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외로운 별 이야기

2010. 9. 30. 오후 8:24:30

글자

그녀들에게 억지로 약속받은 열흘을 기다리면서 어찌 하고 있는지 궁금했지만
그렇다고 또 내려 갈 수는 없으므로 2~3일에 한번씩 올라오는 그 회사 수송차량 기사에게 물어 봤다.
요즘은 매일 밤 늦게까지 불이 켜있다는 것이었다.
그 기사는 내가 공장을 방문한 일은 알아도 사장과 부장에게 어떻게 하고 왔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런데... 약속한 열흘이 다 되었는데도 문제 해결이 안 된 것인가?
열흘 째 되는 날 퇴근 무렵에 그 부장 아줌마에게서 사무실 근처라며 만나자는 전화가 왔다.
사무실 근처? 그런 전화는 전혀 예상 못한 일이었다.

"바쁘실텐데 어떻게 올라 오셨습니까? 무슨 급한 일 있으십니까?"

"아니에요....센터장님을 뵈려구요. 바쁘시더라도 죄송하지만 시간 좀...."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전화로 하시면 될텐데 그 먼 길을 고생스럽게 올라 오셨네요?"

"전화로 드릴 수 없는 일이라서요....저녁식사를 모시겠습니다. 시간을 좀 내 주세요..."

무슨 일 때문일까? 사장하고 같이 올라 온 것일까?
그리고 아무래도 좋은 일은 아닐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지만 안 나갈 수 없었다.
만나 보니 부장 아줌마 혼자였고 공장 근처의 조용한 식당으로 안내했다.
식사가 나오고 몇 잔 술도 가볍게 오고 간 후 인사성 대화도 끝나 무슨 용무로 올라왔는지 물었다.

"전 센터장님이 넘 무서워요.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제가 무섭더구요? 전 절대 무서운 사람 아닙니다. 그렇지요. 약속을 잘 안 지키는 사람들 한테는 좀..."

"물론 책임이 있으시니까 그러셔야 하겠지요. 센터장님을 사장님도 저도 이해합니다."

"이해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근데 불량품 문제는 어떻게... 잘 안 되던가요? 그 문제 때문에 오셨나요?"

"네, 그후 계속 무지 노력했는데도... 아직 원인을 찾지 못했어요. 그래서 시간을 더 주십사 하고...."

"그럼 전화로 하시지요... 그 때문에 일부러 여기까지 오신 겁니까?"

"네....센터장님도 저희 땜에 먼 길을 일부러 오셨었는데 전화는 예의가 아니구요. 그리고...."

"?...일부러 오셨으니 사양치 마시고 말씀하세요. 그 문제 말고 또 있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해요....말씀드리기 난처하고 어려워서....너무 죄송하고 부끄러워... 용기가...."

"괜찮습니다. 얼마나 죄송하고 어려운 일인지 일단 들어 볼테니 편히 말씀하세요."

"그럼....그래도...아유.. 도저히 말씀 못드리겠어요. 그리고 술 취한 말로 오해하시면...."

"저도 조금 취했지만 아무 걱정마시고....매일 마시는 술이라 부장님 말씀 못 알아 듣지는 않습니다."

"...센터장님, 저 좀 살려 주세요."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저 여기 올라 온 거 우리 사장님 모르세요. 그리고 일이 있어 내일 좀 늦게 출근한다고 했고요."

"허...무슨 일인데 그러세요? 이젠 제가 더 걱정되네요?"

"말씀드릴께요....제 사정을 잘 아시는 사장님이 어쩔 수 없는지 부장을 바꾸시려나 봐요."

"?.. 그럼...부장님은...가정 때문에 결국....? 아이들이 그리 어리지 않을텐데 다른 이유가 또 있나요?"

"얘들이 아니라 시어른이 계셔서 그래요. 소흘히 하면 애 아빠가 막 뭐라고 해요....저 힘들어 죽겠어요."

"........"

"그런데 저 그만 둘 형편이 못돼요. 그만 두면 큰일 나요. 그렇다고 평직원으로 일하기는 챙피하구요....."

"...그렇겠군요. 형편이 그러시고... 공장장 하시다가 평직원으로 일하기는 어렵겠지요."

"그런데 사장님이 잘 생각해 보고 빨리 답을 달래요. 어떻하면 좋아요?"

"사장님 입장에선 당연한 겁니다. 부장님은 서운하고 야속하겠지만요."

"저도 사장님을 이해할 수는 있어요...하지만 전...회사 그만 두면 엄청 어렵게 돼요."

"형편이 그렇다면 눈 딱 감고 꾹 참으면서 평직으로 일하시지요?"

"말씀 드렸잖아요? 평직원으로 어떻게 일해요? 동네 사람 창피해서....또 월급도 많이 적어요."

"....이해는 됩니다만...."

"제발 살려 주세요. 살려 주실 분은 센터장님 밖에 없어요."

"거참....암튼요. 제가 뭘 어떻게 해 달라시는 겁니까?"

"센터장님이 사장님한테 말씀만 해 주시면....전 지금처럼 일해야지 안 그럼 우리 식구들 다 굶어요."

"다른 곳에 취직할 수도 있잖아요? 월급은 어떨지 몰라도요?"

"그곳은 시골이라 일자리가 별로 없어요. 제발 좀 살려 주세요.
 만일....센터장님이 뭐든지 하라 하시면....원하시는 거 다 들어 드릴 수 있어요."

"???...부장님한테 바라는 건 불량없는 좋은 상품 뿐에요. 그 말고 제가 다른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전 지금... 체면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이렇게 애원드리는데...자꾸 더 부끄럽게....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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