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이 그놈

2016. 2. 19. 오후 3:4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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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이 그놈]

 

어떤 신부님께서 강론 시간에 '행복한 결혼생활'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남녀 교우들에게 질문을 하나 던지셨습니다.

 

"여기 계시는 형제자매님들 가운데서 혹시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배우자를 내 사람으로 선택하겠다는 분, 계시면 손 한번 들어 보세요!"

꽤 많은 신자 분이 성당 안에 계셨는데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몇 명은 손을 들겠지.' 하고 생각했던 신부님은 상당히 곤혹스러웠습니다.

 

신부님께서 난감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 하셨는데, 그 순간 제일 앞줄에 않아 계시던 아주 연세 많은 할머니 한 분이 손을 번쩍 드셨습니다. 단 한 분이라도 손을 드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신부님은 감사한 마음으로 그 할머니께 또 다른 질문을 던졌습니다.

"할머님, 정말 훌륭하십니다. 어떤 이유로 다시 태어나도 지금 남편을 택하시려는 것입니까?"

 

할머니의 대답에 신부님은 거의 뒤로 넘어질 뻔했답니다.

"훌륭하다고까지 할 것은 없고, 나는 젊어서 사별하고 재혼을 했는데, 살아 보니 특별한 것이 없어! 그놈이 그놈이더라구. 그렇다면 아무래도 낯선 놈보다는 익숙한 놈이 더 낫지 않겠수?"

 

이 한세상 살아가는 동안 한 사람을 만나 한눈팔지 않고 한 평생을 같이 걸어간다는 것, 하느님 보시기에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고, 예수님 가르침을 따르는 진정한 복음의 길입니다.

그러나 한 사람과 꾸준히 평생을 같이 간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그간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고, 인생관이 다르고, 기호가 다르고, 성향이 다르고…….

철저하게 다른 두 사람이 같은 배를 타고 30년, 40년 이상을 같이 항해하기란 때로는 어렵다 못해 괴로운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염원하는 성가정, 잉꼬 부부, 원만한 결혼생활이란 거저 이루어지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지속적 자기 비움, 열렬한 기도생활, 영웅적 인내, 순교자적 자기 헌신, 다시 말해서 순교 영성이 필요합니다.

 

요즘 '아친남'(아내 친구 남편)이라는 말이 유행한다고 합니다.

'아친남'이 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자기 관리를 잘해 실제 나이보다 10살은 어려 보여야 합니다. 그럴듯한 직장에 매일 출근하는 남자여야 하고, 자주 해외 출장도 나가 주는 남자여야 합니다. 출근하기 전에 아침식사를 근사하게 차려 놓고 부드럽게 아내를 깨워 주는 남자여야 합니다. 아내가 바라는 근사한 남편상이지요.

 

'아친남'과 대응하는 말도 있다네요.

'남친아'(남편 친구 아내). 아내는 나이를 먹어도 늘 난초처럼 청초하고, 다소곳하고, 예의 바르고, 항상 웃고, 거기다 돈까지 잘 벌어 오고……. 남편이 바라는 좋은 아내상입니다.

 

세상에 이런 남편, 이런 아내는 없습니다. 남편도 아내도 어쩔 수 없이 부족한 인간, 나약한 인간, 모순과 한계를 지닌 인간, 그러나 노력하는 한 측은한 인간일 뿐입니다.

그래서 긴 여행길을 함께 걸어가며 서로의 결핍을 채워 나가며, 서로 도와주고, 서로 성장시켜 주며, 서로 일으켜 세워 주는 것이 바로 결혼입니다.

 

많은 십자가와 큰 희생이 따르는 것이 결혼생활입니다.

모든 것이 나와 다른 '그'입니다. 그러기에 '그'의 나와 다름은 당연한 것으로 바라보고, 끊임없이 '그'에 대해 연구해야 하고, '그'를 위해 기도해야 하고, '그'를 이해하고, '그'와 소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양승국 신부 영성 스토리 중에서)

 

* 사순시기에 들어서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 서로 부부의 자리를 돌아보며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 상지(上智)의 옥좌(玉座) 꾸리아 레지오 훈화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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