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외로운 별 이야기

2010. 10. 30. 오전 8:12:32

글자

기회는 계속...

센터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본부는 20여년을 근무한 최고참 3명을 자르면서 공장도 해 준 송별회를 해 주지 않았다.
공장장은 그에 대하여 명퇴이기 때문에 조심하는 것 아니겠냐고 했는데
취하면 있을지 모를 불상사를 염려한 것일 수 있다며 섭섭하더라도 이해하라는 것이었다.

본부에서 송별회를 해 주었다면 후임자도 참석했을 것이고 상세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으나
후임자는 며칠 전에 잠시 들렀다가 차 한잔 마시고 곧 가버렸으며 업무 이야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다만, 떠나기 직전 몹씨 궁금하다는 듯 은근한 말로 부수입에 대하여 물었는데
내심으로 실망하여 업무를 어떻게 그러니까 힘들게 하느냐 편하게 하느냐 하기 나름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는 40대 중반에 센터장 경력 10년 쯤의 중고참이었으나 저온상품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업무 스타일도 나와 정반대라 내가 했던대로 하지 않거나 하고 싶어도 못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본부장은 그를 적임자로 생각한 것 같고 또 3일을 근무했으므로 적당히 핑계하여 거부하고 싶었다.
그래서 대답을 주저하자 본부장은 다급한 말투로 대단히 죄송하지만 꼭 와 주셔야 한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어 알았다고 대답하고 센터 직원에게 전화했더니 아무 일도 없다고 하지 않는가.
후임 센터장은 그 날도 출근하지 않았지만 업무는 정상이라고 했다.
그럼 본부장은 왜 센터로 가라고 한 것일까.
내가 없어도 며칠 정도는 직원들이 별 어려움 없이 할 수 있다.

앞에서 몇번 말했듯이 난 센터업무만 하지 않았다.
공장과 전국 각지에 산재해 있는 10여개 OEM사의 월간 및 주간 생산계획을 사실상 주관했고
그렇게 하기 위해 전국 지점의 주요 영업담당들과 필요한 정보를 항상 공유했다.
얼핏 별것 아닌 일 같아도 이른바 업무 노하우이고 센터장이라 하여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리고 매일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었는데 그 모두 자신들의 유익 때문이지 센터를 위해서가 아니다.
그 때문에 어딘가 허술하고 그것이 기회라 생각되면 사양하지 않았으며
또한 자신의 영역에서 한가닥씩 하는 전문가들이라 오랜 경험과 경륜이 없으면 그들을 리드하기 어렵다.
센터장은 그러한 그들을 상대하며 회사의 이익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OEM사들이 상품을 남품하면서 여러가지 사정으로 하루 이틀 정도 지연은 자주 있는 일인데
센터장은 그때마다 전국 지역센터장들에게 통보하여 주문과 수송계획에 차질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영업사원 입장은 거래처에 이미 배송을 약속했고 상사에게도 일매출 보고를 한 상태다.
수송차량도 당일 배차계획에 따라 새벽에 차고를 출발하여 센터에 도착했고 상차를 준비 중에 있다.

따라서 그 상품이 없어도 차량을 출발시켜야 하고
디음 배차에 그 상품을 보낼 때까지 지역센터와 영업부의 거센 항의와 독촉에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   
지역센터가 대형이면 거의 매일 배차할 수 있어 다소 덜 하지만 소형 센터는 2~3일 간격이 불가피하므로
문제가 안 되게 조처해야 하는데 그들이 나름으로 날고 뛰는 사람들인 것이다.

어설픈 변명과 핑계는 절대로 통하지 않고 거센 항의는 기본이며 성급한 이들은 욕설도 서슴치 않는다.
그리고 지입차주인 장거리 대형 수송차량 운전자들도 쉽지 않다.
소속 운수회사 사장도 우습게 아는 사람들이라 뭔가 약점이라도 잡히면 배차업무가 매우 힘들어 진다.
센터장은 일상의 업무도 많고 바쁜 터에 그런 문제까지 신경쓰며 온종일 시달려야 한다.

센터장은 그처럼 매일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처하며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
어떤 사정과 상황이든 회사의 손해가 없거나 최소화하기 위해 신중하고 노련하게 대처해야 하는 것이다.
OEM들도 여차하면 본사 마케팅부에 전화하는데 가능한 못하게 해야 한다.
마케팅부에 항의하면 물류본부를 거쳐 센터장에게 돌아와 몰라도 될 사람들이 알게 되어 좋을 것 없다.

본부장이 3일 후 퇴직을 요구했을 때 그래서 저온중앙센터업무가 만만치 않다고 한 것이고
당시의 센터업무는 오래 전에 사직서를 던졌을 때보다 훨씬 더 복잡하여 그만큼 어렵고 힘든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나의 우려는 틀리지 않았다.
사직여행을 하루도 못하고 그것도 출발하여 가는 도중에 되돌아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정오무렵에 센터에 도착해보니 직원이 말한대로 아무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본부장은 센터 상황과 상관없이 무조건 센터로 오라고 한 것이다.
사표일자까지 근무를 마치고 완전히 퇴직 상태에 들어간 나를 도대체 왜 그처럼 다급하게 부른 것일까.
여하튼 나는 15일을 더 근무해도 후임이 오지 않아 출근하지 않는 것으로 회사샐활을 끝냈다.

그리고 그 싯점이 본부장의 음모를 알 수 있는 두 번째 기회였으나 어리석게도 간파하지 못했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외로운별-1.인생행로

목록 전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