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사(突然死) 경험!
중년의 남자가 가족과 떨어져 지방에서 장기간 지낼 때 제일 어려운 문제는 무엇일까?
보통 외롭고 불편한 것만 생각하는데 나는 그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그때 처음으로 뼈저리게 경험했다.
물론 당연히 외롭고 불편하다.
그런데 나는 건강문제로 생각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일을 겪었으며
그 당시 나의 그것이 급히 병원에 가야 할 병이고 또 병원에 가야만 살 수 있었다면 틀림없이 죽었다.
아니, 그때 돌연사로 죽었다가 살아났다는 것이 더 정확할지 모르겠다.
난 몸이 약간 마른 편이긴 해도 평소 건강에 대하여 걱정한 일 없었다.
그 때가 50대 초반이었지만 한번도 수술을 한 일이 없고 아니, 병원에서 치료를 한 일이 없다.
특별히 운동을 했거나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힘든 업무에 시달리며 엄청난 스트래스와 또 골초 담배 그리고 거의 매일 술속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 일이 있었던 전날 밤도 늦게까지 술을 마셨지만 이상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는데
다만, 조금 피곤하다는 생각은 있었으나 그런 일이야 항상 그랬으므로 걱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침에 눈을 떠보니 이상하게 온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것이었다.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었다.
깜짝 놀라 가만히 생각하니 움직일 수 없는 것 뿐만 아니라 온 몸이 마치 화톳불 같이 뜨겁지 않은가?
아무튼 전혀 움직일 수 없으니 누운채로 천정만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것 큰일 났구나 걱정한 것은 기억하는데 그 다음은 혼수상태로 들어 갔던 것 같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창문을 보니 깜깜하여 낮이 지나고 밤이 된 모양.
분명 정신은 있고 어딘가 아픈 곳이 있는지 어떤지도 모르겠는데 움직여 보니까 역시 움직여지지 않았다.
순간 이것이 바로 돌연사 징후 아닐까? 어쩌면 이대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강하게 머리를 스쳤다.
그리고 가족들과 회사 일들을 걱정하다가 다시 또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의식을 잃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또 눈을 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행히 열이 약간 내린 것 같았고 손 발을 움직여 보니 조금 정말 아주 조금 움직여졌다.
하지만 일어날 수는 없고 간신히 뒤척일 수 있는 정도였다.
그래서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며 조금씩 손발을 계속 움직였다.
아직도 열은 많지만 불 같았던 전보다는 훨씬 내려간 때문인지 약간이긴 해도 손 발은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런데 처음과 달리 몹씨 어지럽고 사방이 빙글빙글 도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그대로 있다간 죽을 것만 같아 억지로 겨우 앉기는 했는데 너무 어지러워 일어설 수는 없었다.
그리고 심한 갈증과 함께 배가 무지 고팠다.
그러나 바로 앞에 있는 냉장고에 갈 힘이 없었다.
한참을 구르다시피 버그적 거리며 간신히 냉장고에 가서 음료수를 마셨다.
그 결과 조금 힘이 나는 듯 했지만 그래도 너무 어지러워 도저히 일어설 수는 없었다.
그래서 다시 누워 쉬었는데 잠인지 혼수상태인지 또 어딘지 모를 곳으로 정신없이 깊이 빠져 들어갔다.
눈을 떠보니 캄캄한 밤이었고 오늘이 며칠인지 날짜도 요일도 알 수 없었다.
분명 특별히 어디가 아픈 것은 아닌 것 같은데 계속 어지럽고 힘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그리고 계속 심한 갈증과 배가 몹씨 고팠다.
하지만 움직일 수 없으니 방도가 없다.
그리고 그제서야 휴대폰 생각이 나서 간신히 찾았더니 밧데리가 나갔고 벽시계는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어두우니까 밤 9시고 아파트만 내려가면 현관 바로 앞에 수퍼가 있는데 갈 수가 없다.
또 잠이 들어 깬 다음 간신히 구르고 굴러 탁자 위에 있는 일반 전화로 회사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이제는 이상하게 목소리가 안 나왔다.
