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외로운 별 이야기

2010. 9. 30. 오후 8:50:03

글자

세상엔 알 수 없는 일들이 참 많지만 그 중에서도 여자 마음은 정말 알기 어렵다.
대체 부장의 경우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얼마 전 부장을 처음 봤을 때 한 회사 공장을 책임진 공장장보다는 얌전한 가정주부 인상이 더 강했다.
그런 그녀가 비록 어려운 처지가 되었다지만 어떻게 그런 대담한 결심을 했을까?

그러고 보니 옷차림도 예사롭지 않았다.
아직 젊은 티가 많이 남았지만 그래도 한창 젊은 여성에게 어울리는 옷차림이 아무래도 어색해 보이고 
그 역시 처음에 본 인상과 거리가 느껴진다.
게다가 젊은 남편이 있어 기본 생할에는 큰 어려움은 없을텐데
도대체 왜 그 같은 무모하기 그지 없는 결심을 했는지 나로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의 눈 빛은 한 없이 애처롭고 자신이 한 말이 몹씨 부끄럽고 수치스러워 몸 둘바 몰라 하고 있었다. 
그 결심을 하고 나를 만나러 올라오며 부끄러룸과 수치심 또 모멸감에 얼마나 마음 고생이 극심했겠는가.
아무리 세상이 변했고 그런 일이 흔하지만 그래도 그런 결심은 아무 여자나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는 그런 결심을 못하는 여자들이 훨씬 더 많고 나는 부장도 그런 타입으로 보았다. 

그런데  뜻밖에도....저 모습과 말은 거짓이 아니다.
체면 자존심 모두 내 던지고 어떻게든 닥친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온 몸으로 애원하고 있는 것이다.
난 조용히 머리를 저으며 이 상황을 수습할 방법을 찾느라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남이 아닌 내가 그렇게 하도록 만들었다는 사실이 마음을 짓 눌러 몹씨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이 경우는 내가 도와 주어야 한다.
문제는 불량품 해결이고 문제가 있는 곳에 해법도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일단 공장에 내려가 며칠 지내며 작업 공정을 자세히 살펴 보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되었다..
복잡한 우리 공장 설비도 문제점을 찾았는데 비교도 안 되는 작은 업체 아닌가.
다만 그 공장에서 며칠을 보내야 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그것은 내가 며칠 고생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즉, 업무를 제 때에 처리 못해 밀린 일을 정리하려면 며칠 밤새기가 불가피한 것이다.
일상의 기본업무는 보조직원이 잘 하고 있고 돌발 상황은 휴대폰으로 가능한데 안전사고가 문제였다.
그동안 몇 건 있었던 것도 모두 내가 자리를 비웠을 때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참을 천정을 바라보며 생각한 후에 내가 공장에 가겠다 하고 오늘 일을 사장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다.

그녀는 깜짝 놀라더니 비밀은 당연하고 너무너무 고맙다며 철없는 아이마냥 기뻐 팔짝팔짝 뛰는 것이었다.
그리고 식당 손님들이 보는 앞에서 벌떡 일어나 넙죽 큰 절을 하지 않는가.
당황하여 급히 손사레치며 말려도 소용없었다.
그날 밤에 내려가시라 권했지만 시골이라 늦으면 교통편이 없어 못간다며 새벽차로 가겠다고 했다.
근처 여관을 잡아 주며 걱정말고 편히 주무시고 가시라 하고 숙소로 갔다.

아침 출고가 끝난 후 그 회사 사장에게 전화하여 내 생각을 말했다.
사장은 몹씨 고마워 하면서 언제라도 좋다며 그에 따른 준비를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 후 내려갔으며 출장 예정이 3일이었지만 2일 더 늦어 5일만에 올라왔다.
다행히 문제를 예상보다 빨리 찾았고 쉽게 해결했는데 간략히 요약하면

불량 윈인은 원료를 배합하는 믹서기에 있었다.
경험이 없는 사장은 믹서기가 새것이라 하여 전혀 의심하지 않고 제품만 가지고 씨름 했던 것이다.
그 믹서기의 원래 용도는 그 업체 상품을 생산하려고 설계하고 제작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믹서기 제작사는 믹서기는 아무 문제없다며 불량 책임을 그 회사 작업자들에게 전가시켰다.
경험도 없고 순진한 여자들은 누구도 제작사의 말을 의심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내 말대로 믹서기 배합통에서 원료를 꺼내 한 공정을 수작업으로 한 다음 다시 믹서기로 한 결과 
생산량이 전 보다 약 30% 감소했지만 그 대신 전 제품이 양호하여 불량이 한 개도 없었다.
그리고 감소한 생산량 30%를 해결하려면 믹서기를 한 대 더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한 대를 더 늘리면 전 보다 훨씬 많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 향후에 판매량이 늘어도 문제없다.

물론 인원도 더 필요하지만 유통기한이 긴 상품이라 집중생산한 후 작업시간을 조정하면 큰 문제 안 된다.
그리고 그 때는 그 회사 상품이 부족한 상태라 약간의 수지 불균형은 곧 해소될 수 있는 상황이다.
사장은 자금 사정이 안 좋긴 하지만 조만간 꼭 한 대를 더 놓겠다고 약속했다.

내가 며칠 머무는 동안 사장과 부장은 그야말로 조금도 불편하지 않도록 지극정성으로 챙겼다.
아마 자기 남편에게는 그처럼 잘해 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들은 내가 머물던 모탤에서 매일 늦게까지 먹거리 수발을 해 주고 자정 쯤에야 돌아갔는데
처음 2일 째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이 진짜 원인인지 확인작업에 들어 가던 날 밤은 함께 마시며 보냈다.

그리고 최종 확인된 날 일과 후에 전 직원 참석하에 축하 파티를 했다.
사무실에 돌아와 며칠을 밤새기 하면서도 그다지 힘들지 않게 기분 좋게 일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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