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잘 지키려고 노력해도 아침식사 시간이 일정하지 못했다.
아침업무 상황에 따라 10시쯤 식사할 때도 많았다.
그래도 식당 아줌마는 한번도 짜증 내거나 싫은 소리 하지 않고 정성껏 챙겨 주었다.
어느 식당이든 9시 넘어 10쯤이면 그 날의 영업 준비로 매우 바쁜 시간이다.
그런데도 항상 밝은 얼굴로 인사하며 만사 제치고 내 아침을 우선하여 챙겨 주었다.
늦더라도 아침을 거르기 어려운 것은
준비한 아침이 손님에게 내 놓는 매뉴가 아니라 나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매뉴는 내가 주는 식대에 비해 훨씬 훌륭했다.
그러니까 특별 대접을 받는 상황인데다 거르면 그녀가 헛수고 한 것이 되어 너무 미안했던 것이다.
이를테면 나의 주 정식이 돼지고기 볶음인데 그 식당 메뉴에 없고 그녀도 안 좋아 했다.
나중에 점심으로 먹을 수 있지만 바쁜데도 불구하고 일부러 요리한 것 아닌가?
그리고 먹던 안 먹던 무조건 한 달분 식대를 계산해 줘도 그녀는 안 된다며 꼭 먹은 것만 받았다.
영업을 하면 이익이 남아야 하는데 손해 보지 말라고 했더니 그녀의 대답은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동안 그녀와 대화에 없었던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얘들 아빠가 지금 미국에 있어요"
"??? 미국? 그럼...? 지금 아줌마 혼자 계신단 말에요?"
"네, 오래 되었어요... 2년쯤...."
"......? 아줌마는 왜 안 들어 가시고?"
"저도 들어 가야죠. 얘 아빠가 영주권만 나오면.....아직 그게 안 나와서요...."
"2년이나 되었는데 영주권이 아직이라... 뭐가 잘 안 되어 그런가요?"
"그런가 봐요. 첨에 말 한데로면 늦는다 해도 벌써 들어갔어야 하는데..."
".........."
"그래서 센터장님을 보면 전 얘 아빠가 생각이 더 나요...."
"????....."
"불법체류자라서....지금 막노동한대요.... 영주권이 없으니까 그렇게 밖에 안 되나 봐요..."
"그렇겠군요....불법체류자면....."
"몸이 좀 약한 편이에요....그런데 매일 힘들게 일하고 들어오면... 밥이나 제대로 끓여 먹겠어요?"
"음.... 연락은 어떻게 하고요?"
"매일 전화해요. 밤 11시면 꼭 전화가 와요... 그래서 통화하다가 울기도 많이 울고요...."
"그렇게... 하루도 안 거르고?"
"네, 거른 건.. 2년동안에 몇 번 안 될 거에요....그 비싼 전화를 매일 20분도 좋고 30분도 좋고...."
"전화요금도 꽤 나오겠네.... 그렇게 한 달 내내 하신다면...."
"그래요... 우리 돈으로 매월 2~30만원쯤 나간데요... 저도 많이 나와요... 제가 할 때도 많으니까요"
"그럼 그동안 한번도 들어 오지 않았나요?"
"아니죠. 작년에 한번...올해는 저 지난 달에 다녀 갔어요...1년에 한 번 와요, 오면 한 달 있다가 가고"
"비자 갱신 때문이겠죠?"
"네, 더 오고 싶어도 다녀가면 비용이 너무 많이 나니까.... 그래도 1년에 한 번은 와야죠"
"매우 힘드시겠다. 두분 다...."
"센터장님도 가정을 떠나 계시잖아요.... 얘 아빠는 젊기나 하지만 센터장님은 연세가 많으신데도....."
"이제야 이해가 되네요.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너무 고맙고요"
"고맙긴요. 전 언제 갈지 몰라요... 어쩜 많이 늦을지도 모르고요...하지만 저 돈 벌려고 애는 안 써요"
"아니지. 그래도 이왕 하시는 거니까. 많이 벌어야지요"
"물론 벌 수 있으면 벌어야 되지만... 아득바득 무리하지는 않겠다는 거죠 뭐..."
"이제 사정이 이해가 돼요. 이해는 되도 젊은 분들이 너무 안타깝네요"
"더 좋은 날을 위해서지요. 그래서 센터장님도 집에 못가시면서 객지에서 고생하시는 거 잖아요.
그래서 전 센터장님을 보면 우리는 젊으니까 당연한 거다...생각해요."
"암튼 빨리 일이 잘되어 들어가야 하는데... 잘 될 겁니다. 그렇게 맏고 참고 기다려야지요."
"이젠 2년이니까 참을만 해요. 애 아빠가 혼자 고생해서 그렇죠. 그래서 센터장님 보면 마음이 아파요."
"허! 그럼 제가 식당을 옮겨야..."
"아 아네요. 절대 그런 말 아네요. 그래서 더 신경써야 한다는 건데...그렇게 오해하시면 어떻게 해요?"
결혼을 일찍해서 딸아이가 초등3학년이고 둘째인 아들이 1학년이라고 했다.
그녀는 키가 약간 작은 편이고 예쁘진 않지만 웃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바쁜 생활 중에도 매일 한 시간씩 핼스를 한다는데 그래선지 몸매가 좋아 보였다.
영업은 보통 밤 9시에 끝냈으며 신랑이 절대 늦게까지 하지 말라 했다고.
물론 늦은 시간의 취객손님을 염려한 때문일 것이다.
식당은 테이블 6개 밖에 안되는 골목 안에 있는 작은 구멍가게였다.
언제 들어 갈지 모르므로 보증금 없이 월세만 내기로 하고 친지의 가게를 대신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그녀의 정성 덕분에 많이 야위고 말랐던 체중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평소 나를 찾는 많은 손님들을 그 식당으로 끌어다 주었다.
나를 찾는 손님들 대부분은 내 도움을 받는 입장이고 그 식당이 또 싸니까 손님들도 나쁠 일 없다.
나는 매일 바빴으므로 저녁도 그 식당에서 해결할 때가 많았다.
구내식당은 식사시간을 조금만 넘어도 문을 닫아 먹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내식당은 점심 매뉴는 그럭저럭 먹을만 하지만 아침과 저녁은 너무도 형편 없었다.
회사 간부들이 먹는 점심과 직원들만 먹을 때의 차이가 너무 컸던 것이다.
구내식당은 하루 세끼 무료였지만 난 점심만 먹고 아침 저녁은 먹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