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강림 대축일

2008. 5. 9. 오전 11: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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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성령강림 대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 50일 째 되는 날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약속하신대로 성령을 보내 주셨습니다. 다락방에 모여서 기도하던 제자들은 성령을 체험하고, 이제 주님께서 맡겨주신 사명을 실천하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 성령강림 대축일은 교회의 생일이기도 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보면 제자들이 성령을 체험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가슴이 뜨거워졌고, 신령한 말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의 말을 모여 있던 사람들은 각자 자기 나라의 말로 알아듣습니다. 성령을 체험한 사람들도 놀랐지만, 성령을 체험한 사람들을 보는 사람들도 놀랐습니다.

성령강림 대축일은 구약의 오순절과 관련이 있습니다. 오순절이란,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를 탈출해서 광야 생활한지 50일 째 되는 날입니다. 이날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삶의 지표로 삼아야 할 10계명을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께로부터 받았습니다. 광야에서 살아야 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은 10계명을 중심으로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바로 이 오순절 날, 사도들은 모세가 10계명을 받은 것처럼, 성령을 체험하게 됩니다. 성령은 이제 사도들이 중심이 되는 초대교회의 행동지침이요, 삶의 방향이 되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 성령의 체험을 좀 더 신학적으로 체계화 시켰습니다. 성령은 7가지 은사로 나타난다고 이야기 합니다. “효경, 두려움, 굳셈, 지식, 의견, 통달, 슬기”가 성령의 은사라고 합니다. 효경은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고, 두려움은 하느님의 마음이 상할까 염려하는 마음입니다. 굳셈은 시련과 고통을 이겨내는 것이고, 지식은 믿은 것과 믿지 않을 것을 아는 것입니다. 의견은 상황에 대한 올바른 판단이며, 통달은 하느님께 대한 진리를 깨닫는 것이고, 슬기는 하느님의 사랑을 세상의 모든 것 보다 더 사랑하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이러한 성령의 은사를 통해서 성령의 열매가 맺어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성령의 9가지 열매를 말하고 있습니다. “사랑의 열매, 기쁨의 열매, 평화의 열매, 인내의 열매, 친절의 열매, 선행의 열매, 진실의 열매, 온유의 열매, 절제의 열매”입니다.

저는 본당 안에서 교우들의 모습을 보면서 성령의 은사와 성령의 열매를 볼 수 있습니다. 지난 수요일 10시 미사 때 어버이 날 행사를 하였습니다. 본당 가정분과에서 어르신들을 위해서 꽃을 준비했습니다. 레지오 단원들이 어르신들에게 꽃을 달아 주셨고, 성가대는 어머니 은혜를 불러드렸습니다. 미사를 마치고 카나 홀에서 어르신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였습니다. 어르신들을 위한 작은 잔치였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너무 고마워하시고 좋아하셨습니다. 어머니 은혜를 부르는데 많은 분들이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저도 눈에 머가 들어갔는지 눈물이 나더라고요. 성령께서 함께 해 주셨기 때문에 모든 분들이 자발적으로 기쁘게 봉사할 수 있었습니다.

매주 꽃꽂이 강의를 해 주시는 분도 계시고, 붓글씨는 가르쳐 주시는 분도 있습니다. 우리 본당 교우도 아닌데 멀리서 성서공부를 하기 위해서 와 주시는 분도 있습니다. 아무런 조건 없이 이렇게 자신의 재능을 나누는 것도 성령의 은사요, 교우들이 그런 자리를 통해서 새로운 것을 아는 것은 성령의 열매입니다. 어떤 분들은 혼자 계시는 노인들을 위해서 도시락을 배달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밥과 반찬을 배달하는 것이지만, 그 밥과 반찬에는 노인들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함께 들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지난 2002년 작은 축구공 하나가 우리 민족 모두를 하나가 되게 했던 사건입니다. 그때 우리는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의 구분이 없었습니다. 그때 우리는 불교, 개신교, 천주교의 교파도 나누지 않았습니다. 그때 우리는 정치인, 노동자, 자본가, 기술자, 과학자의 구분도 없었습니다. 그때 우리는 남, 여, 노, 소의 구분도 하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대한민국’을 외치면서 한바탕 축제의 마당에서 신명나게 하나가 될 수 있었습니다.

작은 축구공을 통해서 이렇게 하나가 될 수 있었고 축제의 마당을 열 수 있었다면 우리는 성령을 통해서 우리는 보다 큰 기쁨과 환희의 잔치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령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면 오늘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주셨던 평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성령께서 함께 하시면 민족과 언어의 장벽도 넘을 수 있습니다. 성령께서 함께 하시면 우리는 진정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본당의 청년들과 성령기도회 봉사자들이 ‘성령의 은사와 열매’를 만들었습니다. 종이를 오리고, 그것을 다시 코팅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봉사해 주신 청년들과 성령기도회 봉사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오늘 봉헌을 하신 후에 하나씩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께서 뽑으신 성령의 은사와 성령의 열매를 삶을 통해서 실천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교회란 우리 눈에 보이는 건물일 수 있습니다. 교회란 주교, 사제, 신자들로 구성된 제도와 조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몸은 혈관을 통해서 흐르는 혈액이 없으면 움직일 수 없듯이, 교회는 성령의 은사와 성령의 열매가 하느님 백성을 통해서 세상에 드러날 때 진정한 교회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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