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외로운 별 이야기

2010. 10. 10. 오후 6: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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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창고 침수 천재지변... 그런데


중앙센터는 영등포 안양천 근처의 저지대 도림동에 있었다.
내가 다른 글에서 안양천 범람사태를 1984년에 있었다고 말한 일 있는데 다시 생각하니 1991년인 듯 하다.
저온중앙물류센터가 1990년에 처음 가동했고 침수 사건은 그 얼마 후에 있었다. 
당시 냉동창고 바닥 넓이는 550평 정도였으나 후에 2층으로 개조하여 제품 보관면적이 1,000평 넘었다.

그래도 제품 보관공간이 부족하여 입출고 작업이 끝나면 미로 같은 여러 통로마다 제품을 적재해야 했다.
작업 공간 때문에 통로가 많아 통로에 쌓아 둔 물량도 적은 량이 아니었다.
그 때문에 출근하여 제일 먼저 통로의 물량을 밖으로 꺼내야 출고 작업을 할 수 있었다.
그렇듯 저온상품 판매 초기에는 창고 여건이 열악하여 안 해도 되는 쓸데없는 일을 많이 해야 했다.

그런데 갑자스런 폭우로 안양천이 범람하여 사방이 온통 물바다가 된 것이다.
나는 센터에서 가까운 구로동에 살고 있었지만 안양천 범람을 모른채 골아 떨어져 이른 아침에야 알았는데
창고가 저지대에 있기는 해도 바닥을 많이 높인 후에 지었기 때문에 침수 여부를 알 수는 없었다.
여하튼 허리까지 차는 물을 해치며 한시간 가까이 걸어서 출근했다.

센터에 도착하니 몇몇 직원들이 먼저 츨근하여 나를 기다리며 걱정하고 있었는데
냉동창고 문이 꽁꽁 얼어붙어 도무지 열 수 없다고 했다.
냉동창고 문은 밀폐형이라 물이 쉽게 들어가지는 않아도 문 밑으로 스며들듯이 조금씩 들어갈 수는 있다.
그리고 문 밖의 밑 부분이 30cm 쯤 물속에 잠겨 있고 장시간 스며들었으니 30cm 높이로 얼었을 게 뻔했다.

즉 창고 바닥과 밖의 물 수면의 차이가 30cm이고 그만큼 물이 들어가 얼어버려 문이 열리지 않는 것이다.
어쩼던 출근직원들이 늘어나고 그들 모두가 달겨들어 계속 힘을 쓰니까 결국 문이 열렸는데....
그 때의 창고 내부 광경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예상대로 1층에 사람 키 높이만큼 적재된 그 많은 제품들이 모두 쓰러져 물에 잠긴 상태로 얼어 있었다.

물론 그 상품들은 판매할 수 없어 폐기해야 한다.
2층 보관 제품들은 무사했지만 1층과 바닥 통로에 적재된 제품이 더 많은데 모두 상품가치를 잃은 것이다.
다시 말해서 창고 전 제품 중 약 2/3가 못쓰게 된 것이다.
난 그 금액을 대략 추산해보며 망연자실했다.

오후부터 물이 빠지면서 본사에서 높은 사람들이 어려명 와서 보더니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러나 부장은 걱정하는 빛이 없고 오히려 신 나는 듯한 말과 행동을 하여 직원 모두가 의하해 했는데
온종일 창고 정리와 업무에 바쁘면서도 나는 그것이 이상하기만 했다.
물론 K 사장도 하루 종일 센터와 부장사무실을 오가며 천재지변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떠들어댔다.

그 때의 고생은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그 와중에도 평소처럼 해야 할 업무를 해야 했는데 상황이 그 지경이니 업무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창고가 없어도 판매할 제품을 공장에 주문하여 비축해야 하므로 냉동차량 컨테이너를 창고로 사용했는데
넓은 창고에서 해도 힘든 작업을 비좁은 차량에 그것도 여러대에 여러 품목이 나누어 실려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5대 외에 K 사장 회사 차량 모두가 동원된 상태라 그는 신이 났지만 나는 한마디로 죽을 뻔했다.
평소처럼 업무를 진행하며 창고 내부의 얼음을 제거하고 수 백개의 파래트도 세척하여 건조시켜야 했으며
수많은 2층 기둥에 얼어붙은 각종 오염물을 깨끗이 세척하고 소독하여 건조시켜야 했다.
침수된 물에 온갖 생활하수가 섞여 이곳저곳에서 인분이 둥둥 떠 다녔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장은 오래동안 누적된 판매에 따른 여러 문제들을 말끔히 정리했다.
냉동창고 침수는 천재지변이므로 회사의 누구도 이번에 당한 엄청난 금액의 손실을 문제시할 수 없다.
그리고 부장은 개인적인 처리도 많이 했음을 난 알고 있었다.
그는 회사가 천재지변을 당한 기회를 이용하여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는 비열한 짓을 한 것이다.

