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바둑이 도(道)인 이유

2010. 8. 22. 오후 3: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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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이 도(道)인 이유! 

 

사실 4점 바둑에선 정석(定石)이 없다.

그 때문에 상대가 온전하게 대응하면 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그의 성격이 치밀하지 못함을 알고 물래방아 전략을 구사하기로 했다.

물래방아는 바둑판 네귀와 네변을 매 수마다 빙빙돌며 집중력을 흐리는 전략이다.  

 

그리고 대충 놓는 듯한 수지만 함정이 있고 성동격서(聲東擊西)의 초석이 된다.

그것을 눈치 체지 못하도록 별것 아닌 듯한 수를 고르느라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그도 고수 반열에 있기 때문에 왠만한 수는 금방 알 것이다.

그리고 시간을 많이 끌어 지루하게 두면서 급한 성격을 자극하여 실수를 유도했다. 

그런데 그는 양심상 조금은 미안했던지

가끔은 일부러 실수를 가장하여 헛수를 두는 여유를 부렸다.

물론 그만큼 자신 있다는 뜻이다. 

 

그 역시 얼핏보면 대충대충 아무렇게나 마구 두는 듯 했지만 절대 아니었다.

요소 요소 중요한 곳은 빠짐없이 다 챙기고 있었다.

하지만 성곽 안에 고공침투시킨 특공대 요원만은 '웃기네'하고 비웃으며 무시했다. 

그리고 판이 중반에 들어서자 바둑판 중앙이 넓디 넓은 훈련소 연병장이 되었는데

그는 그 넓은 연병장을 높고 웅장한 성곽으로 둘러 쌓으려고 했다.

따라서 그 성 안에서 몇명의 특공대가 고립되어 구조대를 기다리는 형세가 되었다. 

 

그 특공대는 후에 형세가 불리할 때를 대비하여 초반에 미리 파견해 둔 요원들이다.

그리고 중반의 판세는 그들을 구조하지 못하면 패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그들을 무사히 탈출시키면 더 둘 필요 없는 불계승(적의 항복선언)이다. 

여건상 성곽 내에서 독립진지 구축이 어려우면 성 정문으로 탈출 시킬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에게는 취약한 성벽 한쪽을 부수려는 것으로 오인토록 유도했다.

난 폭파 전문 특공대 4명을 잇달아 보내 성벽아래 묻어 둔 것을 폭파하라고 명령했다. 

 

장고(長考) 끝에 결단한 필사적(必死的)인 옥쇄작전이었다.

그의 대비가 철저하고 엄중하여 전략이 탄로나면 작전실패는 물론 전멸을 뜻한다.

4명 특공대를 성벽에 침투시켜 한개씩 폭파시키며 주의를 끌어 적을 유인하고 

그 다음 5번째와 6번째 특공대 즉, 5번과 6번째 수가 작전의 승패를 좌우하는 수다.

5번째 요원의 임무는 성문을 지키는 수문장을 성문 밖으로 유인하는 일 

즉, 암수이며 함정수인 5번 '짱돌'에 수문장이 누누냐? 하면서 밖으로 나와 준다면...

물론 대개의 고수들은 경솔하게 행동하지 않지만 그런데 이 사람은 어떨지.... 

 

난 전 병력을 성곽 허물기에 계속 집중시켰다.

그러다 가끔씩 갇혀 있어 답답하다는 듯 슬쩍 성문 쪽을 가볍게 두들겨 보고...

이윽고 작전대로 5번과 6번 특공대가 목표지점에 가까스로 안착했다.

수문장 암살은 곧 팻싸움을 뜻하고 팻깜이 내쪽에 많아 승리는 이제 의심할 것 없다. 

그 무렵엔 기원 사람들이 우리 바둑판 주위를 빙 둘러서 관전하고 있었는데

꽁도 상대와 게임이 끝나 아까부터 조용히 내 옆에서 관전하고 있었다.

물론 관전은 좋지만 훈수는 절대 금물이고 잡담도 안 되며 조용히 보기만 해야 한다. 

 

갑자기 꽁이 내 옆에서 앞의 상대 옆으로 갔다.

그리고 그의 보디가드가 되어 어떤 누구도 그와 신채 접촉을 차단했다.

물론 은밀한 훈수를 막기 위한 조치였고 자기 상대였던 그의 친구를 경계한 것이다.

혹시라도 등을 꾹꾹 찌르거나 발끝으로 신호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둑은 일종의 심리전 게임이기도 하다.

말 없이 손끝으로 나누는 수담이라 하지만 실제는 감정의 영향을 무시 못한다.

특공대가 수문장 막사에 '짱돌'을 던지자 유리창이 깨지며 그가 머리를 내밀었다. 

 

5번 특공대 임무 성공!!!

그 순간 6번 특공대의 '면돗날' 표창이 그의 이마를 향해 정확히 날아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관전자들이 깜짝 놀랄 큰 소리로 꽁이 짧게 탄성을 질렀다. 

