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CCP... 그 아쉬움!!
당시의 공장 헥쌉은 공장장과 영업부의 유별한 관심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본사 높은 사람들의 이해부족으로 예산 지원이 지지부진하여 라이벌사에 훨씬 뒤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공장장은 공장 다음에 이어서 해야 할 물류 헷쌉에 기대를 걸었던 것이다.
만일 물류 헥쌉이 성공하면 영업매출이 신장될 것이고 당연히 공장 생산 확대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그의 희망과 바램은 공장장 입장에서 당연한 일이고 회사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었다.
게다가 라이벌사가 물류 헷쌉을 보류했다고 하니 더욱 하고 싶었을 것이다.
헥쌉 심사단에 의하면 그들은 당시 국내 저온물류 여건이 너무 취약하여 자신없어 못한다 하더라고 했다.
그런데도 공장장이 물류 헷쌉이 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은 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공장장과 나는 그에 대해 많은 문제들을 검토하며 협의를 했었다.
물론 심사단이 공장에 올 때마다 그들과 많은 시간을 가졌고 그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얻고 또 숙지했다.
그리고 심사단이 소개하고 추천하는 몇 개 업체를 공장장과 함께 방문하여 실태를 견학하기도 했다.
그들 업체는 수도권에 있었는데 업종이 화장품과 커피 등이라 냉동식품보다 수월했다.
물류 헥쌉에서 제일 큰 어려운 문제는 물류센터에서 각 매장으로 배송하는 냉동차량과 운전자들이었다.
적재함에 온도계측기를 부착하여 상시 체크해야 하고 제품 상하차 시간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그러한 일은 운전자가 꼭 해야 한다는 의지가 없으면 회사가 감독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우선 중앙센터와 지역센터부터 한 후에 각 거래처 배송 파트는 그 다음에 하자고 제의했다.
그리고 거래처 배송차량과 운전자들도 그다지 어렵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모두가 지입차량이라 회사가 원하고 요구하는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데다 비용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일이든 시대가 요구하면 따르며 적응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성공을 위하여 모든 비용과 피해를 운전자에게만 전가하지 말고 회사도 부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대기업들은 그렇지 않아도 중소기업에 가격으로 밀리고 있는 터라 더욱 어렵게 된다.
그 대신 중소기업이 못하고 있는 물류 헥쌉을 하기 때문에 소비자들 인식만 확산되면 더 유리할 수 있다.
또 다행히 소비자들 인식과 취향이 고급화하는 추세에 있어 당장의 손익에만 급급해 하면 안될 일이다.
오랜기간 검토 후에 나는 공장장에게 회사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공장장이 적극적으로 하고 싶어 한 이유에는 그처럼 생산과 물류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었으며
공장이 헷쌉을 하더라도 물류라인이 그대로면 효과가 없다.
많은 비용과 노력으로 어렵게 이룬 공장 헷쌉이 유명무실하거나 효과가 형편없으면 되겠는가.
심사단도 그러한 사실을 말하면서 가능한 물류 헥쌉을 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소요되는 비용만 놓고 보면 물류 헥쌉이 훨씬 적게 들지만
전체적으로는 물류 헥쌉이 더 어렵다고 했다.
공장은 헥쌉 성공의 중요한 요소인 인력통제와 교육 등 관리가 용이한 편인데
값싼 용역인력과 개별 차주들이 대부분인 물류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일 무리하게 강행할 경우 그들의 반발과 이탈 가능성이 커 업무차질이 우려된다는 것인데
물론 대부분 차주들이 영세하여 부담이 커지고 일도 더 까다로운데다 수입이 적어지면 불만할 수는 있다.
그리고 그 때문에 라이벌사가 물류 헷쌉을 보류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우려와 염려를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세상에 하고자 하여 안 되는 일도 없고 또 언젠가는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 아니냐는 것이다.
내가 볼 때는 불가능한 일도 아니고 어차피 할 일이면 하루라도 빠른 것이 좋다.
그래서 심사단에게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하여 보다 더 세분화 된 추진 단계와 소요기간을 요청했더니
그들은 기꺼이 해 줄 수 있다며 우리 회사를 모델로 물류 HACCP를 실험 시행하고 싶어 했다.