여하튼 전 직원이 밤낮으로 일주일 동안 고생하여 냉동창고가 정상 가동되었으며
천재지변이지만 그 정도 침수는 냉동기사가 있었고 문을 완전 밀폐시키는 조치를 했으면 막을 수 있었다.
냉동기사는 두명이 교대로 24시간 근무하므로 위험 예측과 조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약 2,5m 넓이 문 두개 정도는 물이 스며들지 못하도록 어떻게든 예방조치를 할 수 있는 일이다.
설사 약간의 물이 스며들어도 창고가 넓고 파래트 높이가 15cm라 제품까지 차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물론 통로에 적재된 제품들은 어쩔 수 없다. 
아무튼 그런 엄청난 피해를 당하고서도 부장은 냉동기사를 채용하지 않았으며
수냉식 냉동기라 창고 내부 천정 쿨러의 서리제거 장치가 고장나도 이번처럼 침수될 위험이 항상 있었다.  
천정에 설치된 냉각기 쿨러에 서린 성애를 제거한 물이 밖으로 나가지 않고 창고 바닥에 쏟아지는 것이다.

즉 자동으로 밖으로 완전히 배출되어야 할 물이 파이프 내부에 조금씩 남으면서 얼어 막히는 경우인데
전에 있었던 사고 원인도 가끔씩 한번은 완전히 녹여 빼내야 하는데 몰라서 하지 않아 막혔기 때문이었다.
막혔더라도 평일에는 바로 냉동기를 끄면 되지만 아무도 없는 휴일은 계속 물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하루 쉬는 휴일에도 냉동기 쿨러 상태를 오전과 오후에 나가 확인해야 했다.

지금은 변했는지 모르지만 그 당시 냉동창고 관리규정에 40평? 400평? 이상은 기사를 채용해야 했는데
부장은 계속 고집을 부렸고 그것이 나를 골탕 먹이기 위해선지 정말 인건비 때문인지는 모른다.
여하튼 <꽉 막힌> 나는 평소 밤을 낮처럼 근무하며 한달에 딱 하루 쉬는 날도 집에서 쉬며 센터에 나갔고
<확 뚫린> 부장은 토요일 오후에 칼 같이 퇴근하여 일요일까지 골프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뭐..그래서 억울하면 출세하라고 하는 것이겠지만....
그는 희장 아들과 절친한 고교 동창이라 하고 그래선지 몇 년전 부장으로 입사했다.
그리고 회장의 그 아들이 그룹 부회장으로 있는 터라 다른 부서 간부들도 그에게 조심하는 눈치였다.
그렇더라도 K 사장이 거만하게 굴며 업무를 방해하고 모욕적인 말로 비웃는 작태는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또한 저온물류업무 토대를 구축하고 안정시키겠다는 당초 계획을 그 따위 인간 때문에 포기할 수고 없다.
관리과장에게 그가 소문처럼 어떤 짓을 하든 물류업무를 제대로 하려면 그를 아웃시키켜야 한다고 했다.
과장은 자기도 마음은 나와 꼭 같지만 어려운 일이 생길 수 있으니 지금은 참는 것이 좋다고 했으나
나는 사직까지 염두에 두고 K 사장에게 정당한 운행지시를 거부한 차량기사 두명을 교체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그는 일 잘하는 멀쩡한 기사를 왜 바꾸라 하느냐며 요구를 무시하고 교체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에게 미리 통보한대로 그 차량 두대를 배차하지 않고 다른 회사 차량 두대를 불러 배차했다.
그랬더니 그는 입에 거품을 물고 계약위반이라 펄펄 뛰면서 나 개인에게 손해를 청구하겠다고 협박했다.
나는 청구할 일 있으면 하라 하고 업무에 방해되니 센터에 오지 말고 전화로 하라면서 쫒아버렸다.

그런 소동이 벌어지자 부장은 즉각 나를 호출했다.
그러나 부장도 센터장의 정당한 운행지시를 거부한 차량기사를 두둔할 수는 없다.
차량 노후가 심하여 운행 전에 점검해야 하는 사정은 운수회사 몫이라 운행거부 사유가 될 수 없는데다
나의 운행지시가 통상적인 센터업무이고 그 때문에 많은 비용으로 차량을 지입했기 때문이다.

눈치와 머리 회전이 빠른 부장은 나의 강경한 태도가 평소와 달리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되었는지
듣고보니 맞는 말이라며 그 따위 말 안 듣는 기사들은 잘 쫒아냈다고 오히려 칭찬했다.
그리고 그 날로 그 두명은 교체되었다.
하지만 K 사장의 오기와 앙심은 더욱 커졌고 뭔가 작은 비리라도 있는가 캐고 다닌다는 소문도 들렸다. 

흔히 말하는 악덕 협력업체 사장이란 바로 K 같은 사람이다.
아무튼 그는 자신의 인맥을 찾아 다니며 나를 회사에 백해무익한 자로 매도하며 쫒아내려고 한다는데
그의 말처럼 회사 저온물류 발전을 위해서가 아니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임은 물론이다.
저온중앙물류를 위해선 오히려 하루라도 빨리 그 회사와의 수송계약을 파기하는 일이 제일 시급했으며
설사 내가 그의 뜻대로 쫒겨나더라도 센터와 후임 센터장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 때부터 "확실하게" 그 회사와 수송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며 연구하기 시작했지만
부장이 그 자리에 있는 한 어떤 이유와 방법도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부서장은 몇 년 단위로 로테이션되므로 확실하고 좋은 방안만 찾으면 기회는 분명히 올 것이다.
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어 고심하던 차에 뜻밖의 일로 오히려 내가 먼저 사직서를 던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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