 정도의 능력을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지위와 명예를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행복도 좋지만 또 다른 행복이 있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는 또 다른 행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채워져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비우고 버리고 떠나는 행복입니다. 인류 역사에 새로운 빛을 밝혀준 분들은 채워서 얻는 행복이 아니라, 비우고 떠나는 행복을 통해서 빛을 보여 주었습니다. 석가모니는 화려한 궁궐을 떠났습니다. 왕자의 자리를 떠났습니다. 왕이 될 수 있는 지위와 명예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보리수 아래에서 7년 동안 수행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비우고 떠나야 얻은 행복을 깨우쳤습니다. 그것이 불교의 시작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편안하고 정들었던 땅을 떠났습니다. 비우고 버려서 새로운 행복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믿음의 시작입니다. 거친 광야에서 뜨거운 햇빛 아래 목이 마를 수 있습니다. 낯선 곳에서 강도를 만나 가진 것을 빼앗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씨앗은 부서지고 깨져야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듯이, 엄마의 태아에서 아이는 따뜻하고 편안한 어머니의 품을 떠나야만 하나의 인격체가 되어 삶의 주체가 될 수 있듯이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뜻을 따르기 위해서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났습니다.
예수님께서도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명예와 권력을 모두 버리고 떠났습니다. 모세와 엘리야와 함께 머물 수 있는 아름답고 순결한 ‘타볼 산’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거친 세상으로 내려오셨습니다. 그 길이 십자가의 길이고, 고난의 길이고, 죽음의 길일지라도 예수님께서는 모든 것을 버리고 세상으로 내려오셨습니다.
‘갈매기의 꿈’이라는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갈매기 조나단은 무리들과 어울려 거친 바다에서 먹이를 잡고, 하늘을 나는 것이 삶의 전부라는 것이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좀 더 높이 날고 싶어 했습니다. 좀 더 멀리 날고 싶어 했습니다. 갈매기는 주린 배를 채우는 일, 동료들과 어울려 하늘을 나는 일도 좋지만 더 높은 세상, 더 먼 세상을 향해 동료들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전에는 느낄 수 없는, 전에는 배울 수 없었던 참된 비행의 기쁨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떠나지 않고는 비우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행복이었습니다.
우리가 채워야 할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인내, 겸손, 사랑, 희생, 헌신, 나눔’을 채워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을 그러한 것들로 채우면 우리는 좀 더 가벼워져서 더불어 살아가는 기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세상에 살면서도 천상의 삶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버리고 비워야 할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분노, 욕심, 이기심, 질투, 시기, 탐욕’을 버려야 합니다. 그런 것을 버릴 줄 알면 우리의 영혼은 맑고 순수해 질 것입니다.
우리는 사랑받기 보다는 사랑하게 되고, 이해받기 보다는 이해하게 됩니다. 줌으로써 받고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됩니다. 이것이 비움의 영성, 버림의 영성, 떠남의 영성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채워야 할 것들을 너무나 쉽게 버리는 것을 봅니다. 그리고 정작 버리고 비워야 할 것들은 소중하게 간직하는 것을 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행실이 아니라 당신의 목적과 은총에 따라 우리를 구원하시고 거룩히 살게 하시려고 우리를 부르셨습니다. 이 은총은 창조 이전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이미 우리에게 주신 것인데, 이제 우리 구원자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나타나시어 환히 드러났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죽음을 폐지하시고, 복음으로 생명과 불멸을 환히 보여 주셨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왜 우리가 비우고 버려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말해 주고 있습니다. 그래야 우리는 생명과 불멸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