그들 관전자들은 모두 꽁의 바둑 친구들이고 후배들이나 다름없다.

그 때문에 모두가 꽁의 친구인 내가 승리하길 은근히 바라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그들은 꽁이 왜 크게 탄성을 질렀는지 금방 알지 못했다. 

순간 표창을 맞은 수문장 아니 내 앞의 그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그리고 곧 죽을 듯 사색이 되어 꼼짝 않고 바둑판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꼼짝 않은체 10분 쯤 지났을까? 

 

갑자기 해괴하고 기괴 망칙한 일이 벌어졌다.

그 사람이 내 앞에 두 무릎 팍 꿇고 용서를 비는 것 아닌가?

3판까지 잃은 것으로 끝내고 마지막에 걸었던 것은 제발 봐달라며 사정했다. 

너무도 뜻 밖의 일이라 난 처음엔 당황했다.

관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그를 욕하는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시끄러웠다.

특히 나이 지긋한 기원 주인의 호된 꾸지람이 찌렁찌렁 울렸다. 

 

난 물론 깎아 주거나 봐 줄 마음 전혀 없었다.

괘씸하기 짝이 없는 턱 없이 여러 급수를 속인 짓을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약간의 속임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 같은 뻔뻔한 사기꾼은 난 처음인 것이다. 

보기도 싫어 카운터로 가서 차를 마시고 있는데

주인이 바둑판 밑에 넣어 둔 내가 딴 돈을 가지고 왔다.

그런데 텅빈 지갑을 보이며 집에 갈 차비도 없다며 제발 봐 달라는 것이었다. 

꽁도 상대할 가치도 없다며 그만 집에 가자고 했지만

그러나 조금 후 평상을 찾은 나는 그에게 일어나라 하고 모두 돌려 주었다.

그리고 내 몫의 기료와 내가 피우고 마신 담배와 커피도 내가 계산했다. 

 

그 때까지 가지 않고 있던 사람들이 절대 그러지 말라 했지만 난 듣지 않았다.

땄다고 저 더러운 돈을 지갑에 넣으면 지갑이 나를 욕할 것이라 하면서...

내가 한 말을 그들은 이해하면서도 그래도 머리를 젓는 사람들이 많았다. 

늦었다면서 주인이 맥주 몇병을 사왔다.

그리고 주인은 계속 나를 나무랬다.

왜 알지도 못하는 그런 못된 놈과 내기를 두었느냐고...... 

 

난 주인의 어떤 말에도 침묵했다.

하지만 꽁은 뭐가 그리 신나는지 내 대답을 대신하면서 계속 떠들었다.

꽁도 역시 제의를 받았지만 처음 본 사람이라 거부했다고 했다. 

우리는 늦게 돌아 와 꽁과 둘이 한방에서 잤다.

잠 들기 전에 꽁이 말했다. 

 

"서울 가서도 오늘 같은 내기는 절대 하지 마!" 

"글쎄...장담하기 어려워..

 어떤 놈이 또 내 자존심을 건들지 않으면 몰라도...." 

"너도 바둑을 왜 도(道)라 하는지 알잖아?" 

"알지 물론.. 근데 바둑이 정말 도 맞나?" 

"암만.. 그렇잖아! 그 사람이 왜 너에게 4점이나 깔고 졌냐?" 

"....자만이지! 자신있다고 여유를 부리며 까불다가 당했으니까..." 

"바로 그거여! 너도 그런 게 좀 있고..암튼 조심하는 게 좋아..." 

 

이번 여행 목적은 두가지였다.

첫째가 꽁과의 재 대결이고 다른 하나는 꽁 부인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꽁은 이번에는 나와 바둑 대결을 원치 않는 듯 했다.

 

"난 너하구 만나는 것이 엄청 어렵잖어?

 힘들게 왔는데 아까운 시간을 바둑으로 다 보내면 되냐? 안 돼!" 

 

다소 엉뚱하지만 사실 꽁 말이 맞다.

그리고 다음 날은 배가 터지도록 이곳저곳 맛있는 식당으로 끌고 다녔다.

그러면서 자기가 지은 집과 건물들을 구경시키고 자랑하느라 바빴다. 

난 날씨가 너무 추워 내키진 않았지만 참았다.

꽁이 왜 이렇듯 구경과 소개를 하고 싶어 하는지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덜덜 떨면서도 끝까지 진지하게 들어 주었다. 

 

그리고 그날 오후 열차로 상경했다.

역전까지 배웅나온 꽁이 열차표를 끊어 주었다.

꽁의 부인도 어린 아이와 함께 나와 주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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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담>

 

나의 그 내기 바둑이 그 기원에서 오랜기간 화재가 되었다는데

그 이야기만 나오면 꽁은 무조건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그러나 난 그 후 한번도 꽁집에 갈 기회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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