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 사랑의 실천입니다.
아주 오래 전에 서울대교구 방학동 성당 주보 ‘겨자씨’에서 실린 글입니다.
『수 마을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수해를 입은 수 마을에서는 긴급회의를 열어 무너진 강둑을 다시 쌓기로 했다. 하지만 인력과 장비를 구하는 일이 문제였다. 그때 누군가 제안을 했다.
“흙과 돌을 나르려면 수레가 필요하니 수레를 두 개 가진 사람은 하나를 내놓읍시다.”
“그렇게 합시다.”
사람들은 잠시 웅성거리더니 금세 모두가 소리 높여 동의했다.
뒤이어 누군가가 또 외쳤다.
“수레를 끌 소나 말도 필요하니 두 마리 있는 사람이 한 마리씩 내놓도록 합시다.”
마을 사람들은 손뼉을 치며 이구동성으로 좋다고 했다. 그때 마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저는 가진 게 닭 두 마리 뿐이라 도움이 못 되 죄송합니다. 하지만 힘을 쓰려하면 잘 먹어야 하니 닭 두 마리 이상인 집은 한 마리씩 내놓읍시다. 제가 먼저 한 마리 내놓지요.”
순간 잠잠해졌다. 누구 하나 찬성하는 사람이 없었다. 왜냐하면 마을에서 소, 수레를 둘씩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닭은 어느 집이나 두 마리 이상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부분 남이 가진 것은 내놓기를 바라면서 내가 가진 것은 내놓기를 망설이는 것 같습니다. 위의 글에서, 시작 글을 보면 처음에는 있는 것을 나누고자 건의를 하니 모두 박수를 치고 동의를 합니다.
전후 사정을 모르고 아무 생각 없이 글의 흐름만 보면 수 마을 사람이, 수해를 당한 이웃을 위해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태 22, 39)고 하신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글의 말미 내용을 보면 마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이 제안한 내용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태도입니다.
처음에 제안한 내용은 내가 내놓을 것이 없으니 쉽게 동의를 합니다. 그러나 마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의 제안에 대해서는 모두 함구(緘口)하고 맙니다. 닭은 어느 집에나 두 마리 이상 키우고 있었기 때문에 동의를 하면 자기도 닭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감히 박수를 치지 못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글을 통해서 가만히 묵상을 해 볼 필요를 느낍니다. 우리 자신이 그 자리에 편승(便乘)해 있었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편에 서서 박수를 쳤을까요? 매년 수해로 많은 수재민이 발생하였고 지금도 폭우로 인하여 이곳저곳에서 수재민(水災民)이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수재민이 발생했을 때는 이웃이 되어 주아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가도 세월이 조금 지나면 금방 잊고 맙니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르 12, 31).는 주님의 말씀은 2000년 전의 말씀 이지만 지금도 우리가 실천해야 할 덕목(德目)이며 사명(使命)입니다.
레지오 교본에서도 레지오 마리애 단원에겐 순명, 겸손, 희생, 사랑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나눈다는 것은 물적인 나눔도 있지만, 따뜻한 마음의 나눔, 봉사로서의 나눔, 희생에 대한 나눔도 있습니다. 현재 우리 레지오가 성장(成長)하지 못하는 커다란 이유 중에 하나는 ‘나는 간부는 맡을 수 없다,’라는 확고한 신념(信念)(?)입니다. 특히 단장은 절대 맡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레지오는 전단원이 간부화가 되어야 합니다. 누구든지 간부를 맡을 자격이 있고, 능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전임 간부가 임기가 만료되어도 후임자가 없어 재임 기간이 끝나도 교본의 규정을 무시하고 7년, 8년, 10년을 계속하고 있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지난 9일 꾸리아 월례회의가 있었습니다. 꾸리아 부단장이 꼬미씨움 부단장으로 임명됨에 따라 꾸리아에서는 부단장을 새로 선출하게 되었는데, 추천 받은 형제님의 첫 마디가 “제가 꾸리아 부단장이 되면 저는 레지오 퇴단합니다.” 라고 하여 모두를 긴장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풍경은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닙니다. 그 형제님 덕분에 제가 꾸리아 부단장의 소임(所任)을 맡게 되었습니다.
교본 232쪽 제 28장 레지오의 관리 중, 모든 관리 기관에 적용되는 사항 8항(233쪽)에서“간부는 3년을 임기로 선출하는데, 동일 직책에 한해 재 선출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동일 직책을 연이어 6년을 초과여 맡을 수는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레지오 마리애가 정한 법입니다. 그런데 임기 만료(任期滿了)나 결원(缺員)으로 간부를 맡아 달라고 하던가, 간부 추천이 들어오면 제일 많이 나오는 반응이 “내가 단장으로 선출되면 레지오 퇴단합니다.”라고 엄포를 놓고 아예 후환(後患)까지 차단해버립니다. 물론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보지 않은 길이라 두려울 수도 있습니다. 책임을 맡으면 부담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어떻게 말할까,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마라. 너희가 무엇을 말해야 할지, 그때에 너희에게 일러 주실 것이다.” (마태 10, 19)고 하십니다.
사도 바오로는 “하느님은 불의한 분이 아니시므로, 여러분이 성도들에게 봉사하였고 지금도 봉사하면서 당신의 이름을 위하여 보여 준 행위와 사랑을 잊지 않으십니다.” (히브 6, 10)라고 말씀 하시며,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떠한 경우에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간구하며 여러분의 소원((所願)을 하느님께 아뢰십시오.” (필립 4,6)라고, 모든 걱정은 주님께 맡기고 추수 밭에 수확할 일꾼이 되어달라고 하십니다(마태 9, 37-38).
봉사는 사랑이며, 감사로이 받아들여야 할 추수 밭 일꾼이라고 하십니다. 이는 하느님의 소명(召命)을 실천하는 것이기에 주님께서 주시는 특은(特恩)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미태 7,21) “그러므로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모두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을 것이다.”(마태 7, 24)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