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어제 서울대교구의 사제서품식이 있었습니다. 많은 교우들의 축복과 기도를 받으면서 38명의 새 사제들이 서품을 받았습니다. 21년 전에 사제가 된 저는 아직도 사제는 누구인지, 사제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것과 현실의 삶은 그만큼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제에게 필요한 덕목은 3가지입니다. 건강, 지식, 영성입니다.
자신의 몸을 건강하게 돌보려면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 합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자리한다고 합니다. 유능하고 똑똑한 동창 중에서 건강 때문에 사목 현장을 떠나야하는 신부님들이 있었습니다.
혼자의 힘으로는 해결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으니 늘 책을 가까이 해야 합니다. 책을 읽는 것은 힘의 원천입니다. 문학, 문명, 인문, 경제, 세계사에 대한 책을 가까이 해야 합니다. 책을 통해서 사제는 간접적인 경험을 하게 되고, 책을 통해서 사제는 동시대인들의 생각을 알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는 풍요롭지만 현대사회는 또 불안하고 외롭습니다. 흔히들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 합니다. 그 불안함과 외로움은 세상의 것들로는 해결할 수 없으니 사제는 영성이 있어야 합니다. 거센 파도 앞에서도, 높은 산이 가로막아도 영성이 있으면 견뎌낼 수 있고, 넘어 갈 수 있습니다. 영성은 침묵과 기도 속에서 자라납니다. 사제에게는 그래서 기도와 침묵이 더욱 필요합니다.
사제는 또한 복음 3덕을 살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보여 주신 길이기 때문입니다. 사제는 제2의 그리스도이기 때문입니다. 복음 3덕은 정결, 순명, 가난입니다.
독신은 단순히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삶의 중심에 그리스도가 있는 것입니다. 혼사 살면서 권위적이고 교만하며 자신 밖에 모른다면 그것은 참된 독신이 아닙니다. 가정을 가졌어도 하느님이 삶의 중심에 있다면 정결한 삶을 사는 것입니다. 혼자 사느냐가 아니라, 하느님과 함께 사느냐가 중요합니다.
순명은 좋은 것만 따르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세상 사람들도 다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십자가의 길을 걸어 가셨듯이, 고난의 잔을 마셨듯이 나쁜 것도 괴로운 것도 주님을 위해서 따르는 것이 참된 순명입니다. 신자들 때문에, 주교님 때문에, 시간을 잘못 만나서, 친구들 때문에 핑계를 대는 것은 참된 순명이 아닙니다. 사제는 언제 어디서나 주님의 부르심에 ‘예’라고 응답해야 합니다.
가난은 영혼을 맑게 만드는 ‘향기’와 같습니다. 교회가 부유해지면, 사제의 삶이 부유해지면 그리스도의 향기는 사라지게 됩니다. 사제는 병든 이, 가난한 이, 외로운 이, 장애인, 독거노인, 냉담자를 우선적으로 만나야 합니다. 모든 것을 가지셨지만 스스로 가난함을 선택한 예수님을 따라야 합니다.
오늘 제1독서는 우상 숭배를 강요하는 ‘왕’의 이야기입니다. 준비 안 된 사제를 임명하여 이스라엘 백성을 그릇된 길로 이끄는 왕입니다. 반면에 복음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헌신하는 예수님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준비된 제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어제 새로이 서품 받은 사제들이 주님을 따르는 사제가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건강, 지식, 영성의 덕목을 갖춘 사제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정결, 순명, 가난을 삶을 통해서 드러내시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배 사제들의 모범이 더욱 필요합니다.
어제 서품식에서 했던 사제를 위한 기도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섬김을 받으러 오시지 않고 섬기러 오신 주님을 닮아가며, 매일의 삶이 하느님을 찬미하고 복음을 증거하는 거룩한 열정으로 가득 차게 하소서. 또한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과 하나 되신 주님을 본받아 우리 시대의 아픔을 치유하는 사명에 헌신하여 가난한 이들을 통해 하느님 나라가 드러나게 하소서. 주님, 청하오니 새 사제들과 함께 하시어 어떤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고 굳세게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며 살게 하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