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 2주(너는 나를 보고야 믿느냐!)

2008. 3. 28. 오전 8:56:50

글자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번에 내린 봄비가 꽃들을 겨울잠에서 깨웠나 봅니다. 개나리, 진달래 그리고 목련이 피었습니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대지는 그렇게 꽃들을 땅속에 품고 있었습니다. 촉촉이 내리는 봄비와 따뜻한 날씨는 어둠 속에 있는 꽃들을 불러내었습니다. 이 봄에, 우리들의 사랑과 우리들의 나눔 그리고 우리들의 희생으로 닫힌 마음들을 열었으면 좋겠습니다. 절망과 고통 중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고독과 외로움으로 삶의 의미를 상실해가는 사람들에게 그래도 세상은 아름다운 곳이라는 믿음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전에 한 신학자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랑하면 아나니 그때 아는 것은 예전에 알던 것과 다르다. 믿으면 보이나니 그때 보는 것은 예전에 보던 것과 다르다.’ 저는 이 말을 참 좋아합니다. 우리가 인식하는 것들은 다른 동물에 비하면 너무나 부족하다고 합니다. 냄새를 맡는 능력은 개에 비하면 형편없습니다. 보는 능력은 하늘을 나는 매에 비하면 거의 장님 수준입니다. 듣는 능력은 박쥐에 비하면 장애자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문화와 문명을 만들었고 이 세상을 넘어서는 영원한 세상을 꿈꾸며 그것을 보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들이 보이지 않는 것을 믿고, 희생과 아픔을 감수하면서 사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월요일에 ‘강남에 있는 삼성 의료원’엘 다녀왔습니다. 본당의 교우분이 아프기 때문입니다. ‘폐암’으로 가슴에 물이차고, 다른 곳으로도 전이 되어서 몹시 고통스러울 텐데도 표정이 너무 밝았습니다. 위로를 하기 위해서 갔는데 오히려 위로를 받았습니다. 다른 한분도 뇌수술을 했고, 가슴에 기계를 달았는데도 환한 모습으로 저를 대하였습니다. 두 분의 환자 곁에는 언제나 힘이 되어주시고, 위로가 되어 주시는 아내가 있었습니다. 환자분에게 ‘결혼 참 잘하셨지요?’라고 물으니 아이처럼 웃으셨습니다.

월요일은 쉬는 날인데, 엠마오도 가지 않고 병원을 찾아 주셨다고 고마워하셨습니다. ‘엠마오’는 어느 장소가 아닙니다. 예전에는 엠마오가 장소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산으로도 가고, 섬으로도 가고, 바다를 건너서 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엠마오는 장소는 아니었습니다. 인생길에 지치고 힘들 때 위로를 해 주시는 주님을 만나는 것이 엠마오입니다. 병원에 함께 가던 교우들 속에서, 그날 다른 본당에서 환자를 방문해 주셨던 교우의 마음에서,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병실의 보조 침대에서 새우잠을 주무시던 자매님들의 마음에서 위로를 얻었고 힘을 얻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엠마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의 제 1독서는 바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초대 교회 신자들은 비록 주님을 직접 보지 못했지만 사도들로부터 전해 들었고 주님을 믿었습니다. 그들은 단순히 믿은 것이 아니라, 그들이 믿었던 예수님의 가르침을 삶 속에서 실천했습니다. ‘빵을 나누었고 함께 기도하였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재산과 소유물을 팔았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만큼 나누었습니다.’예수님을 직접 보지 않았어도 예수님과 그분의 가르침을 믿었고 하느님께서는 이제 놀라운 일을 그들에게 보여주셨습니다.

오늘의 복음에서 우리는 또 다른 이야기를 듣습니다. 바로 토마의 이야기입니다. ‘내 눈으로 직접 그분 상처의 못 자국을 보고, 옆구리에 손가락을 넣어 보아야 믿겠다.’예수님과 함께 살았던 제자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아닌 함께 지냈던 제자들의 말을 믿지 못하였습니다. 믿지 못하니 보지 못하고 보지 못하니 믿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공자도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믿는 것도 힘든 일이다. 그러나 의심하지 않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다!’

오늘 제2독서에서 베드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니 즐거워하십시오. 여러분이 지금 얼마 동안은 갖가지 시련을 겪으며 슬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불로 단련을 받고도 결국은 없어지고 마는 금보다 훨씬 값진 여러분의 믿음의 순수성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에 밝혀져, 여러분이 찬양과 영광과 영예를 얻게 하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를 본 일이 없지만 그분을 사랑합니다. 여러분은 그분을 보지 못하면서도 믿기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영광스러운 기쁨 속에서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믿음의 목적인 영혼의 구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잠시 묵상하겠습니다.

댓글 1

  • 2008년 3월 28일 오후 2:17

    좋으말씀 감사합니다. 특히 엠마오의 정의는 찡한 뭔가가 다가오는 것 같네요.

매일복음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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