그렇다면 회사에서 하고자 하는 의지가 문제일 뿐 나는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런데 J 사는 왜 어렵다며 보류한 것일까.
그 회사도 저온제품 역사가 오래이기 때문에 나 이상의 경험자들이 많이 있을텐데 말이다.
공장장은 그래서 나의 명퇴를 더욱 아쉽게 생각한 것이다.
물류 헥쌉이 적지 않은 비용과 많은 노력을 요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만일 그 때 내가 헷쌉을 할 수 있었다면
난 어떻게든 성공했을 것이고 그랬다면 라이벌 J 사도 하지 않을 수 없어 우리 뒤를 따랐을 것이다.
그 결과는 또 식품업계에 도미노를 초래했을 수도 있었는데.....
경쟁사 J 사는 내가 명퇴 당한 그해 하반기에 공장 헥쌉에 성공했고 공장은 그보다 2년 늦어 성공했다.
그후 시간도 많이 흘렀고 지금은 헥쌉 로고를 도색한 차량이 많은지 가끔씩 눈에 띈다.
나는 현재 많은 저온식품회사들이 어떤 형태의 물류시스템으로 수 배송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으며
잘 아는 정도가 아니라 냉동차량과 운전자만 봐도 그 회사 저온제품물류 수준이 어떤지 금방 알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운행하고 있는 냉동차량 대부분은 내가 아는 물류 헥쌉 차량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그런데도 그 차량들이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아는 국민들은 극히 소수일 것이다.
내가 만난 헥쌉을 안다고 하는 사람도 헥쌉 회사 제품이 좋다는 정도였고 물류 헥쌉은 잘 모르고 있었다.
공장 헥쌉은 안 한 것보다 낫지만 물류 헥쌉을 병행하지 않으면 효과가 극히 미미하다.
정확히 말해서 식탁에서 먹을 때를 기준하면 기존의 위생법과 규정대로 생산한 제품과 거의 차이 없다.
그동안 기존의 위생법과 규정에 의해 생산한 제품을 먹었지만 별 문제 없지 않은가.
그래도 이제는 웰빙이다 무공해다 하면서 몸에 더 좋은 것을 선호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상품의 품질만 알고 중시할 뿐 물류과정에서 유입되는 여러 위해요소들은 아예 신경쓰지도 않는다.
얼핏 괜찮아 보이는 농산물도 물류과정에서 변질되고 오염물질이 유입될 수 있어 문제될 수 있는데
극히 짧은 시간의 온도 변화와 작은 충격에도 변질되기 쉬운 가공제품들은 말할 것 없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눈에 띄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고 물류는 대부분 그런 곳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또 그러한 현실이 공장 헥쌉 이후 10년이 지났어도 물류 헥쌉이 안 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식품을 생산 판매하는 회사들이 진정으로 국민건강을 생각한다면 이제라도 물류 헥쌉을 해야 한다.
치열한 경쟁을 이유로 물류비를 절약하기 위해 내가 근무할 당시 그대로 지금까지 하고 있는데
그동안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나 대부분의 소비자들 역시 식품 안전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도 큰 문제이다.
소비자들이 헥쌉 효과를 100% 보려면 생산과 물류 그리고 유통회사와 소비자 모두 헥쌉을 해야만 가능하며
그래서 이제는 인식을 바꿔야 하고 또 그래야만 우리의 식품문화가 선진국이 될 수 있다.
다시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 강력한 라이벌사에 없는 우리 회사만의 국내 유일의 물류 헥쌉!
그 얼마나 매력적인가.
항상 모든 면에서 라이벌사에 뒤지고 있던 터라 영업본부에선 적극적이었고 본부장까지 나섰다고 했다.
그들에게는 소요비용이 막대하고 물류본부 사정이 어려워도 아무 상관없는 일이었다.
무엇이든 결쟁사보다 좋고 유리한 것이면 무조건 욕심냈고 사양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의 갑작스런 명퇴로 그러한 바램과 희망은 무산되었고 나 역시 한 동안의 헛된 꿈으로 끝났다.
그리고 그후 오늘까지 꼭 10년이 지났지만
어느 회사에서 물류 헥쌉을 한다는 말을 들은 일 없어 그때의 일이 생각날 때마다 몹씨 아쉽고 씁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