아무리 말을 하려고 애를 써도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다 보니 직원이 전화를 받았지만 몇번 여보세요 여보세요 하다가 끊어 버렸다.
참으로 기가 막힌 상황.. 그러면 대체 그 상태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냉장고에는 음료수 외에 먹을 것이 없다.
그리고 너무 빈속이라 아무것이나 먹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아마도 맛죽이나 우유 같으면 좋겠지만 수퍼에 가야 있다.
현관 문 열고 나갈 힘도 없으니 어쩌면 좋은가?
그리고 그렇게 조금 움직인 것이 피곤했던지 다시 누웠다가 또 깊은 잠이 들었다.
눈을 떠 보니 10시반이고 창 밖이 밝아 한낮이었다.
얼마를 잤는지 몰라도 이번에는 어떻게든지 일어나 조금이도 먹지 않으면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행히 움직임이 전보다 조금 더 좋아진 듯 했다.
그래서 억지로 일어나 앉아 대충 옷을 입긴 했는데 허리가 90도 ㄱ자로 꺾어졌고 도저히 펼 수가 없었다.
말 그대로 등과 뱃가죽이 맞 붙었다.
그렇지만 창피고 무엇이고 없었고 어떻게든 뭔가 조금이라도 먹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그 때는 공장 기숙사를 나와 15평형 7층의 소형아파트에서 혼자 있었는데.
바그작 거리며 엎드려 기다시피 하여 수퍼에 도착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 모른다.
그러한 내가 수퍼 주인에게는 이상하고 깜짝 놀랄 일이겠지만 난 그런 그에게 신경 쓸 형편이 아니었다.
분말 맛죽과 우유 그리고 부드러운 빵을 간신히 손짓으로 가르켜 주었다.
그렇게 수퍼 다녀 오는데 한시간 넘어 걸린 것 같았다.
맛죽을 끓여 조금씩 여러 차레 나누어 천천히 먹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렇게 잠을 많이 잤는데도 누우면 또 잠이 드는 것이었다.
그렇게 몇번을 깨고 먹고 또 자고 하다 보니 아침인 듯 했다.
그 결과 원기가 많이 회복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이 어지럽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 똑바로 설 수 없었다.
휴대폰을 충전시켜 날짜를 확인해보니 생각보다 적은 3일이 지나 있었다.
나는 일주일은 지난 줄 알았는데..그동안 회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보조직원이 있고 잘하니까 큰 문제는 없겠지만 아무 연락없이 무단결근한 상태라 걱정이 안 될 수 없다.
여하튼 그 직원을 오라고 하여 출근을 하는데 녀석의 첫마디가 걸작이었다.
급한 일 때문에 서울집에 간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아주 급한 일이 생겨 그런 모양이라며 본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평소의 나를 잘 아는 녀석은 필시 부득이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어쨌던 업무는 녀석이 별 문제 없이 잘 처리하여 다행이었다.
그래서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이번의 그 일은 평소 건강관리에 대하여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매일 같이 연속되는 과중한 업무와 그 때문에 쌓이는 스트래스.
그리고 매일 피하기 어려운 술과 담배 그리고 거의 굶거나 술 안주로 대신하는 식사....
어쩌면 흔히들 말하는 4~50대들의 돌연사가 바로 그 같은 경우에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되었다.
돌연사는 자다가 일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죽는 경우가 많다던데... 글쎄.....
여하튼 그 당시 나의 사정이 그 중 어느것 한가지도 자제하거나 고치기 어려운 상황이니 어찌하면 좋은가?
그 중에서 가능하다면 식사를 거르지 않는 일인데 그건 조금만 부지런하면 해결 가능하다.
그래서 일단 아침을 먹을 수 있는 가까운 식당을 찾아 정했다.
그 식당은 원래 아침 영업을 안 했지만 주인은 매일 먹는 조건으로 나의 부탁을 들어 주었다.
그 식당 여주인은 젊은 30대초반이고 전부터 자주 이용하여 잘 알고 지내는 터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