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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도 이제 거의 다 건넜습니다..
마지막 남은 12월을 보내고 나면 새로운 한 해 앞에 다시 숙연해지겠죠..
가슴을 시리게 하는 음악을 듣고 있다보니..
한국의 가을들녁이 생각났습니다..
우박에 여름비가 내리는 금요일, 뜬금없이 한국의 가을이 생각나고..
노란 들판을 바라보며 등하교를 하던 비포장 도로도 생각납니다..
지금이야 가을 들판은 풍성함의 상징이지만..
제 어릴적 기억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가을 들판은 어린 제 가슴을 시리게 했습니다..
정말 뼈 빠지게 일을 하시던 부모님께서 그 들판을 보시고 내뿜던 한숨..
어떻게 이번 겨울을 날까 하는 식량 걱정 앞에 노랗던 들판이 그냥 시렸더랬습니다..
살아감이 왜 그래야 하는지 묻지 않았습니다..
도저히 물을 수가 없었습니다. 원초적인 걱정 앞에 너무 배부른 질문이 될 것이라..
그때 조금 더 철이 없었더라면 마구 질문을 했었을 것이고..
오늘 같은 날 가슴이 이렇게 시리지 않았을 것을..
풍성함이 넘치는 요즘 저는 가끔 이제는 안 계시는 어머니께 묻습니다..
" 엄마 !! 그때는 왜 그렇게 밖에 우리가 못 살았어 ?"
철딱서니 없는 것이 원래의 제 모습이어야 하는 그때..
지금은 없는 어머니 앞에 괜시리 그렇게 투정을 하곤 합니다..
허리가 부러지게 일만 하다 죽는 것이 인생이냐고 묻기도 합니다..
그러면 너는 지금 왜 그렇게 살고 있냐고 반문을 하시는데..
할 말은 없고 엉뚱한 항변으로 일관하는 저는..
오늘 날씨처럼 복잡합니다. 여름을 재촉하는 비 앞에서 가을 들녁을 생각하고..
지금은 안 계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코흘리개 시절의 나를 돌아다 봅니다..
살아감이 왜 그랬어야 하는지, 지금은 왜 이러고 있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