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우리 교회는 1년 중에 가장 거룩하고 뜻 깊은 성삼일의 첫날을 시작합니다. 전 세계의 가톨릭교회는 오늘 ‘주님의 만찬 미사’를 함께 봉헌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고난의 십자가를 지시기 전에 제자들과 함께 저녁을 드셨는데 그것이 바로 “Ultima Caena"라고 불리는 최후의 만찬입니다.
지난 화요일에 평화방송 녹화가 있었습니다. 부활이 지난 수요일에 방영되는 것이라서, 방송 중에 이미 부활을 축하한다는 인사를 하였습니다. 진행자가 부활계란을 많이 드셨냐고 물어보니, 안 먹었다고 할 수도 없고 먹었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렇게 방송 일을 하는 사람은 미리 제작을 하기 때문에 시간을 먼저 지내게 됩니다. 달력을 만드는 사람들도 미리 세상을 사는 사람입니다. 옷을 만드는 사람들도 봄이면 벌써 여름옷을 만들게 됩니다. 이번에 방송 녹화를 하면서 잠시 생각했습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세상에 살지만 이미 하느님 나라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닌가! 우리는 이 세상에서 천국의 기쁨과 천국의 영광을 보여주면서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예전에 저희 집은 텔레비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주인집에 가서 텔레비전을 보곤 했습니다. “웃으면 복이 와요, 수사반장, 그리고 축구 한일전 같은 것을 보곤 했습니다. 저희 집은 남자 형제가 3명인데, 제가 막내라서 늘 주인집에 텔레비전을 볼 수 있는지 물어보는 심부름을 하곤 했습니다. 그래도 그때 보던 텔레비전 프로가 아직도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요즘은 텔레비전 없는 가정이 거의 없고 많은 분들이 텔레비전을 시청합니다. 아마 우리 교우 분들께서도 하루에 몇 시간은 텔레비전을 시청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예전에 “새엄마”라는 드라마를 본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새엄마는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아이들은 친 엄마가 아니라서 새엄마의 말을 듣지 않고, 무시하고, 속을 상하게 합니다. 남편은 도박을 하고 급기야 외도를 하고 그리고 돌아와서 겨우 정신을 차리는가! 했더니 교통사고로 죽습니다. 시어머니는 남편의 도박도 남편의 외도도, 아이들이 새엄마를 잘 따르지 않는 것도 그리고 집안이 이렇게 어렵게 된 것도 모두 새엄마 탓인 양 야단을 칩니다.
그러나 새엄마는 그런 모든 아픔과 괴로움을 마음에 세기고 아이들을 위해서 시어머니를 위해서 헌신하고 봉사합니다. 그래서 기울던 가세도 조금씩 일으켜 지고 아이들도, 시어머니도 이제 새엄마를 이해하며, 새엄마와 하나 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흩어진 가족을 하나로 모으는 힘은, 그래서 새로운 희망과 기쁨을 주는 힘은 바로 어머니의 끝없는 희생과 헌신이었습니다.
이런 희생과 헌신은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나 가능하지 현실의 삶 속에서는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오늘 성서 말씀에서 바로 그런 드라마 같은 일이 아니 드라마 보다 더욱 극적인 그런 이야길 듣게 됩니다.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식사를 하실 때 빵을 들어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해 내어줄 내 몸이다. “ 또한 포도주가 든 잔을 들어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신 다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너희와 모든 이의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해 흘릴 피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바로 이것이 오늘 우리가 봉헌하는 미사의 원형이고 미사의 시작입니다. 초대교회의 제자들은 바로 예수님의 이 말씀을 잊지 않았고 함께 모여 예수님의 이 말씀을 따라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오늘 우리는 우리가 주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진정한 이유를 예수님의 말씀과 가르침을 통해서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식탁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고 수건을 허리에 두르신 뒤 대야에 물을 떠서 제자들의 발을 차례로 씻고 허리에 두르셨던 수건으로 닦아 주셨습니다.
그렇습니다. 발을 씻어 준다는 것은 어머니가 가장 사랑하는 아기에게 하는 일이요, 종이 주인에게 하는 일이요,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는 희생과 봉사입니다. 이제 우리가 주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신다는 것은 남을 지배하고 억누르고, 권위를 내세우고 잘난 척 하는 것이 아니라 아낌없이 자신의 것을 내어주고 기꺼이 봉사하고 사랑하라는 주님의 뜻을 따른다고 다짐하는 것입니다.
교우 여러분!
이천년 전 예수님께서는 겟세마니 동산에서 홀로 밤을 새워 기도하셨습니다. “주님 이 고난의 잔을 내게서 멀리해 주십시오, 그렇지만 그것도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 곧 다가올 치욕과 고난의 십자가를 예수님은 느낄 수 있으셨고 그래서 제자들과 더불어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하고 싶으셨습니다. 그러나 이천년 전 오늘 예수님의 제자들은 주님의 기도에 함께 하지 못했고 그만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주님의 밤샘 기도에 조금이라도 함께 하고자 오늘 수난 감실 앞에서 “성체조배”를 합니다. 우리 본당도 힘들고 어렵지만 마지막 주님 가시는 길에 함께 하고자 성체조배 시간표를 만들었습니다.
성체조배 시간표는 하나의 원칙이지 꼭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사정이 있으신 분은 먼저 하셔도 됩니다. 꼭 기도해야할 지향이 있으신 분은 밤을 새우셔도 좋습니다. 다만 우리가 성체조배를 하는 진정한 이유는 주님의 십자가의 길에 우리도 조금이라도 함께 하고자 함입니다. 잠시 묵상하겠습니다.
주님의 만찬미사
2008. 3. 20. 오후 7:3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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