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 5주일

2012. 5. 6. 오전 5:24:55

글자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교우 여러분들의 기도와 염려 덕분에 성지순례 잘 다녀왔습니다. 성지순례를 통해서 느꼈던 감동과 기쁨은 앞으로 삶을 통해서 함께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없는 동안 수고해 주신 마티아 신부님과 사목회장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세상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고, 세상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어제는 작년에 선종하신 아버님의 기일이었습니다. 가족들이 함께 아버님을 위해서 기도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제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기운이 없어서 한의원을 찾아가 진맥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한의사가 진맥을 하면서 이렇게 말을 하였습니다. 잘 못 드셔서 기운이 없으신 것입니다. 그러니 한약 드시지 마시고, 주변의 식당에 돈을 드리고 매일 맛있는 음식을 드시면 됩니다. 어머니는 한의사의 말씀을 듣고 감동을 받았다고 하십니다. 처방으로 육회를 드시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저는 그 한의사의 얼굴을 보지는 못 하였지만 아름다운 얼굴, 아름다운 마음으로 지녔다고 생각합니다. 신앙 또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들의 모습을 통해서 세상 사람들이 세상은 아름답다고 느끼게 한다면 우리는 주님을 믿고 따르는 참된 신앙인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는 포도나무입니다. 여러분은 가지입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 시대에는 농사를 많이 지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포도나무를 보셨고 아주 간단하지만 명확한 진리를 비유를 통해서 알려 주셨습니다. 요즘으로 비유를 하면 전자제품과 전기라고 하겠습니다. 전자제품은 전원이 켜져야 작동을 합니다. 아무리 좋은 전자제품도 전원이 켜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전자제품에 이상이 생기면 제일먼저 확인하는 사항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전원이 켜져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입니다. 예수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오신다면 이렇게 말씀하실 것 같습니다. ‘나는 전원입니다. 여러분은 전자제품입니다. 전원에 연결되지 않는 전자제품은 소용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물건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물건에는 크게 두 가지 용도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물건 자체가 우리 삶에 도움이 되는 것들입니다. 무엇을 담을 수 있는 그릇과 같은 것입니다. 그릇, 항아리, 책장, 장롱과 같은 것들입니다. 우리는 그릇에 중요한 것들을 담아 놓고 보관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물건에 다양한 용도가 있는 것들입니다. 가위, 칼, 낫, 붓과 같은 것들입니다. 우리는 이런 도구를 이용해서 더욱 많은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우리들의 상상과 우리들의 재능을 이런 도구를 이용해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신앙생활에도 이런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우리들의 몸과 마음은 하느님의 뜻과 하느님의 사랑을 담아 두는 그릇과 같다는 신앙입니다. 그래서 성서는 이렇게 말을 하기도 합니다. “나는 주님께서 만드신 ‘질그릇’입니다.” 도공이 온갖 정성을 다 기울여서 도자기를 만들 듯이 우리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 수도원에서 생활하시는 수도자들은 이렇게 생각을 많이 하였습니다. 사찰에서 오랜 동안 수련을 하시는 스님들도 이와 비슷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릇은 무엇을 담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릇과 같은 신앙은 정적이면서 깊이가 있습니다.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 같지만 그윽한 풍미가 있습니다. 꽃은 움직이지 않지만 향기가 널리 퍼지듯이 깊은 영성과 신심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본당에서 사목하시는 신부님들은 마치 도구와 같습니다. 본인 자신이 그릇이 되어서 하느님의 사랑을 담아내야 하지만 사목의 결과를 만들어 내야합니다. 성사를 통해서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도와야 합니다. 가난한 이, 아픈 이, 외로운 이, 상처 받은 이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어야 합니다. 교리를 가르쳐서 세례를 주어야 하고, 쉬는 교우들이 신앙의 기쁨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위로해 주어야 합니다. 마치 기업과 같습니다. 기업은 매출과 실적으로 보여 주어야 합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내야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소비자들이 감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합니다. 뿌리가 깊지 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고, 샘이 깊지 않은 물은 가뭄에 말라버리듯이 도구와 같은 삶은 쉽게 지치고 상처 받기가 싶습니다.

21세기는 어떤 세상일까요? 마치 도구와 같은 세상입니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내고, 풍요로운 것들이 생겨났습니다. 자동차, 기차, 비행기를 통해서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곳을 빠르고 쉽게 갈 수 있습니다. 주방 용품들이 만들어 져서 주부들은 힘든 가사 일에서 자유로워 졌습니다. 컴퓨터와 인터넷은 우리를 연결해 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세상에 살면서 사람들은 더욱 깊은 고독을 느끼곤 합니다. 어느 한 곳에 머물러 있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바퀴가 돌지 않는 자전거는 넘어지듯이 먼가를 해야 하고, 변화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우리를 괴롭히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예전보다 잘 먹고, 잘 입고, 잘 사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예전보다 더 쉽게 좌절하고, 소중한 목숨을 끊어 버립니다. 학생들의 사망률 1위가 ‘자살’이라고 합니다.

성지순례를 하면서 산속 깊이 있는 수도원을 방문하였습니다. 수사님들은 매일 기도를 하십니다. 하루 중에 저녁기도는 순례를 온 신자들과 함께 하셨습니다. 수사님들의 기도는 지친 순례자들의 영적 갈증을 채워주는 샘물과 같았습니다. 밤이 오면 수도원의 불빛은 꺼지고 고요가 찾아옵니다. 세상의 것들과 연결된 전원은 꺼지겠지만 하느님과 연결되는 전원이 켜지는 것 같았습니다. 침묵과 고요는 우리가 왜 이 세상에 있는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우리가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알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살기 편한 집은 있지만 따뜻한 정이 흐르는 가정은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편리한 시설과 아름다운 성당 건물은 있지만 기도와 사랑이 넘치는 성당은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분의 계명은 이렇습니다. 그분께서 명령하신대로, 그분의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믿고 서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그분의 계명을 지키는 사람은 그분 안에 머무르고, 그분께서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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