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꽉 막혔다 소리 듣는거요."
물류센터에서 수송차량의 비중과 중요성은 설명이 필요 없다.
저온중앙물류센터는 '00냉동㈜'에서 11ton 냉동차량 3대를 지입하여 운행하다가
6개월 쯤부터 판매 물량이 급증하면서 2대를 늘려 5대를 운행했다.
지입차량 5대는 운행 지역과 횟수 상관없이 회사의 필요에 따라 전국 어디든 자유롭게 배차할 수 있다.
언제부턴가 대부분 회사들이 여러 부문의 업무를 도급 즉, 하청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데
그러한 부분 하청은 수송부문이 제일 먼저이고 시초였다.
수송업무 특성상 야간운행과 휴일 및 공휴일 운행이 많아 각종 수당 등으로 인건비가 높을 수밖에 없고
차량유지비도 만만치 않으며 사고와 고장 또 그에 따른 복잡한 관리하기 쉽지 않은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전기사들이 업무에 충실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여 회사마다 수송담당 직원들의 애로가 많았는데
차량을 지입계약하여 운행하면 그러한 문제들을 일시에 해결할 수 있다.
즉 필요한 차종과 운행조건으로 차주 또는 운수회사와 계약하여 수송업무의 차질을 사전에 예방한 것이다. 따라서 지입차량은 계약서에 약정한대로 운행지시에 따라야 한다.
그리고 지입차량이 사고 또는 고장으로 운행이 불가하면 즉시 대체 차량을 배차해야 하며
그 때문에 차량을 지입한 회사에 피해가 발생했을 때는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지입차량이 배상해야 한다.
상식적인 이야기를 새삼스럽게 자세히 말하는 것은 00냉동㈜ 사장 K 씨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그 회사와 K 사장은 당사 저온물류센터와 지입계약할 자격이 없는 회사였고 사람이었다.
이미 앞의 글에서 말했듯이 우선 그 회사가 보유한 전 차량이 10년을 훨씬 넘은 폐차 직전의 고물이었다.
그리고 5대가 센터에서 운행하므로 8대 뿐이라 사고와 고장이 나면 예비차량이 없어 대책이 어려웠다.
보유차량과 지입계약회사가 많은 회사는 예비차량을 두고 있으나 그 회사는 그럴 형편이 못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회사 차를 배차했고 기사가 상품을 몰라 인수인계시마다 남거나 부족한 문제가 발생했다.
그렇듯 그동안 그 운수회사 때문에 너무 힘들어 죽을 맛이었다.
당시 나의 업무가 얼마나 복잡하고 힘들었는지는 앞의 글에서 충분히 말했으므로 여기선 생략한다.
수송차량들이 내가 배차한대로 차질없이 운행해도 어려움이 많은 상황에서 거의 매일 말썽을 부린 것이다.
공장과 OEM사들 사정으로 제품공급이 여의치 않아 골치 아픈 터에 차량마져 그 모양이니 오죽했겠는가.
그 차량 5대는 오후에 제품을 상차한 후 집에 들러 쉬었다가 밤늦게 전국 각 지역센터로 출발하는데
지역센터에 다음 날 07시까지 도착해야 그날 납품을 약속한 거래처에 배송할 수 있다.
그리고 하차 후에 부족한 수면을 보총하고 오후에 중앙센터에 도착하여 다음 날 물량을 상차해야 한다.
그 때문에 차가 고장나면 지역센터 납품에 차질이 발생하고 그 책임이 고스란히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책임이란 것이 20여 개 지역센터와 영업파트에게 온종일 시달리며 욕먹는 일이 전부다.
영업파트는 거래처에 납품을 약속했고 지역센터도 그 영업파트에 차질없이 납품하겠다고 약속한 상태에서
중앙센터 수송차량 고장으로 납품에 차질이 발생하면 전적으로 내 책임이고 내가 욕을 먹어야 했다.
지역센터는 나의 약속을 믿고 영업파트에 약속했기 때문이다.
수송문제 말고도 할일이 너무 많아 머리가 빠개질 정도인데 그 얼마나 짜증나는 일인가.
또 휴일도 없이 매일 밤늦게 일하며 새벽출근이라 항상 잠이 부족한데 고장나면 그날 밤 잠은 그만 땡이다.
게다가 그런 일이 어쩌다 한번도 아니고 며칠이 멀다며 반복되고 있으니 그게 얼마나 신경질 나는 일인가.
그러나 그 운수회사 사장 K 씨는 잦은 고장이 무리한 운행 때문이라며 책임을 오히려 나에게 돌렸다.
