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세례자 요한 탄생’ 대축일입니다. 보통 성인은 축일을 이 세상을 떠난 날로 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례자 요한은 태어난 날을 축일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세례자 요한은 구원의 역사에 있어서 커다란 역할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세례자 요한에 대해서 몇 가지 이야기를 합니다.
첫 번째는 주님의 길을 준비하였다는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회개하라고 외쳤고, 물로 세례를 주었습니다. 제자들을 모았고, 세례자 요한의 제자들 중에서 예수님의 제자가 된 사람들도 있습니다. 농부는 씨앗을 뿌리기 전에 미리 밭을 갈아 놓습니다. 모를 내기 전에 미리 논에 물이 차도록 합니다. 이런 준비 과정이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충실하게 주님의 길을 준비하였습니다. 우리의 신앙생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준비는 기도입니다. 기도하지 않는 신앙은 곧 메마르게 됩니다. 아무리 좋은 자동차도 기름을 넣어야 하듯이, 기도는 우리를 영적으로 충만하게 하는 힘입니다.
두 번째는 겸손함을 보여 주었습니다. 사람들은 세례자 요한을 구원자로 알았습니다. 그리고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았고, 모두들 존경하였습니다. 그러나 세례자 요한은 늘 겸손하게 말을 하였습니다. ‘나는 그분의 길을 준비하는 사람입니다. 나는 그분의 신발끈을 풀어드릴 자격도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세례자 요한의 겸손함을 높이 샀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의 아들에게서 태어난 사람 중에 세례자 요한 보다 더 뛰어난 사람은 없습니다.’ 겸손의 반대말은 ‘교만’입니다. 교만은 우리를 하느님과 멀어지게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교만 때문에 하느님과 멀어졌고, 죄를 지었습니다.
세 번째는 주어진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연극을 하면 주인공이 있고, 조연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주인공에게 박수를 치지만 조연이 없는 연극은 없습니다. 조연은 드러나지 않지만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해야 합니다. 2002년 월드컵에 우리 대표팀은 4강에 올랐습니다. 당시에 골키퍼는 이운재 선수였습니다. 한 번도 경기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김병지 선수도 당시에 대표 팀 선수였습니다. 비록 경기장에서 뛰지는 못했어도 김병지 선수는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팀 동료들을 격려하였고, 이운재 선수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2010년 월드컵에서 이운재 선수는 정성룡 선수에게 자리를 내 주었고, 아직까지 경기장에서 뛰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운재 선수도 다른 동료선수들을 격려하였고, 후배인 정성룡 선수에게 박수를 보냈습니다. 드러나지 못해도, 알아주지 않아도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오늘 세례자 요한의 탄생 대축일을 지내면서 최민순 신부님의 시 ‘두메꽃’을 생각합니다.
“외딸고 높은 산 골짜구니에 살고 싶어라
한 송이 꽃으로 살고 싶어라
벌 나비 그림자 비치지 않는 첩첩 산중에
값없는 꽃으로 살고 싶어라
햇님만 내님만 보신다면야 평생 이대로
숨어 숨어서 피고 싶어라”
세례자 요한의 삶은 우리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본받아야 할 삶의 태도라고 하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우리는 복음을 전하고, 구원의 징표를 삶으로 증거해야 합니다. 우리는 세례자 요한처럼 겸손한 모습으로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도록 살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