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남자들은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소재가 떨어지면 마지막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무슨 이야긴지 아십니까? 군대이야기입니다. 3년간의 군 생활은 남자들에게는 아주 색다른 체험이기 때문입니다. 가족들과 헤어져야하고, 사랑하는 연인과도 떨어져 있어야하고, 명령과 규율에 따라야 하고, 때로는 엄한 체벌을 받기도 하는 곳이 군대입니다. 추운겨울에 땅을 파고 잠을 자는 혹한기 훈련, 뜨거운 여름에 하는 행군, 새벽에 별을 보고 올라가는 초소근무, 특히 내무반에서의 생활은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입니다. 군 생활에 대한 이야기는 누가 더 고생을 했는지, 누가 더 재미있는 경험을 했는지, 누가 더 가슴 아픈 일이 있었는지 끝이 없습니다. 저는 후방에서 큰 고생 없이 군 생활을 마쳤지만 아직도 저의 군번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군 생활은 남자들에게는 큰 체험이기 때문입니다.
살면서 우리는 많은 경험을 합니다. 행복했던 순간, 가슴 아픈 순간, 고통과 절망의 순간들이 있습니다. 저는 어제 가톨릭 신문에 실린 글을 읽으면서 이보다 더 힘들게 세상을 살았던 사람도 없었으리란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분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어제 신문에 실렸던 글을 읽기 전까지는 그분이 그렇게 고생을 하셨다고 생각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늘 편안해 보였고, 따뜻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결혼하고 몇 년 후에 남편께서 쓰러지셨다고 합니다. 우연히 성당에 가서 기도를 하고, 남편은 깨어났습니다. 깨어난 남편은 몸은 깨어나지 못했고, 오히려 깨어난 것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힘들게 했다고 합니다. 말을 함부로 하고, 짜증을 내고, 던지는 그런 남편을 23년간 수발하며 살았다고 합니다.
남편만으로도 힘에 벅찬데 시어머니께서도 쓰러지셔서 한집에 2명의 중환자를 돌봐야하는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시어머니도 10년 이상 돌봐드려야 했던 그 분은 왜 하느님께서 이런 시련을 주시는지 하느님 원망을 참 많이 했다고 합니다. 병중에 시어머니도 세례를 받아서 함께 묵주기도를 했지만 원망과 고통은 쉽게 없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시어머니께서 마지막으로 그분의 품에서 숨을 거두시는 순간 정말 많이 울었다고 합니다. 남편도 하느님 품으로 가셨고 조금 숨을 돌리나 했는데 이제는 본인이 암에 걸려서 큰 수술을 했어야 했습니다. 남편 복도 없었고, 시어머니 복도 없었는데 자신까지 암에 걸렸으니 정말 하느님께 대한 원망이 컸다고 합니다. 수술을 마치고 병실에 돌아와서, 하느님께서 이렇게 많은 고통과 십자가를 주셨지만 그래도 행복했던 순간들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분은 ‘백치애인’이란 글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신 달자’님입니다.
“나에게 백치애인이 있다. 그 바보의 됨됨이가 얼마나 나를 슬프게 하는지 모른다. 내가 얼마나 저를 사랑하는지를, 그리워하는지를 그는 모른다. 별 볼일 없이 우연히, 정말이지 우연히 저를 만나게 될까봐서 길거리의 한 모퉁이를 지키고 있는지를 그는 모른다.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 적어도 내게 있어선 그는 아무것도 불 수 없는 장님이며,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이며, 내게 한 마디 말도 해 오지 않으니 그는 벙어리다. 우리는 바보가 되자. 이 세상에 아주 제일가는 바보가 되어서 모르는 척하며 살자. 기억속의 사람은 되지 말며 잊혀진 사람도 되지 말며 이렇게 모르는 척 살아가자.”
신 달자님께서 이번에 이런 자신의 삶을 이야기 한 것은 지금 힘들고 어려운 분들이 있다면 용기를 내고 힘을 내서 하느님께로 나갈 수 있는 분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였다고 합니다. 우리는 주님의 수난을 생각하며 사순시기를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와 복음에 나오는 ‘아브라함’은 믿음의 조상이며,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민족의 시작이 되는 분입니다. 그분에게는 영광도 있었지만 그분의 삶 또한 많은 고난과 아픔이 함께 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영광의 왕이 되셨지만 그분의 삶 또한 고난의 가시밭길이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 하신 말씀은 십자가를 지고 가는 우리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내 말을 지키는 이는 영원히 죽음을 보지 않을 것이다.” 긴 겨울을 참아내며 꽃을 피워내는 나무처럼, 신앙인들은 십자가를 통해서 구원의 꽃을 피워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