즉, 아직은 국산 냉동기 성능이 좋지 않은데도 내가 너무 무리하게 배차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K 사장의 그런 변명과 책임 희피는 나를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로 보는 잠꼬대 같은 웃기는 소리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당시 상사인 부장은 그때마다 나를 불러 무리하게 배차하지 말라며 그를 비호했다.
그러면 K 사장은 더욱 기고만장하여 내가 업무 욕심이 지나쳐 무식하게 배차한다며 떠들고 다녔다.
그렇게 되니까 수송기사들까지 너무 지나치게 혹사시킨다며 비난하기에 이르렀고
그 중에 두 명은 며칠 장거리 운행을 했으니 차량을 점검해야 한다면서 배차를 거부하는 행태까지 부렸다.
그러면 나는 다른 방법이 없어 그 회사의 다른 차를 불러 배차해야 했고 별도 운송료가 지출되었다.
그러나 부장은 월말 운송료 결재를 할 때마다 영업이익도 없는데 운송료가 너무 많다며 줄이라고 했다.
그래도 내가 센터장 업무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부장 외 전 직원이 나를 이해해 주었기 때문이다.
관리과장과 내 업무 보조인 여직원은 내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소상하게 알고 있었고
사무실의 다른 직원들과 현장 직원들도 나의 업무처리를 의문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가 드러내어 말은 안 했어도 말과 행동이 다른 부장과 욕심 많은 K 사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았다.
특히 업무보조 P양이 K 사장에게 노골적으로 적대시했는데 그가 사무실에 와도 커피 한잔 주지 않았다.
그는 센터 사무실에 자주 찾아와 바쁜 사람 붙잡고 쓸데없는 소리를 많이 했다.
주로 회사의 높은 중역들과 친하게 지낸다며 그들과 어울린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을 과시하는 내용이었다.
그럼 나는 현장으로 들어가 버렸고 P양도 컴에 열중하는 척하며 귀에는 음악 이어폰을 끼웠다.
K 사장은 그 때마다 기분이 상하여 중앙물류 수송업무를 책임진 사장을 무시한다며 불만이 대단했다.
그리고 높은 사람 찾아다니며 나를 쫒아 내려 한다는 소문도 들렸다.
사실 나도 일이 너무 힘들고 또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가 있어 다른 부서로 가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다.
그래서 내심으론 소문처럼 되기를 바랬지만 헛소문인지 아님 능력이 없는지 아무 일 없었다.
당시 K 사장은 나와 나이가 같은 40대 초였는데 회사 내에 지인들이 많은 것은 사실인 듯 했다.
회사에서 저온상품 판매를 시작한다는 정보를 듣고 마침 경매에 나온 00냉동운수회사를 매입했다고 하던데
13대밖에 안 되는 작은 업체이고 법원 경매라 쌌지만 매입할 때 무리한 차입금으로 운영이 힘들었던지
차량을 제대로 수리하지 않았고 새 차량 교체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런데 부장 덕분에 그렇듯 다 썩은 차량인데도 당시 새차보다 훨씬 더 높은 금액으로 계약했던 것이다.
그 무렵 신규 창설회사가 많아 최신형 냉동차량들이 많았지만 그들보다 20% 이상 더 높았다.
최신형 차량보다 훨씬 비싼 운송료를 지출하면서 고철차량으로 업무에 막대한 차질을 보고 있는 샘이었다.
물론 난 그동안 그러한 근거 자료를 첨부하여 부장에게 차량교체를 두번 건의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리고 두번 다 그 건의 며칠 후 K 사장이 찾아와 비웃으며 조롱했고
또 그런 문제는 상사에게 맡기고 쫄자는 자신의 일이나 무리하지 말고 제대로 하라는 모욕적인 말도 했다.
그러면서 두번 째 건의 때는 부장이 자기에게 뭐라 하는지 아느냐며
"그래서 (내가 부장한테)꽉 막혔다 소리 듣는 거요."
그런가.
차량이 너무 고물이라 업무 장애가 극심하니 빨리 바꿔야 한다고 건의하면 '꽉 막힌 답답한' 사람인가.
하긴...휴일은 물론 토요일과 국경일도 없이 한 달에 하루밖에 못쉬는 꽉 막힌 짓을 하고는 있었다.
그것도 새벽별 보고 출근하여 밤별 보는 퇴근이고 하루 쉬는 날도 오전과 오후 두번 나가고 있지 않은가.
센터에 다녀오는 것은 창고 온도와 냉동기가 정상으로 가동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으며
원래 냉동기사가 해야 할 일인데 인건비 절약한다고 채용하지 않아 냉동창고 관리규정을 위반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회사 운영방침에 의한 것이 아니라 부장 독단으로 멋대로 한 짓이다.
그리고 부장의 그 '시원하게 확 뚫린' 짓 때문에 결국 엄청난 피해를 입는 사고를 당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